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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통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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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은 거대한 대륙 전체가 움직이는 듯한 대이동이 한창입니다. 일하거나 공부할 목적으로 타지에 나와있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음력 설을 앞두고 저마다 고향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연인원으로 무려 16억 6천만 명이 동서남북을 오가는 이 연례 행사는 실로 환희와 고통이 뒤섞인 대형 이벤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정부도 1월9일부터 2월17일까지 40일간을 설 특별수송 기간(春運 期間)으로 잡고 도로와 철도, 수상운송, 항공 등 각 분야 별로 다양한 교통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비슷한 기간에 귀성.귀경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고향가는 길은 상당한 돈과 시간, 체력의 소모를 모두 감수해야 하는 고단한 행로입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를 마다하지 않고 하루, 이틀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귀향길에 오릅니다. 좌석이 없으면 서서라도 가야할 만큼 음력 설은 고향에서 가족, 친지들과 보내는 것이 중국의 오랜 전통이자 관습입니다. 민족의 대이동으로 인한 교통난으로 한바탕 큰 난리를 치르면서도 해마다 설이 되면 고향을 꼬박꼬박 찾아가는 우리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땅덩이가 큰 중국은 우리처럼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가 길다란 주차장으로 변하는 모습 대신 교통수단이나 표를 구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웃돈을 주고 표를 사거나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엉켜서 마치 피난길처럼 이동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음력 설은 춘지에(春節)라고 하는데 중국인 대다수는 섣달 그믐 저녁에는 온가족이 둘러앉아 니엔예판(年夜飯) 또는 투안위엔판(團圓飯:단란하게 둘러앉아 하는 식사)이라고 부르는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것으로 흥겹고 요란한 설날 연휴를 시작합니다. 설을 쇠는 것을 통틀어 꾸오니엔(過年)이라고 하는데 크고 작은 행사들과 흥청거리는 축제 분위기는 위엔샤오지에(元宵節)라고 불리는 정월 보름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같이 오랜 역사를 지닌 세시풍속도 중국사회의 변화 바람을 타고 변모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관념에 따라 설을 쇠지 않고 현대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어렵사리 고향을 찾아 집에서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는 대신 가족 단위로 유수한 명승지나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피로를 풀고 유쾌한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비행기를 타고 해외 여행을 떠나거나 홍콩, 마카오, 또는 중국의 하와이라 불리는 하이난(海南)성을 찾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릅니다.



여행객의 증가는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성장으로 중국인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제고되면서 생긴 새로운 풍조입니다. 중국에서도 머지않아 우리나라 처럼 신정과 구정, 추석 등의 연휴를 앞두고 전국의 유명 관광지 숙박시설과 비행기 티켓이 일찌감치 동나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여한 설 연휴 기간은 7일입니다. 달력에 빨간 표시가 되는 이른바 법정 공휴일은 설날부터 사흘간인 24(수), 25, 26일이지만 20일(토) 21일(일)의 공휴일에 근무하는 대신 29일(월) 30일(화) 이틀을 휴무하도록 해 24일부터 30일까지 7일 동안을 황금연휴로 만들었습니다. 중국인들은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긴 10일에서 2-3주 동안을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칙대로 7일간 연휴를 갖는다면 섣달 그믐까지는 근무를 해야하는데 이는 오래 전부터 이날 저녁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해온 중국인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머나먼 고향길을 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다시 맞게된 7일 짜리 황금연휴는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갖습니다.

중국인들은 한해에 세 차례 긴 연휴를 즐기는데, 바로 노동절인 5월 1일, 국가창건일인 10월 1일, 그리고 음력 설입니다. 중국정부는 2000년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그동안 통상 3일 정도였던 연휴기간을 일주일로 대폭 늘리는 획기적인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는 경제성장률과는 달리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어쨌든 중국인들이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유행이 일기 시작한 것은 7일 연휴제도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휴가경제(假日經濟)’라는 신조어도 생겨나 여행 업계를 들뜨게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올해도 역시 3차례의 7일 연휴를 실시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발표한 것으로 미뤄 이 제도는 정착 단계에 이른 듯합니다.



7일 연휴가 처음 실시된 지난해 노동절에는 여행수요가 폭발했습니다.

二外中國旅遊學院의 탕카이캉(唐開康) 교수는 “이 기간 동안 여행자 수는 4천6백만 명, 여행 비용은 181억 위엔(元)으로 급증해 수요폭증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던 여행업계를 안타깝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행관련 업계는 이어 맞은 10월 1일 국경절 연휴 때는 접객시설을 늘리고 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수요증가에 적극 대비했으나 이번에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냉담한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여행자수는 5천5백만 명, 여행 비용도 220억 위엔으로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인의 소비수준이 상당히 높아지기는 했지만 1년에 두차례 장기 여행을 즐기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마오위스(茅于軾)등 경제학자들은 1인당 GDP가 8백 달러에 불과한 중국에 `휴가경제’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의 여행업계는 그러나 이번 설, 세 번째로 맞는 7일 황금 연휴를 겨냥해 다양한 여행상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습니다. 설 연휴는 비교적 소비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보고 중급, 고급 패키지 상품을 많이 내놓았습니다. 인기 있는 여행 패키지들은 출시후 순식간에 성원이 차서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절, 국경절 연휴보다는 덜하지만 지난해 설(여행객 수 2천만명, 여행비용 163억 위엔) 수준을 상당폭 웃도는 여행수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중국인들에게 春節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지 두루 물어본 결과 역시 전통의 유지가 대세인 가운데 관념의 변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인의 대다수가 1년에 설 한번이라도 고향과 가족, 친지를 찾아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만큼 이같은 공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