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추위로 2월 중순까지 상하이 전체가 추위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더니 이번 주 들어 기온이 조금 올라가면서 조금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집 근처에 있는 쓰지공위엔(世紀公園)에서는 벌써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서울은 꽃피는 시기가 일주일이상 늦어진다는데 이곳 상하이에서는 2월 말 쯤이면 활짝 핀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상하이에서 처음 맞는 겨울은 정말 추웠다.
처음 상하이에 올 때는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은 남쪽 지역이기 때문에그리 춥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온도계에 나와있는 눈금 수치로는 서울보다 춥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하이의 겨울은 은근히 냉기가 살을 파고 들면서 기분 나쁜 추위를 느끼게 한다.
아무래도 도시가 바다와 가깝다 보니 흐린 날이 많고 습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이번 겨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몇 십 년 만의 추위와 백 년 만의 폭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상하이 역시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간 해서 눈 구경을 하기 힘든 상하이에도 설날을 앞두고 일주일 내내 눈이 내려 도시 전체가 눈 속에 갇혔고 교통대란이 빚어진 것은 물론, 폭설을 견디지 못해 가로수 가지가 부러져 내리고 집들의 처마가 내려앉기도 했으며, 몇몇 도매시장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면서 사람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기도 했다.
또 올 1월의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7.1% 상승하면서 11년 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 또한 폭설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도 중국 내륙지역은 눈 피해를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데가 많지만 그나마 중국 최대 도시인 상하이는(공식인구 1700만명, 비공식 2000만명) 지난주부터 정상을 되찾았고 언제 그런 겨울이 있었는가 싶게 벌써 봄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의 겨울이 더 추운 이유는 바깥 기온의 저하에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먼저 상하이(중국 대부분의 지역이 다 그렇겠지만)는 난방시설이 그리 잘 돼있지 않다.
요즘 지어진 집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상하이의 아파트는 단열재를 쓰지 않고 지어진 것 같다.
또 창도 이중창이 아닌데다 창호도 정교하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틈이 많다.
바깥 바람이 숭숭 새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것.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창문 틈으로 바람이 쌩쌩 들어오고 심지어 벽에서도 찬바람이 막 들어오는 것 같다.
다행이 지난 여름 상하이에 와 집을 얻을 때 임대료가 조금 높기는 했지만 주위 분들의 조언에 따라 보일러 설비가 돼있는 집을 얻어 그래도 아이들이 큰 고생은 하지 않고 겨울을 보내긴 했다.
하지만 보일러가 모든 일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보일러를 틀어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면 바닥은 따뜻하지만 이불 밖으로 나와있는 얼굴에는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하이의 겨울은 집안에 있는 것이 집 밖에 있는 것보다 더 춥기까지 하다.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상하이에 사는 분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이고 사실이다.
건축에 문제가 있다 보니 아마도 냉기가 콘크리트 건축물을 타고 집안으로 흐르면서 집안 기온이 바깥보다 더 낮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학교에 다녀오다 집 가까이 사는 다른 한국 분을 만났을 때 집 주변 양지바른
곳을 왔다갔다하고 있길래 산책하시느냐고 인사 드렸더니 집안이 너무 추워서
따뜻한 밖에 나와있다고 답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은 일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하이의 겨울이 더 추운 이유는 객지에 나와 있다 보니 아마
도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느끼는 체감온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혹시라도 이후에 상하이에 연수오실 분이 있으면 집은 반드시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보일러 시설이 돼 있는 집을 얻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또 되도록이면 여러 군데 자문을 구해 그나마 잘 지어진 집을 고르는 게 겨울에 고생을 덜 하는 방법인 듯 하다.
또 한국에서 올 때는 반드시 우리나라 전기장판이나 옥 매트를 가져 오시도록 권하고 싶다.
하지만 중국 전기장판은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중국 전기장판을 이용하다 온도 조절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느니 심지어는 인명에 손상을 입기까지 했다느니 하는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연수오면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인 관계로 도착 24시간 이내에 관할 파출소에 가서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하고(호텔에 투숙할 경우는 호텔에서 대행해 주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또 한달 내에 거류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어디 가나 챙겨야 할 여러 가지 행정절차가 많다는 점이다.
또 이를 소홀히 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해서 기분이 좋지 않은 경우를 당하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절차들은 다 중국에 대해 공부하는 하나의 과정이려니 생각하고 넘길 수 있지만 집 문제라든가 겨울 나는 문제는 1년 동안 고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챙겨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곳 상하이에서 내륙으로 한참 들어가는 안후이(安徽) 성의 한 농촌 시골마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안후이 성의 작은 시골마을에 가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중국 사람들, 민중을 가리키는 말)이 사는 집에 들어가 보니 난방시설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었고 흙 바닥에 철제 침대가 놓여있고 이불이 덮여있는데 창문틈과 문틈으로 바람은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어찌 겨울을 지내나 싶었지만 그곳 사람들이 겨울이면 두꺼운 옷을 몇 겹 입고 항상 겨울을 그렇게 나고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이번 겨울에 중국도 추운 겨울을 지내다 보니 난방용 에너지가 제때 수급되지 않아 중앙정부 차원에서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뉴스를 중국 CCTV를 통해 들었다.
최근 들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원인중의 하나가 에너지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난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만큼 겨울에 난방을 하고 산다면 국제유가는 아마도 지금의 두 배는 되지 않을까.
겨울에도 난방을 많이 하지 않고 내복을 몇 겹 껴입고 두꺼운 옷 겹쳐 입고 추위를 나는 중국사람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중국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난방을 하고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면 국제 에너지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갈 것이고 지구상의 석유가 금방 바닥나고 말 것이라는 생각도 과장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