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9개월간의 ‘기나긴’ 수업이 모두 끝났습니다. 제가 수강한
소개에 앞서 저는 UCSD IR/PS(Gradate school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d Pacific Studies)의 GLI(Global Leadershiop Institute)과정에 들어가려고 어드미션을 받아놓았다가 수업료가 너무 비싸 포기했습니다. 1년 전 제가 알아볼 때만 해도 서머스쿨을 제외하고도 9개월 과정에 2만2,500달러였는데, 지금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니까 3만5,400달러네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엄청나게 몰려오는 코스여서 해마다 값이 비싸지는 모양입니다.
대신에 Pre-MBA코스는 9개월 과정에 1만500달러입니다. 저는 차선책을 찾느라 이 과정을 택했는데, 와서 보니까 여기도 유학원 등을 통해 소개받은 한국인들이 많아 놀라웠습니다. 일본과 터키에서도 많이 오구요. 여타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미국 현지 출신들도 간혹 수강하구요, 학부 학생들이 수강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UCSD Extension의 프로그램은 크게 영어(ELI) 프로그램과 자격증 프로그램 등 2가지로 나뉩니다. 자격증 프로그램 중에선 경영학(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코스와 TEFL(Teach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코스가 있구요.
경영학 코스는 제가 수강한 Pre-MBA과정과 마케팅, 재무, 인사관리 등 4개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Pre-MBA과정을 신청했는데, 처음 등록하고선 일정기간 안에 과정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경영학 코스는 6개월짜리와 9개월짜리가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인들에겐 해당사항이 아니겠지만, 9개월 과정을 마치고 나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미국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OPT를 원한다고 하면 학교 관계자들이 취업을 주선해 주는데, 이에 앞서 미국 이민국(INS)에서 인가한 학교에서 9개월 이상(랭귀지 코스 제외) 수강해야 합니다. 6개월짜리로 왔다가 3개월 연장한 다음 OPT를 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이제 Pre-MBA과정의 개요와 제가 수강한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1) Pre-MBA과정의 특징
모든 과목이 주로 팀워크와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구요, 과목마다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일종의 사업계획(비즈니스 플랜)을 짜서 발표하게 하는 수업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도 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강제적으로 팀을 만들어 진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팀을 잘 만나면 거저먹고 들어가는 셈이죠. 역시 줄을 잘 서야 합니다. 마지막 학기에 저는 미국인 3명이랑 같은 팀이 되었는데, 서로 토론할 때는 약간 힘든 면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선생이 원하는 모범답안을 척척 찾아내 제시하는데 당해낼 사람이 있겠습니까.
과목 구성은 재무, 인사관리, 마케팅 이론에 대한 내용이 필수 이수과목으로 제시되고, 나머지는 선택과목입니다. 여기선 3개월짜리의 3개 쿼터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쿼터마다 12학점(유니트) 이상만 수강하면 됩니다. 쿼터를 가을 학기, 겨울 학기, 봄 학기 등으로 부릅니다. 학기마다 선택과목도 다양하게 편성돼 있는데, 심지어는 일반 학부과목을 수강해도 됩니다.
과목마다 수업은 대개 9주 동안 진행되는데, 3학점짜리 수업인 경우 1주일에 3시간씩 9번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4학점이면 4시간씩이고, 2학점짜리는 3시간씩 하더라도 6주 정도면 끝납니다. 이따금씩 선생이 도와주는 자율학습(Directed Studies) 2학점짜리도 있습니다. 결국 1주일에 4번 정도 수업을 듣는 셈이죠. 너무 수업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9.11 사태 이후 학생비자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긴 했지만 적당한 핑계를 대고 선생한테 미리 알려주면 얼마든지 빠질 수 있습니다.
수업내용은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재무회계 분야에서 용어 때문에 처음에 많이 곤혹스러웠죠. 진행 방식은 토론식 수업이 대부분이고, 최종 발표로 시험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습니다. 첫 학기에 영문 이력서 쓰는 방법부터 인턴 지원방법, 인터뷰 요령, 사후관리 등에 대해 요령을 알려주고, 두 번째 학기에 지원한(받아준) 회사에 가서 120시간 동안 인턴 경험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과정은 모두가 학생비자이기 때문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점이 특이합니다. 간혹 회사에서 수고비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받았다가 이민국으로부터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학점은 나중에 다 끝난 다음에 첫 학기의 2학점으로 처리됩니다. 저야 물론 인턴 대신에 연구보고서를 써내는 자율학습으로 대치시켰죠.
선생마다 문제를 풀어오라든가, 에세이를 써오라든가 하는 식의 숙제를 매주 내기도 합니다. 벅차다기보다는 번거롭다거나 다소 귀찮은 수준이죠. 프린트를 해야 하니까 수업 전엔 컴퓨터실이 인기를 끌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의 과목이 교재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www.amazon.com)이나 이베이의 하프닷컴(www.half.ebay.com)에 가면 유용합니다. 새 책 값이 15만원을 넘는 경우에도 4만 ~5만원 수준에서 중고서적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약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수업을 마친 다음엔 이들 사이트에서 되팔면 되구요.
(2) Pre-MBA과정의 주요 과목
첫 학기인 2006년 가을학기부터 보겠습니다. 모두 필수과목이었는데, 먼저 재무회계(Financial Accounting for non Accountant) 과목의 경우 우리말로 하면 쉬운데 영어로 된 용어를 접하다보니까 처음엔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부채비율 같은 경우는 우리와는 약간 다른 계산방식을 쓰더군요. 우리는 통상 부채비율 하면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인데, 이곳 교재에선 이를 ‘부채자본비율’이라고 하고, ‘부채비율’은 부채총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쓰는 식으로 말이죠. 기초지식을 익히게 하고 다양한 응용문제로 시험문제를 내는 바람에 평소 시험공부를 않는 저 같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죠. 좌우간 영어로 된 재무회계 기초를 되새겨본다는 정도의 의미는 있습니다.
마케팅(Elements of Marketing) 과목은 그야말로 토론으로 시작해 토론으로 끝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구매경험을 토대로 마케팅 이론을 더듬는 형식인데요, 그렇게 하면서도 책 한권을 끝내더군요. 대부분의 이론들은 낯설지 않은 것들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토론하면서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시험은 두 번 보는데 보통 3시간 정도는 써야만 하는 주관식 문제들이었구요.
인사관리(Leveraging Human Capital)는 그야말로 어떤 사람을 어떤 식으로 뽑아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매주 인사관리와 관련된 뉴스를 주제로 토론을 하다가 이론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시험 대신에 미리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를 선정해 선생이 좋다고 하면, 그 주제에 관한 보고서를 쓰는 걸로 대신했습니다.
경영관리(Effective Management Principle & Practice) 시간엔 리더십과 매니지먼트의 차이점이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등 성격유형에 대한 고찰, 경영관리의 주요 고려사항 등을 짚어봅니다. 그리고선 팀을 나눠 특정 회사를 설립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SWOT(강점 약점 기회 및 위협요인)분석, 가치분석, 비전 및 미션, 사업전략, 결정적 성공전략, 실행계획 등을 만들어 발표하게 합니다. 그게 곧 시험이죠.
상법(Business Law for Managers) 선생은 변호사였는데, 질문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3시간 동안 따발총 같은 강의를 이어가더군요. 미국에서 상거래와 관련한 법률에 대해 개관하는 시간으로 보면 됩니다. 몇째 주마다 교재의 문제집을 풀어오라는 것으로 시험을 대신했는데, 꼼꼼히 책을 읽고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답만 베껴가는 사람들도 있고 천차만별이죠.
2006년 겨울 학기엔 인사관리(Compensation & Performance Management) 과목이 또 있습니다. 같은 선생이 같은 교재를 가지고 두 학기 째 하는 과목인데, 지난 학기가 채용에 중심으로 두었다면 이번엔 성과보상에 중심을 두는 시간입니다. 시험 대신에 개인적으로 연구한 주제를 발표하게 하는 것으로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책 두 권을 사서 읽고 BSC(Balanced Score Card)를 발표하는 친구도 있더군요. 저는 국내 기업들의 성과 지급방식을 소개하는 것으로 쉽게 넘어갔지만 말이죠.
재무관리(Financial Management) 과목은 다양한 경우의 복리 계산방식과 주식 및 채권에 관한 이론, 현금흐름 등을 훑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무용 계산기가 없이는 수업도 들을 수 없고 시험도 볼 수 없는 과목이구요. 계산기는 월마트나 라이트에이드 같은 곳에서 20달러 대에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선택과목인 경영 의사결정(Business Decision Making) 과목은 의사결정에 관한 일반론을 개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직과 집단 개인별 의사결정의 차이를 더듬어보고 각종 통계적 확률을 통한 효율적 의사결정 방법 등을 짚곤 했습니다.
또 다른 선택과목이었던 창업(American Business-Entrepreneurship)의 경우 미국 기업 활동의 특성을 좀 알 수 있을까 해서 신청했던 것인데, 창업으로 일관된 주제였습니다. 샌디에고 지역에서 최근에 창업해서 성공한 사람들을 초빙강사로 부르기도 하고, 미국판 중소기업청(SBA) 및 은행 관계자들이 나와 창업가에 대한 자금지원 제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수업의 전반적인 내용은 본인이 창업한다고 치고 사업계획(Business Plan)을 수립해 발표하는 것이었죠. 이 선생은 마케팅 계획에 주안점을 두고, 재무계획과 개인적 창업동기를 강조하는 편이었습니다.
마지막 학기인 2007년 봄 학기엔 2학점짜리 자율학습(Directed Studies-New Business Development)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선택과목입니다. 그저 12학점을 채우는 선에서 과목을 편성했습니다.
자율학습은 그야말로 본인이 알아서 주제를 잡아 연구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우겼더니 선생은 또다시 사업계획을 마련해 발표하는 쪽으로 유도하더군요. 구글 등에서 인터넷으로 ‘Business plan’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다양한 작성법이 소개됩니다. 그런데도 사업계획 작성법(Business Plan Template)을 주고선 사업 아이디어를 잡아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발표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어로 발표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말이죠. 사업의 독창성과 수익성, 미션, 마케팅 계획 등에 주안점을 두는 선생이었습니다.
조직관리(Organizational Dynamics)는 조직과 팀, 리더십, 기업윤리, 기업문화, 보상체계, 기업내 커뮤니케이션 등을 광범위하게 다뤘습니다. 개인별 시험도 보고 팀별 시험도 치르고 팀별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구요. 이번 사업계획은 조직에 초점을 맞춰 사업환경, 기업의 목표, 리더십 유형, 관리자의 기능, 미션 및 가치, 기업윤리, 보상체계, 커뮤니케이션 및 갈등해소 전략, 5대 위협요인 및 대처방안 등을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고객관리(Customer Service Management) 과목은 고객 만족의 원천과 고객서비스 개선방법 등을 설문조사를 통해 선생과 함께 찾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고객은 기업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안에도 개인별 고객이 존재’하고,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기업 내부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물어보라’는 등의 내용이 생각납니다.
이번 학기에 신설된 과목이어서 신청해 보았던 것이 국제무역(International Trade Operations)입니다. 미국의 수출입은행과 일반 은행, 샌디에고 월드트레이드센터 아시아데스크의 중국전문가 등이 초빙강사로 나와 무역의 실상과 중국에 대한 기회와 위험 등을 짚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중국과 미국을 연계해 사업을 하는 몇 분이 함께 수강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죠. 개인별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긴급한 취재 일정이 있어 보고서만 내고 끝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9개월 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