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해외연수를 하게 된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태웅 기자입니다. 어렵사리 마련한 해외연수의 경험도 공유하고 앞으로 준비하는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제 3주일째에 돌입한 초보임을 무릅쓰고 저의 경험담을 올려놓겠습니다.
◆서울에서 대부분 준비하다
미국 정착 초기에는 집과 차, 핸드폰과 은행계좌 개설 등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을 구하는 일이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은행계좌입니다. 대부분 아파트 계약을 하는 곳에서 현금을 받지 않고 수표(한국으로 따지면 잘 쓰이지는 않지만 개인이 발행하는 가계수표에 해당됩니다)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은행계좌보다 앞서는 것은 이동수단의 확보입니다. 미국 공항에 도착해 어딜 가든지 무거운 짐을 갖고 이동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입니다. 누군가가 마중을 나와준다면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렌터카를 빌려야 합니다. AVIS, Hertz 등 한국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습니다. 렌터카를 타고 모텔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며 집을 구하는 연수생이 많습니다. 저의 경우는 고종사촌이 워싱턴DC에서 한시간 정도 북쪽의 볼티모어에 살고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은행계좌는 우리은행의 미국법인인 우리아메리카뱅크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지점 숫자는 미국계 은행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서울에서 계좌를 개설해서 필요한 돈을 먼저 송금할 수 있어 출국하면서 많은 돈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습니다.(미국 입국시 1만달러 이상이면 세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 않고 세관을 그냥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걸리면 망신 당하죠.) 또 연수를 끝내고 돌아온 이후에도 통신비 등 각종 이용료 결제를 위해 한두달은 계좌를 열어둔 뒤 나중에 폐쇄해야 하는데, 미국계 은행도 이같은 클로징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아무래도 서울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는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애난데일 지점(Seoul Plaza 4231 Markham St, Annandale, VA 22003)은 주변에 한국 식당도 많아서 일을 보고 점심을 먹기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는 집도 미리 구해뒀습니다. 8월에 연수를 오기 전인 5월에 미국 출장 기회가 있어 시카고를 갔다가 주말에 잠시 짬을 내 워싱턴DC에서 집을 물색하고 다녔습니다. 회사 직원이었던 분이 결혼을 해서 워싱턴DC에 정착한 분이 있어서 그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몇군데 집을 미리 찍어둔 뒤 직접 가보고 좋은 곳을 결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워싱턴DC 인근이라 가격이 비싼 것은 어쩔수 없고(다른 분들의 경험에 따르면 중소도시는 한달에 1000달러의 집세면 근사한 타운하우스 등을 구하지만 뉴욕 워싱턴 LA 등은 2000달러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는군요.) 집의 구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입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쇼핑몰 은행 식당 지하철역 등이 가까이 있는 곳이 최적이지만 그런 조건을 맞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학군이 좋고 한국인이 많이 모여사는 패어팩스, 비엔나, 맥클레인, 애난데일 등 보다는 조지타운대와 가깝고 포토맥강을 건너면 바로 DC로 들어갈 수 있는 알링톤에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미리 봐둔 집이었기에 한국에서 전화와 메일, 팩스 등으로 필요한 서류를 보내고 계약에 필요한 비용(신용조회 등을 위한 비용)도 신용카드로 결제했습니다. 미국 입국에 앞서 주소까지 마련한 상태였죠.
핸드폰은 미국 공항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현재 한국에도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버라이존과 스프린트(SK에서 시작한 힐리오를 인수한 회사)의 지점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계약조건이 천차만별이어서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데 한국어로 설명을 들어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버라이존의 대리점인 셀타운즈코리아(celltowns.co.kr)에서 가입했습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곧바로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삼성 Smooth’라는 단말기는 1년약정에 89.99달러이지만 2년 약정이면 공짜입니다. 대리점 사장님께서 친절하게도 2년 약정을 한 뒤 후임으로 연수오는 분에게 물려주라고 알려주시더군요. 그러면 저는 1년만에 해지하는데 따른 위약금을 물지 않아서 좋고 후임자는 새로 가입할 때 내는 계약금(약 50만원)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 서로 윈윈이라고 하더군요. 후임자는 제 명의의 폰을 갖고 다녀야하고 1년 쓴 중고를 받는다는게 흠이지만 삼성 Smooth가 떨어뜨려도 전혀 문제없고 가벼운 단말기여서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네요. 다만 결제는 자신의 계좌에서 빠져나가도록 따로 신청해야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가운데 제 폰을 물려받을 의향이 있으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자동차도 쉽게 구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17년 된 중고차를 몰고 다녔기에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버리고 미국에서 새 차를 사서 타고 다니다가 한국으로 갖고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미국서 중고차를 사서 타다가 다시 처분하고 귀국하지만 저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어차피 새 차를 사야 한다는 생각에 초기 정착비용이 부담이 되더라도 새차를 사기로 했습니다. 현대나 기아차는 한국에서 생산된 것이기에 6개월 이상만 미국에서 거주했다면 귀국할 때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한국서 생산된 것이어야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소나타 아반떼 등은 미국산으로 분류돼 관세를 내야 합니다. 현대차측에 미리 연락을 드려 딜러를 소개받았고 딜러가 알아서 등록 등 절차를 진행해줬기 때문에 편했습니다. 만약 따로 중고차를 구입했다면 스모그 체크에 차량 등록, 보험 가입까지 일일이 해야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준비와 다른 상황들
서울에서 대부분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초기 정착은 쉬우리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지만 일부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첫날 은행계좌 개설과 집 계약은 순조로왔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여권과 DS-2019 서류뿐 아니라 거주지 증명이 필요한데 아파트 계약서를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에서는 복사본이 아닌 원본을 요구하는 반면 아파트측에서는 원본은 금고에 보관하고 복사본만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그래서 계약서 원본을 2통 작성했다고 하더군요. 제 아파트는 복사본에도 매니저의 친필사인을 해줘서 원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버지니아주 내에 어떤 DMV를 가더라도 시험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이 많아서 대기표를 받는데만 2시간이 걸리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한적한 곳이라고 연수생들 사이에 소문난 Chantilly DMV(14950 Northridge Dr Chantilly, VA 20151-3809)로 가서 시험을 봤습니다. 시력테스트를 거쳐 필기시험을 보는데 버지니아에서는 교통표지판을 다룬 10개 문제는 하나라도 틀리면 불합격됩니다. 교통법규를 묻는 25개 문제는 5개 이내로 틀리면 됩니다. 홈페이지에서 매뉴얼을 다운받아 미국가는 비행기 안에서 꼼꼼이 읽어봤기 때문에 통과했지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예상 문제와는 달리 비교적 어려우므로 특히 숫자 정도는 암기해야 합니다.(예를 들어 Emergency Vehicle을 뒤따라갈 때에는 얼마 이상 떨어져야 하는 문제가 나오는데 100피트, 300피트, 500피트, 700피트 등으로 나옵니다. 정답은 500피트지만 피트가 어느 정도 거리인지 개념이 없기 때문에 300피트로 답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실기시험까지 하루에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기를 보려면 도시락 정도는 준비해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DMV에서는 실기시험을 볼 지원자가 어느 정도 인원이 채워져야 직원이 나와서 한사람씩 부릅니다. 저는 언제 부를지 몰라 계속 기다렸는데 오후 2시반이 넘어서야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허기진 몸을 이끌고 시험을 보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만 Chantilly DMV는 한국 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면 실기도 쉽게 통과시켜준다고 해서 저도 쉽게 땄습니다. 한국인이 많이 모여사는 비엔나에 있는 Tysons Corner에 있는 DMV는 예전 9.11 테러범들이 이곳에서 신분세탁을 했다는 이유로 매우 까다롭게 본다고 하니 가급적 피하시길 바랍니다.
운전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서울에서 경찰청(실제로는 운전면허시험장)이 발행하는 무사고운전경력증명서와 보험사에 발급받은 보험경력증명서를 갖고 왔습니다. 이들을 제시하면 보험료가 조금 싸진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지난해부터 각종 할인혜택을 없앴다고 하더군요. 6개월에 1100달러가 넘는 보험료를 물어야 한데다 서울서 이들 증명서를 따러 왔다 갔다 했던 노력이 헛수고라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더군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빨리빨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Comcast라는 통신회사에 케이블TV와 인터넷을 신청했더니 2주일이 걸리더군요. 그 동안 아파트 편의시설인 사이버카페에서 틈틈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불편이 매우 컸습니다.(1위 통신회사라 그럴 수 있습니다. 2위인 Cox는 빨리 가설해준다고 하는데 아파트마다 회선이 들어가는 곳이 달라서 저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대학에 등록하러 갔더니 지금 서류가 접수됐으니 학생증은 4일뒤에 가서 받고 사회보장번호(SSN·social aecurity number)는 10일 뒤에 신청하라고 말해주더군요. 미국에서는 하루에 한가지 일만 처리해도 잘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디든 가면 길게 줄을 서야 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느림의 미학 내지는 인내심이 성격 급한 한국인(특히 기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파트에 처음 입주하면 기본 가구 외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침대 소파 식탁 책상 의자 등을 일일이 구해야 하는데 1년 살 생각에 새걸로 사기는 조금 아깝습니다. claiglist라는 홈페이지에서 하나씩 구해야 하는데 품을 팔아야 합니다. 조립식이라 조금 싼 IKEA를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가구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하는 9월 이전에 여행도 다니고 가구도 갖추려면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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