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연장은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県)에 고루 퍼져있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객석 규모에 따라 종류(회장/홀/아레나/돔)도 차등화가 돼 있다. 막 데뷔한 신인들은 회관(1000석 미만)을 시작으로 홀(2000석 안팎)→아레나(1만석 이상)→돔(3만~5만석)의 순서로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공연 규모를 키워 라이브 투어를 진행한다.
부도칸(日本武道館), 요코하마 아레나(横浜アリーナ) 등 좌석이 1만~2만석인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한 뒤, 정식 앨범 발매 후 아레나 혹은 돔투어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2018년 일본 라이브 시장의 관객 동원 순위는 위와 같다.
동방신기는 2018년 1월 나고야돔과 교세라돔을 시작으로 투어에 돌입했는데 6월 ‘東方神起 LIVE TOUR~Begin Again~in NISSAN STADIUM’는 회당 7만명이 들어가는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3일간 공연을 열었다. ‘닛산 연속 3일 라이브’는 일본 그룹도 해본 적이 없는, 동방신기의 최초 기록이었다. 이후 9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비롯해 10개 도시에서 ‘東方神起 LIVE TOUR 2018 ~TOMORROW~’를 33회 열어 1년간 127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2017년 1위는 三代目JSB, 2위는 빅뱅이었다.
관객 동원 수 상위권 팀들은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돔 투어 혹은 아레나 투어를 한다. 회관에서 홀, 그리고 아레나까지 단계적으로 공연규모를 키워왔다면, 수익이 나는 시점은 아레나투어부터다. 보통 1만엔(10만원) 안팎인 티켓 수익과 해당 공연을 기념하는 제작 상품인 ‘굿즈’(Goods) 판매 수익을 합친 것이 투어 수익인데, 굿즈 수익은 통상 관객 수(티켓 가격)의 0.8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발생한다. 특히 일본 관객들은 공연 장소와 날짜가 표시된 굿즈 소비가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한 자리에서 공연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수익률은 커진다. 돔 공연장만 돌면서 공연을 하는 ‘돔 투어’의 상징성은 이 같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온다. 도쿄돔이 하루 대관료가 1700만엔(1.7억만원) 수준으로 상당히 비싸지만 하루 5만5000명 관객의 티켓 수익뿐 아니라 많게는 2배까지 나오는 굿즈 수익을 따지면 모객의 성공할 경우 큰 부담은 아니다.
일본 첫 돔구장인 ‘도쿄돔’이 1988년, 오사카 ‘쿄세라돔’과 ‘나고야돔’이 1997년, ‘삿포로돔’이 2001년 만들어졌다. 이 4개 돔을 돌며 공연하는 것이 ‘4대 돔 투어’다. 여기에 후쿠오카를 더해 도쿄/후쿠오카/오사카/나고야/삿포로를 도는 것이 ‘5대 돔 투어’, 사이타마 메트라이프돔(구 세이부돔)까지 포함하면 ‘6대 돔 투어’가 된다. 첫 ‘5대 돔 투어’는 SMAP(밴드는 GLAY, 솔로 아티스트는 쿠와타 케이스케), 첫 ‘6대 돔 투어’ Mr.Children가 했다.
일본에서도 ‘돔 투어’를 할 수 있는 그룹과 아닌 그룹의 위상이 차이가 나는데, 한국 아이돌들이 매년 돔 투어를 하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서울에도 ‘고척 스카이돔’이 완공되면서 1회당 최대 3만석 규모의 공연을 3일 연속으로 진행하는 그룹들이 나오고 있다.
돔구장보다 더 보편적 투어가 1만~2만석 규모의 아레나급 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는 ‘아레나 투어’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부도칸, 국립요요기경기장 제1체육관(재건축 중), 마쿠하리 멧세(幕張メッセ), 요코하마 아레나, 나고야 가이시홀(日本ガイシホ-ル), 오사카성홀, 마린 멧세 후쿠오카(マリンメッセ福岡) 등이 공연용 사용이 많아 가동률이 가장 높다.
수도권에서는 5만5000석의 도쿄돔 다음으로 큰 공연장인 3만7000석의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연간 가동률이 2014년(83.3%) 2015년(77.6%) 2016년(79.2%) 80% 수준이다. 보통 1년 반 전에 예약을 해야 공연을 잡을 수 있고, 13개월 전 공연 스케줄을 확정해야 한다. 원래는 경기장으로만 쓰다가 2006년 롤링 스톤즈가 처음 공연하면서 대형 아티스트들이 공연하게 됐다고 한다.
간사이에서 ‘쿄세라돔’ 다음으로 큰 ‘고베 월드기념홀 아레나’도 가동률이 2016년(68.2%) 2015년(69.9%) 70% 안팎이다.
아레나와 돔구장의 가동률은 공연용 사용일자만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와 전시회 등 다른 행사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부도칸, 오사카성홀 같은 곳은 연간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 150일 안팎인데, 무대 장비를 설치하고 리허설하고 철거하는 날짜를 감안하면 거의 공연 전용으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아레나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면 공연장, 전시장으로 사용될 아레나와 스타디움을 정비하는 것이다.
아지노모토 스타디움(도쿄 스타디움) 옆에 위치한 무사시노총합스포츠프라자(武蔵野森総合スポーツプラザ)는 2013년 ‘도쿄 스포츠제’(スポーツ祭東京)를 위해 지어졌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배드민턴과 근대 5종 펜싱, 페럴림픽의 휠체어 농구 경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재정비를 했다. 2017년 11월 완공된 이곳은 현재 다양한 행사 및 공연이 열리고 있다. 1만석 규모에 비하면 건물 면적이 넓은 것이 특징인데, 덕분에 좌석 당 점유 공간도 넓다. 무대에서 객석까지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의자가 촘촘히 들어서 있는 다른 아레나보다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스타디움 아레나 개혁지침 및 가이드북’을 보면 “스포츠의 성장 산업화를 방해하고 있는 스포츠 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전례주의 등에 관해 마인드 체인지를 촉진하는 동시에 지방 공공단체나 스포츠팀 등의 책무, 민간자금 도입을 비롯한 민간 활용의 기본방향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스타디움 아레나를 중심으로 한 관민의 새로운 공익발현 방식을 제시한다”고 돼 있다.
야구 등 ‘보는 스포츠’를 위한 아레나가 음식과 숙박, 관광 등 주변산업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노릴 수 있는 집객시설인 만큼, 자자체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경우 적극 활용하게 해주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일본은 ‘재흥전략 2016′(2008년 각의 결정)을 통해 ‘스포츠의 성장 산업화’라는 관민 전략을 세워 스포츠 시장 규모를 2015년 5.5조엔에서 2025년까지 15조엔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자체가 소유하면서 시설 계획 단계부터 정비·운영·관리까지 공공 주도로 이뤄지던 것을 수익성의 초점을 두고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경기장 시설들이 그러하듯이 향후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을 넘겨 투자자금 회수가 가능할지, 세금을 투자해 재건축/재정비한 시설을 떠맡을 민간 사업자 혹은 해당 경기장 연고지 프로팀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시부야에 위치한 ‘국립요요기 경기장’(国立代々木屋内総合競技場) 역시 비슷한 우려를 안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의 메인 경기장으로 활용될 이곳은 2016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갔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민간에 위탁해 협찬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 〇〇’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요요기 경기장은 프로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 원칙적으로는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나 J리그 경기 중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와세다 대학과 메이지 대학의 럭비 경기(早明戦)용 정도로 사용됐다. 워낙 도심에 있어 소음문제 때문에 이용시간이 제한돼 있는데다, 상업 용도도 한정적이다 보니 2013년 기준으로, 연간 유지비(약 5억엔)의 40%가 일본 그룹 ‘아라시’ 공연 대관수익이었을 정도로 공연 비중이 컸다고 한다.
이번에는 올림픽 용도로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도쿄 23구를 본거지로 하는 J리그의 홈구장으로, 원하는 곳이 있다면 기존 팀이 홈구장을 이전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음악공연 시장은 경제 회복세와 함께 2020년까지 연평균 3.8%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수도권 인근 아레나들이 시설개선을 하게 되면서 공연 시장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