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소통의 학교

by

매주 일요일 오후 메일함을 연다. 꼭 챙겨봐야 할 3개의 메일이 있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
이 보낸 메일,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보낸 메일이다. 담임 선생님 메일의 메시지는 한주 계획이다. 이번주
수학 수업의 포인트, 과학 수업의 내용, 사회 수업의 방향 등을 설명한다. 소풍 등 이벤트에 대한 설명도
담는다. 그리곤 한주 계획표를 첨부한다. 선생님 메일을 보면 한 주 흐름을 알 수 있다. 무엇을 미리 준
비해야 하는지, 숙제와 시험은 언제 예정돼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교장 선생님의 메일도 흥미롭다.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학교 일정을 알려준다. 이들의 ‘소통’ 노력은
거리감을 줄여준다. 이들 메일의 마지막 문장은 “If you have any questions or concerns, please feel
free to contact me.”다. 처음엔 의례적으로 쓰는 표현으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오픈 마인드’다.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 그 때마나 상세한 답을 준다. 그리고 학부모의 의견을 들어주고 반영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도 강하다.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있었던 일 하나. 학교 교장은 올해부터 ‘카페
테리아 운영 시스템’을 변경하겠다고 고지했다. 골자는 점심 시간(30분) 중  silent time(25분)을 두겠
다는 것. 점심 시간 처음 5분과 마지막 5분만 대화할 수 있고 중간 20분 동안은 조용히 식사만 하자는
제안이었다.


시범 운영에 들어가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은 말할 자유를 빼앗겼다고 반발했다(쉬는 시간이 따로
없는 만큼 아이들이 서로 떠들 시간은 점심 시간밖에 없다) 아이들의 반발을 전해들은 일부 학부모는 점
심시간에 동참해 현장을 파악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지만 찬성
의견도 있었다. 심한 소음으로 인해 아예 식사를 못하는 애들이 적잖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소통’과 ‘타협’으로 해결됐다. 학생 대표자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 교장에게 전달했다.
아이들의 의견 전달을 건방지다고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게 교장의 모습이었다. 학부모들
도 의견을 전했다. 교장과 운영위원회는 버티기보다 타협하는 안을 찾는 데 주력했다. 음악을 들으며 식
사를 하는 시간을 10분으로 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두자는 안이 만들어졌다. 합리적 소통 과정
을 배울 수 있는 한 사례였다.
 
Tip)
1/ 미국 학교 선생님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은 관행이다. 겨울방학 전(크리스마스 전), 여름 방학 전
   2번 정도다. 선생님 생일에 맞춰 선물을 주기도 한다. 학부모 대표가 전체 메일을 보내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개별적으로 한다. 학부모 대표가 선생님의 취향을 알려주기도 한다. 예컨대 커피
   를 좋아한다거나, 애완견을 키운다거나, 보라색을 좋아한다거나. 미국은 기프트카드가 활성화된 만큼
   15불선에서 스타벅스 기프트카드 정도가 무난하다.
 
2/ 많이 보이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동서양이 같다. 부모가 학교에 자주 등장해 선생님을 만나면 그
   만큼 아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자원 봉사를 활용하는 게 좋다.  학교에선 행사 때마다 자원 봉사
   를 요청하는 데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참여하면 된다. 도서관 봉사, 유인물 봉투 넣기 등 영어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 봉사도 적잖다.
 
3/ 미국은 이벤트가 많다. 할로윈 등 이미 익숙해진 이벤트는 물론 ‘듣보잡’ 이벤트도 적잖다. 퓰리처
   상을 받은 ‘Dr. seuss’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학교에서 열기도 한다. 그런 날은 ‘드레스 코드’를
   맞춘다. 학교에서 미리 공지를 해주기도 하지만 쇼핑몰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슨 이벤트 시즌이 다
   가왔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저학년일수록 관심을 갖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