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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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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푸릇푸릇한 잔디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거리에는 자동차가 한가하게 오가고 인도를 따라 젊은 남녀가 헤드폰을 낀 채 조깅을 즐기고…

3월의 마지막날,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포드대학 기혼자 기숙사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LG상남재단 해외연수자로 선발돼 지난해 8월 이곳에 도착한지 이제 8개월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시간은 총알같이 지나가는군요. 기자생활 11년만에 미국연수 기회를 잡고 부푼 마음으로 온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수기간의 절반이 훌쩍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등지에서 연수를 하고 있는 동료들이 이미 좋은 경험담을 많이 올려놓아서 제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영양가없는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또 여기서 제가 겪고 느낀 것을 그저 저 혼자의 경험으로 품고 있는 것도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수를 준비중인 기자동료들과 스탠포드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수를 오기까지



한국에서도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스탠포드대학은 미국 명문사립대학중의 하나입니다. 1891년 10월 1일 문을 열었으니까 올해로 꼭 110년째가 되는 군요. 제가 스탠포드대학을 선택하게 된 과정은 다른 기자연수자들과는 약간 다르고, 바로 이 점때문에 지금까지 스탠포드의 “쓴 맛”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저는 1999년 초 시경출입을 마친뒤 연수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서울지검, 국방부, 시경 등을 거치며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고 기자생활 11년정도 했으니 이제 전환점을 찾을 때가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정규 석사코스를 지원해서 학위를 따자는 생각을 하고 저녁 술자리를 줄여가면서 틈틈히 영어공부를 해서 토플과 GRE를 보고, 아는 교수들 한테 부탁해 추천서까지 받아서 스탠포드를 비롯한 저널리즘 스쿨 다섯군데에 지원서를 냈습니다. 그중 스탠포드에서는 1년만에 석사학위과정이 끝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비의 3분의 2를 면제해주겠다는 오퍼까지 왔습니다. 주저할 이유가 없었지요. 그게 얼마나 고생스러운 과정인지를 그 때는 까맣게 몰랐습니다. 스탠포드대학 저널리즘 코스는 한국학생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고 박사과정에 있는 한국학생들도 저널리즘 석사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고요.

아무튼 미국 대학에서 합격은 했고 회사에서도 LG상남재단 지원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문제는 LG에서 합격하느냐였는데 경쟁율이 다른 해에 비해 다소 높아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선발됐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중 상당수는 제가 LG에서 선발된 비결을 듣고 싶어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여기 있는중에도 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제 생각을 써볼까도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이글의 목적이 해외연수기이지 연수합격기가 아닌데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해서 글로 띄운다는게 자칫 오해의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가 갈리는 이삿짐 지연도착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9월말 학기가 시작하기때문에 한달 여유를 두고 8월말 도착해서 기숙사에 들어갔습니다. 짐은 배로 40여일전에 부쳤기 때문에 옷과 생필품 몇가지만 챙겨 갖고 왔는데 제가 미국에 도착한 무렵 오기로 한 이삿짐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초 해운회사측에서는 때마침 선적을 앞둔 배가 있어 한달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했는데 직원들의 행정착오로 짐을 늦게 보낸 것입니다. 9월초에야 그회사의 LA지사에 짐이 도착했는데, 서북부지역으로 가는 짐을 모두 모아서 한꺼번에 보내기 때문에 창고속에서 10일이 넘게 재우고 있다가 9월중순에야 겨우 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것은 정말 말로 다하기 힘듭니다. 주위에 있는 한국유학생집에서 침구를 빌리고 하루하루 끼니 해결하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해운회사 LA지사에 전화하면 “본사에서 선적이 늦어졌다. 곧 도착하니 며칠내로 배달해주겠다”는 대답뿐이고, 서울 본사에서는 LA지사에 연락해보겠다며 대책없는 책임회피로 일관했습니다. 내일간다…아니 모레출발한다…이런식의 몇차례 약속파기로 결국 우리 가족은 변변한 여행조차 하지못하고 시간을 죽여야했습니다. 결국 손해배상을 일부 받아내기는 했지만 그간의 고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삭지 않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있는 한국유학생들 이야기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군요.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 있는 회사를 상대로 싸운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더구나 보상을 받아내기는 정말 힘듭니다. 외국에서 변변한 생활도구도 없이 지낸다고 한번 상상을 해보십시요. 당해보지 않으면 그게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지를 잘 모릅니다.

외국으로 나가기로 했으면 이삿짐처리에서부터 신경쓰시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잘 알아보십시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삿짐회사에서 짐을 가져갔다고 전적으로 그 사람들을 믿지 말고 한국에 있을 때 약속한 날짜에 선적은 했는지, 짐이 예정대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확인하십시요. 처음에 계약을 할 때 짐처리 일정을 확실하게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물건은 우편으로 부치는 것도 좋은 방법인듯합니다. 물론 가구처럼 덩치 큰 것은 안되지만 왠만한 주방용품과 옷, 이불정도는 큰돈 안들여도 가능하거든요.



* 생활용품과 자동차 구입하기



짐은 왔지만 이것 저것 자질구레하게 살 것이 많았습니다. 미국에 온 김에 돈이 들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겠다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만 저는 중고물품으로 대충 연수기간을 때우기로 작정한 탓에 다리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그중에서도 “Good Will”이라는 곳에서 많이 구입했습니다. Good Will은 미국사람들이 기증한 중고물품을 판매해서 수익금을 자선사업에 사용하는 일종의 신용조합입니다. 미국에 도착하면 주변에 Good Will 매장이 있는지 알아보고 경험삼아 한번 들려보십시요. 다리품만 잘 팔면 옷이나 그릇, 전자제품, 가구 등을 아주 헐값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Garage Sale이라고 주말이면 사람들이 이사를 하면서 자기 물건을 싼 값에 내놓는 일종의 벼룩시장도 자주 서니까 찾아보면 상당히 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생활용품 못지 않게 자동차구입하는 것도 큰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없이는 꼼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가 한두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새차 아닌 중고차를 사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중고차를 사는 방법은 대략 세가지 정도로 요약되는데, 우선 브로커에게서 사거나, 신문 혹은 인터넷광고를 통해, 또 학기가 끝난후 이곳을 떠나는 한국유학생들에게 사는 방법이 그것이죠. 참고로 www.edmund.com은 전문가들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각 차종의 사양, 특징, 단점, 가격 등을 자세히 기록해놓은 인터넷사이트로 좀더 저렴한 가격에 개인취향에 맞는 차를 구입하려면 한번쯤 방문해볼만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아주 고가 자동차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현대 아반테나 소나타정도 선에서 구입하려면 새차든 중고차든 일제차(구체적으로 토요타나 혼다)가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물론 연식과 마일리지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제차는 나중에 팔기도 좋고 중고차라 해도 성능이 괜찮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입니다. 미국이 자동차천국이고 세계각국에서 만든 자동차의 전시장이라고 하지만 일제차의 점유율이 엄청나게 높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는 증거겠지요.

저는 일단 여기 도착해서 차를 렌트한뒤 신문에 나온 중고차 광고를 부지런히 쫓아다녔고, 그 덕택에 썩 괜찮은 조건에 중고차 하나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차를 두고 흥정하는데만 이틀이 걸렸는데, 미국사회에서는 흥정이라는게 물건을 사고파는데 필수적인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절대로 딜러의 말을 믿지말고 가격 흥정하는걸 치사하다거나 점잖치 못하다고 생각치 마십시오. 돈을 아끼는 지름길입니다.



이번회는 이정도로 하고 다음회 에는 스탠포드 대학 생활중 영어와 관련된 부분을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