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사다 (2) – 유니버설 스튜디오 VIP 체험기.
지난 크리스마스 때 못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예약하려고 보니 달라진 게 있었다. 바로 지난 2월에 오픈한 ‘닌텐도 월드’. 아이가 슈퍼마리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때 갔으면 못 보고 왔겠다 생각하니 이번에 가게 된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번에 환불 때문에 혼쭐이 난 터라 이번에는 Express 티켓을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기 ‘excluding Mario Kart’라고 써 있었는게 아닌가…좀 알아보니 가장 인기있는 마리오카트는 언제 가든 2시간 기다리는건 기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에 갔을 때 대기시간이 200분인걸 확인했다.) 그렇다고 거기까지 가서 닌텐도 월드의 핵심인 ‘마리오 카트’를 안타고 그냥 올 수도 없고 고민이 됐다. 차라리 디즈니랜드처럼 지니플러스가 있는 사람도 추가 비용을 내게 하고 줄을 안서게 해주는 게 있으면 나으련만…(참고 : 디즈니랜드에서는 Mickey& Minnie’s Runaway Railway, 디즈니 어드벤처파크에서는 Radiator Springs Racers 등 몇 개 놀이기구는 20불을 추가로 내야 라이트닝 레인을 이용할 수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문의했더니 마리오 카트를 유일하게 줄을 안 서고 탈 수 있는, 티켓이 VIP experience이고 심지어 Unlimited express access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VIP티켓을 샀다. 디즈니랜드에 비해 몇 배나 되는 훨씬 비싼 비용을 내며 시간을 산 셈이다.
VIP 체험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도착해 발렛파킹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입장권을 확인하는 입구를 통과하고 나면 작은 VIP 전용 건물이 있다. 거기 들어가면 1층에서 몇 시 예약인지를 확인하고 목에 거는 VIP 입장권을 주고, 담당 가이드를 안내해준다. 2층에는 커피와 쥬스,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 등 다과가 마련되어 있다. 예약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오라고 한 이유가 이것이었다. 다과를 먹고 있으니 담당 가이드가 와서 인사를 건넸고, 함께 투어를 같이 할 팀과 만나 간단한 안내를 받고 출발했다.
15분 간격으로 있는 VIP팀은 가이드 한명이 12-13명을 인솔하게 되는데 놀이기구를 탈 때는 정말 줄을 서지 않는다. 전용 입구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바로 입장이다. 디즈니랜드가 미리 예약하는 식으로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였다면, 여기는 그냥 바로 가면 된다. 놀이기구에 따라 기다리는 것도 있지만 그 시간 역시 디즈니랜드에 비해 훨씬 짧다.
우리는 10시 30분에 투어를 시작했는데 11시 30분에 Water World 쇼를 보기 전까지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 Flight of the Hippogriff, Revenge of the Mummy, Mario Kart까지 무려 4가지나 탈 수 있었다. 공연장에 11시 20분도 안 돼 도착했으니 50분만에 4가지를 탄 셈이다. 놀라웠다. 한마디로 시간을 돈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와닿았다.
Water World 쇼장에 들어가니 VIP 팻말을 든 사람이 전용 좌석 구역으로 안내해줬다. Water World는 쇼의 특성상 객석에 물을 많이 뿌려서 옷이 흠뻑 젖는 경우도 있는데, 안내받은 좌석은 물이 안 튀면서 쇼가 잘 보이는 중앙 블록의 중간 자리였다. 쇼가 끝나고 The Secret Life of Pets를 하나 더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VIP 체험을 하는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어서 붐비지 않았고 뷔페로 이용할 수 있었다. 뷔페라고 호텔 뷔페를 떠올린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고, 그래도 샐러드와 생선, 파스타, 고기 등 먹을만한 것들은 꽤 있었다. 특히 디저트는 아이들을 겨냥한 듯 초콜릿을 입힌 딸기와 타르트, 케익등 다양한 종류가 마련돼 있었고 음료와 차 종류도 제법 많았다.
1시간의 점심 식사가 끝난 뒤 오후 일정은 스튜디오 투어로 시작했다. 두 개 팀이 전용 차량에 탑승해서 스튜디오 건물들을 함께 돌아보는 것이다. 각각의 스튜디오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고, 특정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는 차에 탄 채로 4D 체험도 할 수 있었다. 지하철 사고 상황이나 홍수가 나는 등의 가상 상황도 실제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스튜디오 투어 체험은 일반 스튜디오 체험을 해도 똑같다. 탈 것이 대형 트램으로 달라지고 가이드의 설명을 방송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그 밖에 다른 점은 두 가지이다. 일반에 오픈되지 않는 스튜디오 공간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과 야외 세트장을 실제로 돌아다니며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시대별 가구와 장식품들이 전시된 소품 창고에 들어갔고, 1930년대 배경과 비행기 추락 현장 등의 야외 세트장을 걸어서 살펴볼 수 있었다. 단단해보이는 무기가 실제로는 말랑말랑한 폼재질임을 만지면서 확인해보고, 세트장의 집도 실제로는 벽돌이 아닌 것을 직접 만져보는 것은 또 다른 체험이었다.
스튜디오 투어에 이어 Jurassic Wolrd와 Transformers 놀이기구를 타고 투어는 4시 반쯤 끝났다.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5시간 동안 7가지 놀이기구를 즐기고 1개의 쇼도 본 셈이다. 투어가 끝나면 그 때부터는 자유 시간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탈 수 있었다. 우리는 투어때 못 탔던 쿵푸팬더와 미니언즈를 탔고, 아이가 좋아하는 마리오 카트도 다시 탈 수 있었다.
유니버설 VIP체험은 말 그대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 가치가 있음을 끊임없이 느끼게 해준다.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놀이기구 탈 때 손님들의 가방도 들어주고, 기념이 될만 한 장소에서는 사진도 찍어준다. 물론 팁을 바라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결국 마지막에 팁을 줬다.) 그런 서비스들은 분명 내가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줬다. 또 별것 아니지만 생수도 무료로 제공되고 물이 튀는 놀이기구를 탈 때 입으라고 비닐로 된 판초도 나눠준다. (아침에 모일 때 한 병, 오후에 스튜디오 체험할 때는 차의 아이스박스에 생수가 쌓여있다.) 점심 뷔페도 놀이공원에서 파는 패스트푸드들에 비하면 매우 훌륭하다. 무엇보다 놀이기구를 탈 때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어디를 먼저 갈지 동선을 짜며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크다. 전날 디즈니랜드와는 너무 다른 경험이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여행이라면 정말 추천한다. 아침 다과에 점심 뷔페, 발렛파킹 비용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비싸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단점도 있다. 가이드를 따라 다녀야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동선으로 움직일 수 없고, 중간 중간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것도 아무래도 개인이 다니는 것보다 제약이 있다. 마리오 카트를 타지 않아도 되고, 극성수기가 아니라면 Express티켓을, 비용은 좀 들어도 단 한번의 방문이 될거라 특별한 체험을 해보길 원한다면 VIP체험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