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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계절을 알리는 소소한 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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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계절을 알리는 소소한 축제들-봄엔 튤립, 가을엔 사과!

시애틀은 우중충한 겨울 날씨로 유명합니다. 폭설이 잇따르는 다른 주들에 비해 기후는 다소 온화(?)한 편에 속하지만, 10월부터 늦게는 5월까지 내리는 비 때문에 없던 우울증도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겨울 햇볕이 귀합니다. 지난 연말에는 폭설로 열흘여 간 도시가 마비되더니 지난 2월 마지막 날 쏟아진 폭우는 50년 만에 최대 강우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처럼 이상 기후가 뚜렷한 속에서도 어느새 겨울의 끝이 보입니다. 오후 4시만 돼도 어둑어둑해졌던 겨울의 긴 터널의 끝을 알리는 축제도 시작됐습니다. 축제 시기 시애틀 찾을 기회가 있다면 한번 들러보셔요!

*4월은 튤립 축제의 달

4월 한달간 스캐짓 밸리 일대에서 열리는 튤립 축제(Skagit Valley Tulip Festival)는 지난 198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북미 최대 축제 중 하나입니다. 알고보니 스캐짓 밸리가 세계 5대 튤립 도시에 포함되더라고요.
스캐짓 밸리는 시애틀에서는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4월이라도 여전히 날씨가 쌀쌀해 두터운 옷을 입는 게 좋습니다. 또 땅이 조금 질어서 장화나 부츠를 신으면 훨씬 편합니다. 농장별 규모가 좀 차이가 나고 입장료도 각기 계산됩니다.
표는 현장에서 구입해도 되지만 튤립 축제 홈페이지(https://tulipfestival.org)에서 농장별 입장료를 미리 구입해 가면 현장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루젠가르드(Roozengaarde)

5에이커가 넘는 전시 정원을 비롯해 50에이커에 이르는 튤립과 수선화밭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여행지입니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인 만큼 각양각색의 튤립뿐만 아니라 수선화, 유채꽃 등 다양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있지 않고 별도의 포토존도 따로 없다보니 처음에는 감탄하던 아이가 나중에는 약간 심심해했습니다.

워낙 농장 규모가 커서 2시간 내내 걸어다녀도 다 둘러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축제와 관련된 상품의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지만, 튤립 한 다발에 6달러 정도여서 기분 내기 좋았습니다.

[사진설명] 루젠가르드를 가득 메운 다양한 색상의 튤립들.

튤립타운(Tulip town)

루젠가르드에서 벌벌 떤 기억 때문에 단단히 준비한 덕분일까요. 보다 여유롭게 꽃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튤립타운은 루젠가르드에 비해 규모는 훨씬 적었고, 루젠가르드 인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튤립 상당수는 아직 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람차를 타고 농장 전체를 둘러보고 꽃밭 곳곳에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아이가 무척 좋아했습니다. 루젠가르드에 비해 관련된 기념품이 훨씬 다양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3월은 워싱턴대에서 벚꽃 구경을

3월 중순부터 하순까지는 워싱턴대에서 벚꽃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대는 역사와 전통뿐만 아니라 수잘로 도서관(Suzallo and Allen Library)과 버크 자연사박물관(Burke Museum), 헨리 아트 갤러리(Henry Art Gallery)등 볼거리가 풍부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3월엔 교정 일부를 가득 메우고 있는 벚꽃으로도 유명합니다. 주말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습니다. 시애틀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10월엔 사과 따러 가보자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재배되는 사과의 절반 가까이(42%)가 생산되는, 미국서 가장 많은 사과 수확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9~10월이 되면 사과 수확의 계절인데 여러 사과 농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워싱턴주 내 곳곳에 사과 따기 체험이 가능한 농장이 많은데, 핼러윈데이용으로 쓰일 크고 작은 호박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밭도 덩달아 볼 수 있습니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는 밤에 귀신의 집 이벤트를 여는 농장들도 있습니다. 각 농장에서 파는 애플 사이다가 별미입니다. 용량 큰 건 품절이 빨라 미리 사놓고 농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The Farm at Swans Trail

5에이커에 이르는 규모의 스완 농장은 스노호미쉬 강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농장의 가을 축제는 9월 중순부터 시작됩니다. 사과 따기는 물론 옥수수 미로 탐험, 동물 농장, 호박 밭 뿐만 아니라 거대 미끄럼틀, 트램펄린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놀이시설까지 마련해 놓고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입장료를 구입(https://swanstrailfarms.com )하면 종이팔찌를 주는데 그게 있으면 어디서든 놀 수 있습니다. 사과는 농장에서 제공해주는 주머니에 담으면 되는데 1파운드 당 4달러 정도였습니다.

Stocker Farm

스토커 농장(https://www.stockerfarms.com) 역시 스노호미쉬에 위치해 있습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토커 농장은 7월엔 블루베리, 10월엔 가을 축제를 엽니다. 드넓은 해바라기 밭을 비롯해 옥수수 미로, 호박 헛간, 어린이 자전거 트랙, 트랙터 미끄럼틀, 농구장, 동물 기차 등 아이들을 사로잡는 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스완농장보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 시설이 더 다채로웠습니다. 스완 농장처럼 스토커 농장 역시 하루 종일 있어도 지겹지 않습니다. 여기도 입장료가 별도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