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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정착 한 달: 운전면허증, 자동차 보험, 중고차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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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정착 한 달: 운전면허증, 자동차 보험, 중고차 구매

초기 정착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목돈이 필요한 부분이 자동차 관련 일 겁니다. 운 좋으면 한국에서 차를 구할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엔 운전면허증 교환이 늦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차를 빌린 뒤 중고차를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미국의 중고차 가격이 껑충 뛰면서 신차와의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고 할인 폭도 거의 없어 새 차를 사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결국 중고차를 택했습니다. 탁송료도 만만찮은 데다가 마음에 드는 새 차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더라고요. 렌트 비용이 너무 비싸서 부담스러웠지만 그새 중고차를 충분히 검색하고 둘러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 운전면허증 교환 및 렌트

워싱턴주의 경우엔 한국 운전면허증을 인정해줘서 별도의 시험 없이 주 면허증으로 교환해줍니다. 문제는 코로나 때문에 무조건 DMV(dol.wa.gov)에 예약하고 방문해야 하는데 예약잡기가 엄청 어렵다는 겁니다. 저는 집 근처 DMV를 방문하고자 했는데 입국하기 한 달여 전에 예약을 시도했더니 8월엔 한 자리도 없더군요. 결국, 9월 초순으로 간신히 날짜를 잡았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다면 반드시 DMV 예약은 미리 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예약하고 가도 차례가 되기까지 30분은 기다렸습니다. SSA와 달리 사람들은 제법 있었지만, 의자를 최소 1.5m 이상 띄우고 시차를 두면서 번잡한 상황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생각에 참을 만했습니다.
제가 준비해 간 서류는 1) 여권 2) I-94 3) 한국 운전면허증 4) DS-2019 5) 운전경력증명서(한국 경찰서에서 영문으로 뗄 수 있습니다) 6) 거주지를 증명할 수 있는 렌트 계약서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온 각종 우편 7) 한국 운전면허증 영문 영사관 공증 입니다.
사례별로 다르긴 하지만 서류는 되도록 많이 준비해갈수록 좋습니다. 서류가 부족할 경우 다시 준비해야 하는데 또 그만큼 시간이 늦어지는 거거든요. 한국 경찰서에서 신청하면 한국 운전면허증 뒤에 영문도 등록(1만 원 소요)해줍니다. 하지만 이것도 복불복이라 한국 영문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 DMV도 제법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문 등록을 한국에서 해놓고 시애틀총영사관 방문 예약(인터넷으로 신청)을 신청한 뒤 운전면허증 영문 공증을 받는 방법도 병행했습니다. 공증비용은 4달러인데, 결과적으로는 공증받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방문한 DMV에선 운전면허증 공증을 요구했거든요.
운전경력증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하필 면허증을 갱신하는 바람에 한국면허증 앞면에 발급 일자가 2021년으로 돼 있었습니다. 운전경력증명서도 같이 제출하면서 사실은 면허증 발급받은 지 20년이 넘었다며 설명을 하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면허증에 필요한 증명사진을 즉석에서 찍고 서류절차를 마친 뒤 등록비용 90여 달러를 내는 데만 30여 분 이상 소요됐습니다. 면허증 번호가 적힌 서류를 한 장 주면서 면허증이 우편으로 올 때까지 쓰라고 하는 말로 운전면허증 업무는 마무리됐습니다. 분실 없이 우편으로 도착할까 조마조마했는데 12일 만에 무사히 왔습니다.
운전면허증 교환 신청 때까지 엔터프라이즈(www.enterprise.com)에서 2주간 빌렸습니다. 우버를 며칠 타봤는데 편하긴 하지만 팁까지 주다 보니 새는 돈이 만만찮았습니다. 안전한 업체라고 추천받았는데 확실히 차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국제면허증으로 빌려서인지 보험료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차를 빌린 뒤 틈틈이 차를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현대 영업점이라고 해도 중고차는 다양한 브랜드를 갖춰놓고 있었습니다. 타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현대, 기아, 폭스바겐, 카맥스 등 집 주변에 있는 다양한 영업점을 둘러봤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선택한 뒤 영업점을 방문해 시승해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예약하지 않아도 시승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저는 그냥 안전하게 예약한 뒤 시간 맞춰 방문했습니다. 어떤 기종이냐, 어떤 영업점이냐에 따라서 같은 기종이라도 차량 가격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특히 카맥스는 믿을 만하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기종이라도 가격대가 제일 높아 제외했습니다. 카팩스를 통해 차량 이력을 확인(영업점에 요청하면 대부분 보여줍니다)하고 영업점 보장 차량임을 확인(영업점에서 보장하는 차량은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A/S와 이력이 확실합니다)한 뒤 최종적으로 원하는 차량을 선택했습니다.

* 자동차 보험 및 중고차 구매

한국에서처럼 미국도 인터넷 보험이 훨씬 싸서 인터넷 보험 가입을 시도했습니다. SSN이 없고 현지 운전면허증이 없는 상태에서 택할 수 있는 자동차 보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레시브(www.progressive.com), 스테이츠 팜(www.statefarm.com) 등 다양한 업체들 가운데 무료 견적상 가장 저렴했던 GEICO(www.geico.com)를 선택했습니다.
무료 견적을 낸 뒤 한 이틀이 지나자 전화가 오더군요. 아직 운전면허증을 교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운전을 오래 했다고 하니 증명 서류가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그동안 가입했던 보험증서(한국서 영문 PDF로 발급)들과 영문 운전경력증명서를 보냈습니다.
운전면허증 번호를 발급받고 차량 구매 하루 전 내가 사고자 하는 차량의 VIN 번호를 넣고 본격적으로 가입 절차를 밟았습니다. 차량을 사자마자 보험 가입이 바로 될 수 있도록 마지막 보험료 지급만 남겨두고 모든 절차를 이행해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보장을 어디까지 하느냐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데요. 저 같은 경우엔 인피, 자차 상해 등과 관련해서 보장을 높였더니 애초 반년간 400달러 남짓하던 보험료가 640달러로 올라갔습니다.

차량 구매 당일(이것도 예약을 해뒀습니다) 현장에서 차량 구매와 보험 가입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보험의 경우 보험료만 지급하면 되도록 했는데 인터넷으로 데빗 카드 결제가 안 돼 진땀을 뺐습니다. 가이코로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대답을 하니 인터넷 결제가 이뤄져 반년치 보험료를 무사히 결제했습니다. 앱으로 증서가 바로 확인되고, 보장 범위도 알 수 있어 대단히 편리합니다. 꼭 GEICO가 아니더라도 SSN를 미리 받았거나 현지 운전면허증이 있다면 여러 업체를 비교해보시고 가입하길 권합니다.
보험 가입을 완료한 뒤 차량 구매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미국에선 데빗 카드로는 차량 구매가 안 되고 은행 수표(Cashier’s Check)로만 가능하더군요. 그런 줄 모르고 전날 데빗 카드 한도를 3만 달러로 늘려놓는 바보짓을 했습니다. 신용카드가 있었어도 구매가 안 됐을 것 같긴 합니다. 곧장 인근 체이스 은행에 들러 은행 수표(수수료 8달러 별도)를 발행한 뒤 영업점에 지급했습니다.
정식 번호판이 나오기 전까지 임시 번호판을 달아줬습니다. 아직 번호판은 받지 못했지만, 소소하게 돌아다니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중고차이긴 하지만 차를 마련하고 나니 정착을 마무리 지은 듯해 한시름 덜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