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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북경일기(4)-거류증수속과 중국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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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거류증 발급수속을 직접 해보면 중국행정의 일단이 보인다. 특히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중국행정의 본질을 어느정도 읽을수 있는 잇점이 있다. 때문에 불편하고 황당하긴 하지만 중국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꼭 거류증 수속을 직접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베이징에서 주재하는 국내 상사 주재원들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직접 해주거나 대리사무소를 통해 거류증을 발급 받기 때문에 수속 과정에 어떤 재미(?)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같은 거류수속이 귀찮을 경우 관광비자로 입국해 3개월마다 비자연장을 하면 되지만 연장할 때마다 베이징시 첸정추(簽證處,시 외사국)를 찾아야 하고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어느나라나 비슷한데 중국 역시 입국 후 한달이내에 거류증 수속을 끝마쳐야 한다. 물론 학생신분(X비자)이나 취업해 입국하는 (Z비자)등 장기체류하는 외국인들이 거류증 발급 대상이다.입국전 국내 한 여행사를 통해 입국후 거류증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트집잡히지 않기 위해 문제가 된다는 신체검사의 경우 주한 중국대사관이 지정한 NEODIN 의학연구소 중앙병원(종로구 청진동 소재)에서 했고(비용은 개인당 5만여원) 검사용지까지 중국국립병원에서 직접 보내온 용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막상 외사국을 찾았을 때 현지 베이징 시 공무원의 반응은 싸늘했다.

(참고로 베이징시 외사판공실 첸정추는 조양구 동직문 근처에 위치해 있다. 동직문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인 10위안이면 된다)

외사국 공무원은 먼저 한국에서 한 신체검사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베이징 시가 지정한 허핑(和平)병원으로 가서 신체검사용지를 바꾸고 승인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지정한 한국 병원에서 했고 검사 역시 중국정부가 요구하는 항목을 완벽하게 했다고 따졌다. 그러나 20세 남짓한 여성공무원은 막무가내였다.

그나마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이기 때문에 승인을 요구하는 것이지 다른 병원에서 했다면 아예 허핑병원에서 다시 신체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10여분을 따지자 굳은 표정의 아가씨는 아예 자리를 떠버렸다. 할 수 없이 허핑병원을 찾을 수 밖에..

오전 11시까지만 접수를 받는다는 말을 듣고 다음날 병원을 찾았는데 5층 접수실에 접수하기 위해 1층부터 줄을 서야했다. 한시간 정도 지나 서울에서 한 신체검사결과를 그대로 접수시켰더니 일단 47위안(약 8천원)의 접수비용을 요구했다. 그제서야 외사국 공무원이 신체검사 승인을 이 병원에서 다시 받으라는 이유를 알았다. 하기사 이래저래 중국에서 외국인은 봉이니깐….

하얀 간호복에 때가 덕지덕지 묻은 간호사는 오후 2시 이후에 서류를 찾으러 오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병원어느곳에서도 외국인을 상대로 웃거나 친절한 말한마디, 또 자세히 느린속도의 중국어로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너가 필요하면 너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제는 어느정도 적응이 됐지만 베이징 도착한지 한달도 안됐을땐 이들의 불친절 때문에 적잖히 화를 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화지만 이것도 중국문화의 큰 특징중 하나다.

오후에 신체검사 승인서류 찾고 나서 느낀 또다른 황당함. 검사항목을 꼼꼼히 따져 보고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서류인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오전에 냈던 그대로다.

다른게 있다면 맨 윗장 메모종이에 허핑병원 도장하나가 덜렁 찍혀 있는게 아닌가.

바로 이 도장 하나 받으려고 47위안을 지불하고 물어물어 허핑병원까지 찾았던 것.

외사국으로 달려가 서류를 접수시켰더니 그제서야 모두 통과다. 물론 2백위안의 접수비용을 별도로 내야했다. 거류증은 일주일쯤 후에 나왔다.

이같은 수속이 중국에서 가장 싸게 거류증을 받는 경우다. 만약 한국에서 주중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이 아닌 별도의 병원(서울대 병원이나 삼성병원등 초일류병원도 소용이 없다)에서 신검을 받았을 경우 허핑병원에서 약 6백위안을 내고 X레이와 매독검사, AIDS검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또 대리인을 통해 거류증을 받을 경우 수속비용을 개인당 1천위안까지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힘들더라도 본인이 직접 거류증을 수속을 밟다보면 중국행정 시스템이나 중국병원 수준의 일부분이 보인다. 이것도 적지만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라면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