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통해 알아보는
미국에서 안전(?)하게 야간 활동하는 법
미국의 불안한 치안 얘기는 말을 꺼내 봤자 입만 아플 정도로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가 있는 노스캐롤라이나(NC)의 캐리(Cary)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이러다보니 낮은 물론, 밤에도 야외 활동을 하는 로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모습을 본 필자도 초반 짧은 정착기간이 지나간 뒤 야간활동을 자주 했다. 아이와 함께 밤에 공원을 산책하고, 운동을 하고, 스포츠 경기나 영화 관람을 하는 등의 밤에도 다양한 여가활동을 했다. 1년이라는 어찌 보면 짧은 시간만 주어진 것이어서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연수기를 통해 밝히고 싶다. 필자는 야간 활동 중 지금 생각해봐도 아찔한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이방인으로서 타지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총기 소지가 허용된 나라에 살고 있는 만큼, 가족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필자의 아찔했던 실제 경험 몇 가지를 소개한다.
■ 이유 없이 뒤에 따라 붙은 차…공포의 3분
그날도 공원에서 늦게까지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고 짐을 챙기며 돌아갈 채비를 했다. 공원에는 우리 가족 말고도 몇 명 더 운동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차를 몰고 공원을 나서기 시작했다. 차를 몰고 나가던 중 갑자기 뒤에 차가 붙었다. 좀 떨어져서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붙어서 따라왔다. 필자는 먼저 앞서 가라는 취지에서 샛길로 잠시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이 들어간 샛길로 그 차가 함께 따라 들어온 것이다.
그 샛길은 그냥 공원에 있는 또 하나의 주차장일 뿐이지 들어올 이유가 전혀 없는 길이었다. 이상하다고 느낀 필자는 잠시 차를 세웠다. 그랬더니 뒤의 차도 함께 차를 따라 세웠다.
필자가 우회전을 하면서 다시 가니 뒤차 역시 우회전을 하면서 붙어서 따라왔다. 의도적으로 우리 차를 뒤따라오는 게 맞다고 확신했다.
그 순간 아내와 아이는 겁에 질렸고, 필자도 심상치 않는 느낌을 받았다. 서둘러 차를 몰아 공원에서 나오는 길로 들어섰다. 다른 차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넓고 넓은 공원에는 필자의 차와 여전히 뒤따라오는 차만 있었다.
차는 계속해서 필자의 차를 따라왔고, 공원을 벗어나고 좁은 도로로 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계속됐다. 역시나 너무 늦은 탓인지 주변에 다른 차는 없었다. 빨간불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멈추자, 뒤만 졸졸 따라오던 그 차가 필자 차의 왼쪽으로 와서 바로 옆에 섰다.
그리고 열리는 뒤쪽의 창문, 필자는 험상궂은 성인 남자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문을 연 사람은 14~16세 정도로 보이는 백인 청소년 남자였다.
그 남자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문을 연채 필자를 보며 계속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화가 나고 어이없던 필자도 창문을 내렸다. 아내가 창문을 내리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화가 난 필자는 내렸다. 뭐하는 짓이냐고, 나한테 장난 친 것이냐고 따질 심산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창문을 내리니 그 아이가 창문을 다시 올려 버렸다. 할 말을 잃은 필자가 다시 창문을 올리니 이번에는 조수석 창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였고, 운전석에는 역시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필자를 보며 소리없이 웃었고,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엄청난 속도로 먼저 가 버렸다.
애들 장난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당했다는 생각에 씩씩대며 집으로 들어왔는데, 더 놀라운 일은 잠시 뒤에 있었다. 그 일을 당한지 딱 1시간 뒤에 그 공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뜬 것이었다. 그 청소년들이 그랬을 것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지만, 너무나도 무서웠다. 이 이야기를 접한 현지인 한명은 총기범죄는 오히려 청소년이 더 많이 저지른다며 밤에 뭉쳐 있는 청소년들은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특히 창문을 열었을 때 함께 문을 열어 언쟁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덧붙였다.
■ 밤낚시 중 웃으며 접근한 ‘마약 청년’들
필자는 미국에 가서 낚시를 배웠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처럼 시간이 될 때면 바닷가로 가서 낚시를 자주 하고 있다. 캐리에서 2시간 30분 정도만 동쪽으로 달리면 대서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날도 그냥 평범한 날이었다. 신통치 않은 입질에 장소를 계속 옮겨가며 낚시를 하던 우리 가족은 집에 가기 전 한 마리는 무조건 잡고 가자는 목표로 야간 낚시를 이어갔다.
날은 어두워 졌지만 피어에는 우리 가족 말고도 2팀이 더 있었고, 우리는 낚시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20대로 보이는 젊은 백인 남자 4명이 피어로 새로 왔다. 낚시도구도 없이 피어에 온 게 신기했지만,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 그냥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와 함께 있던 1팀은 아예 자리를 떠났고, 그러자 다른 1팀도 짐을 놓아둔 채 화장실로 가 버렸다. 피어와 화장실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순식간에 함께 있던 2팀이 사라지면서 우리도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런데 피어 한 켠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그 20대 무리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투가 이상했다. 계속 웃으면서 말도 안 되는 농담을 계속 건네는 것이었다. 그때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들은 저쪽 한 켠에서 무언가를 피우고 있었는데, 담배인 줄 알았던 그게 바로 대마였던 것이다.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도 대마는 많은 주에서 불법이다.
이들은 약에 취한 듯 계속 말을 걸었고, 우리는 어영부영 대답한 채 자리를 떠났다. 떠나는 우리 뒤로 외국인으로서는 잘 알아듣기 힘든 농담이 계속 들렸다.
아마 그들은 대마에 취하면서 홀로 남아있던 우리 가족에게 접근했던 것 같다. 이야기하고 싶은 의도가 더 컸을 것으로 지금도 생각하지만, 마약에 취한만큼 안 좋은 사태로 돌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늦은 밤 아찔했던 경험을 적지 않게 하다 보니, 안전한 야간활동을 위한 노하우도 쌓이게 됐다. 몇 가지를 공유하면서 글을 마친다.
첫째,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야간활동을 해야 한다. 사람이 얼마 남지 않을 때까지 공원 등에서 노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인적이 드문 곳은 밤에는 아예 가지 않는 게 좋다.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둘째, 야간 주차는 유동인구가 많은 입구 바로 앞으로 한다. 야간에 주차는 특히 입구라든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로 쪽으로 해야 한다. 낮에는 상관없지만 밤에 한적한 곳에 주차는 위험할 수 있다.
셋째, 언쟁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밤에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홈리스인 경우 도움을 청하기 위해 걸기도 하고, 취객이 말거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보이는 백인이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때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도 멋모르고 한두번 대화를 받아줬다가 큰 곤혹을 치렀다. – 대화를 받아주면 다른 곳으로 가지 않거나, 대화 중 갑자기 목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많이 커지기도 한다. – 야간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땐 “쏘리” 한 마디 하며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