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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골퍼’ 꿈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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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골퍼’ 꿈 이루려면…

평생 골프채를 쥐지 않겠다는 분이 아니라면, 해외 연수 생활에서 골프를 빼놓기 힘들답니다.

골프에 큰 관심이 없다가도 막상 와 보면 달라지게 됩니다. 한국과 달리 누구나 싸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라는 걸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골프장 예약 자체가 힘들고, 거리도 멀고, 무지막지하게 비쌉니다. 한 달에 한두 번 필드 나가는 것도 적잖은 부담입니다.

미국에선 부부, 자녀들이 함께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연수생이나 특파원, 파견 근무자 모두 골프를 통해 네트워크를 쌓아갑니다. 이왕 할 거면 잘해야 하겠죠.

한국에서 저도 그랬지만 기자들 중에 특히 ‘민폐형 골퍼’가 많습니다. 평상시 연습은 안하고 필드만 가끔 나갑니다. 그러니 ‘백돌이’에서 실력이 잘 늘지 않죠.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스스로 ‘명랑 골프’라고 위안합니다. 다들 90대는 친다고들 하지만 엄격한 스코어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백돌이’라는 건 스스로가 가장 잘 압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제가 ‘싱글 골퍼’(70대 타수를 치는 사람)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 미리 밝혀둡니다. 전 제대로 레슨 받지 않고 골프에 입문하고 연습도 게을리한 탓에 10년 넘게 ‘백돌이’였답니다. 연수 와서 ‘백돌이’는 탈피했지만 여전히 ‘싱글’은 꿈의 숫자입니다. 연수 올 때 골프를 제대로 배우기를 마음 먹고 골프를 일상으로 제대로 끌여들였으면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연수기 주제로 골라봤습니다.

(1) ‘거품 없는’ 미국 골프장

우선 미국에서의 골프 환경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합니다. 미국 퍼블릭 골프장은 한국과는 운영 시스템이 많이 다릅니다. 한국과 같이 캐디를 동반하지 않고, 으리으리한 샤워장도 없어요. 골프장에서 아침 해장국을 먹거나 그늘집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지도 않아요. 클럽하우스에 햄버거나 핫도그를 파는 레스토랑이 있지만 여기도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주로 집에서 샌드위치나 음료수, 과자 등을 챙겨오고 식사는 라운딩이 끝나고 밖에서 먹습니다.

캐디가 없으니 전동 카트(2인용)를 직접 운전합니다. 특이한 건 전동 카트를 타고 골프장 페어웨이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날씨 영향이나 잔디 상태에 따라 ‘Cart path only’(카트는 카트 길만 다녀야 한다)를 요구하는 곳이 있으니 골프장 가서 물어봐야 합니다. 꼭 카트를 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 골프백을 실은 푸쉬 카트를 밀고 필드를 다니는 골퍼도 많습니다. 푸쉬 카트를 하나 장만하면 운동량도 늘리고 카트비도 절약하는 효과가 있죠.

한국에선 골프 치려고 새벽 4~5시에 기상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미국에선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죠. 새벽에 골프장이 열지도 않습니다. 접근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골프장은 10분 안팎 거리에 있습니다. 30분 안팎의 거리에 있는 골프장이 수두룩합니다. 멀리 좋은 구장을 찾아가도 대부분 한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자녀 학교 픽업 시간을 감안해서 주로 오전 10시대에 많이 칩니다.

현지 파견직원 누군가가 정리한 ‘워싱턴DC 인근 퍼블릭 골프장 현황’에 따르면,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에 퍼블릭 골프장만 최소 60곳이 넘습니다. 올해 5월 기준 골프장 비용은 평일 오전 일반 골프장 18홀 기준 인당 50달러 안팎 수준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30~40달러 수준이었는데 올 들어 많이 올랐습니다. 주말에는 인기 많은 골프장은 작년 70~80불 수준에서 올해 100불 이상으로 크게 뛰었답니다. 그래도 한국 골프장보다는 매우 싼 편이죠. 골프장 눈높이를 다소 낮추면 1~2만원대에 칠 수 있는 골프장도 많습니다. 9홀 기준 10~20달러로 주로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인기가 많은 구장이 아니라면 당일 예약도 가능합니다. 골프장 예약은 편하고 쉽답니다. ‘골프나우’(Golfnow)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하면 됩니다. 이 앱에서 날짜와 장소만 입력하면 예약 가능한 골프장과 티업 시간, 가격을 쉽게 조회할 수 있습니다. ‘핫딜’(Hot deal)을 노리면 비교적 싼 가격에 예약할 수 있습니다. 핫딜은 골프 치러 가는 날짜 일주일 전 새벽 시간에 집중적으로 풀립니다.

연간 ‘골프나우’ 멤버십(100달러)에 가입하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다양한 할인 쿠폰을 주니 가입하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멤버십이 1년짜리니 가입하려면 서두르는 편이 이득이겠죠.

메릴랜드 지역 리틀베넷 등 9개 골프장은 따로 MCG라는 브랜드로 통합 운영합니다. 이곳 골프장은 골프나우에선 예약을 받지 않고 홈페이지(www.mcggolf.com) 에서 따로 예약을 받습니다.

아울러 골프장 쿠폰북을 사놓고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중에 싸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더 싸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답니다.

아 그리고 미국에선 골퍼 4명을 맞추지 않아도 됩니다. 부부 둘이 가도 되고, 지인들과 셋이 모여 가도 됩니다. 혼자 골프치러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4명을 맞춰가지 않으면 다른 플레이어와 동반 라운딩을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날 골프장 상황에 따라 ‘복불복’입니다.

미국인들과 함께 라운딩한다고 해도 크게 불편할 건 없답니다. 미국인들은 동반자의 시원시원한 티샷을 ‘Good shot’이라고 하지 않고 ‘Good ball’이라고 한답니다.

(2) 골프 레슨 받아야 하나

이제 본론입니다. 단시간에 어떻게 골프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뭐든 마찬가지지만 골프도 하는만큼 실력이 늡니다. 다만 짧은 기간에 미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효율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골프 레슨을 받을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초보자는 물론이고 중급자 레벨도 레슨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유튜브 동영상이 잘 돼 있다고 해도 골프라는 운동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레슨이 필수는 아니지만 독학으로 하려면 시행착오를 더 겪어야 한다는 건 분명합니다. 특별히 자신만의 독학 스타일이 있지 않다면 일단 하루 빨리 레슨을 시작한 뒤, 독학 시점을 고민하는 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골프는 잘못된 방식으로 열심히 하면 할수록 결과적으로 실력은 늘지 않고 몸만 버리게 됩니다. 저처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멋대로 골프채를 휘둘렀던 분이라면 더더욱 레슨을 통해 교정해야 합니다.

골프는 정말 섬세한 운동입니다. 골프채를 처음 잡아보는 초보자를 보면 부럽기까지 합니다. 몸에 잘못 익힌 동작 하나 고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스윙 원리를 제대로 깨달았다고 우쭐대다가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면하곤 합니다. ‘싱글 골퍼’의 벽은 다가갈수록 높아집니다.

미국 오기 전에 현지 골프 레슨비가 상당히 비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크게 비싸지는 않습니다. 1대 1 레슨은 프로마다 편차가 있는데 10회(30분씩) 600달러 수준으로 대동소이합니다. 초보 레벨을 넘어섰다면 1주일 또는 2주일 정도에 한 번씩 레슨을 받으면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현지에 한국인 프로가 적지 않고, 미국인 프로도 쉽게 컨택할 수 있습니다. 각자 티칭 스타일이 다르니 자신과 맞는 프로를 찾아가야 합니다.

부부나 자녀 등 가족 전체가 한꺼번에 레슨을 받기도 하고, 아니면 대표 한명이 레슨을 받고 나머지 가족한테 전수해주기도 합니다.

미국에선 레크레이션 센터나 몇몇 골프장 등에서 진행하는 저렴한 골프 레슨도 많답니다. 주로 입문자나 어린이를 위한 수업이 많습니다. 아래는 페이팩스카운티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골프 레슨입니다. 보통 주1회 총 4~5회 진행되는데 가격은 회당 30~40달러 수준입니다.

제일 중요한 점. 레슨을 받는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연습이 뒷받춰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는 없습니다. 돈만 날리는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연습할 공간도 많고 시간도 충분하다는 점. 그래서 레슨을 받으면서 효율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인생의 유일한 기회라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사실 이게 핵심입니다.

(3) ‘쇼트 게임’ 달인되기

미국은 넓고 광활합니다. 운전하면서 “참 축복 받은 나라야”라는 말이 부지부식간 나옵니다.
골프연습장도 스케일이 다릅니다. 사실 미국에서 골프 치기 좋다는 건 골프장보단 연습장이 잘 갖춰졌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한국 골프연습장은 비좁고 그물로 쳐져 있죠. ‘닭장’이라고들 합니다. 미국은 드라이브레인지가 뻗어있고 형형색색 깃발이 거리별로 꽂혀져 있답니다.

저희 동네 골프 연습장 ‘오크 마르 골프 센터’(Oak Marr Golf Center)의 드라이브레인지(아리 사진)를 이용하려면 연습볼을 사야 합니다. 연습볼 1600개(40세트)를 160달러에 사는 게 가장 싼 옵션입니다.

미국 드라이브레인지에 서면 굳이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연습을 하고 싶어집니다.

드라이브레인지에서 지칠 때까지 연습볼을 치다가 문득 깨달은 게 있습니다. 드라이브, 아이언보다는 그린 주변의 플레이 ‘쇼트 게임’을 잘해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팩트입니다.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쇼트 게임’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는 환경이라는 아주 명쾌한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게 됐습니다.

오크 마르 골프 센터에는 훌륭한 쇼트 게임 연습장(아래 사진)이 있습니다. 여긴 무료입니다. 그린 주변 치핑 샷이나 벙커 샷, 퍼팅 연습을 마음껏 할 수 있죠. 연습볼을 담는 쉐그 백(Shag bag)과 로스트볼 한 묶음만 사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골프 센터 끝자락에 있어 거의 가지 않았죠.

하루에 벙커 샷 30번씩 연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보름(450개)이면 한국 돌아가서 평생 칠 벙커 샷보다 더 많이 치게 됩니다. 치핑 샷도 10미터, 15미터, 20미터 등으로 나눠서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쇼트 게임 연습장에서 각자의 연습 패턴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30미터 가량 거리에서 벙커 안으로 공을 넣는 짧은 어프로치 샷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벙커 샷을 친 후 그린 주변 치핑 샷, 마지막에 퍼팅 연습을 합니다. 이렇게 쇼트 게임 연습장을 100% 활용한 뒤 연습볼 1~2세트 사서 아이언 드라이브 샷을 연습합니다. 10달러도 들이지 않고 2~3시간 효율적으로 연습할 수 있답니다. 처음에 뭣 모르고 연습볼을 4~5세트 사서 드라이브 아이언 스윙에만 매진한 게 뒤늦게 후회가 됩니다.

쇼트 게임은 남녀노소 금방 배울 수 있습니다. 프로 샷을 쉽게 따라할 수 있죠. 연습 효과는 바로 나타납니다. 저는 연습 한두 달 만에 핸디가 10개 가까이 줄어들었답니다. 쇼트 게임이 좋아지니 드라이버 아이언 샷도 좋아집니다. 그린에 못 올려도 근처에만 가면 파 세이브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거 같아요.

저희 가족은 점심 먹거리를 사서 쇼트 게임 연습장에 자주 놀러갑니다. 딸들과 퍼팅 게임도 하고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놀다 옵니다.

골프 연습장뿐 아니라 일반 골프장에도 드라이브레인지는 물론 쇼트 게임 연습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퍼블릭 골프장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국에선 쇼트 게임을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을 찾기 매우 어렵답니다. 필드에 나가서 경험하는 수밖에 없어요. 미국에 오자마자 쇼트 게임 연습장을 100% 활용했다면 ‘싱글 골퍼’도 꿈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미국 연수 아니면 골프 실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거 같아요. 스스로 골프를 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해보세요. 친다면 혼자 칠 것인지 가족 전체가 칠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연수 일상에 골프를 함께 하겠다면 어떻게 실력을 늘릴지 고민해보세요. 미리 고민하고 빨리 결정할수록 그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