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우편물은 뜯자마자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나’라는 당혹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굵게 쓰인 ‘즉각적인 조치 요구(Immediate Action Requested)’라는 세 단어는 자연스럽게 아래에 적힌 전화번호를 찾게 만들었습니다. 빨리 뛰기 시작한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우편물을 다시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발신인은 ‘모터 비클 서비스(Motor Vehicle Services)’였고, 제가 미국에서 구입한 차량의 제조사와 제조 연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절취선 아래에는 제 이름과 집 주소가 정확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우편물은 전화를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산 차량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게 있다고 했습니다. ‘최종 안내’라는 말과 함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연락하지 않으면 할당된 면제 혜택을 철회할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다는 안내도 담겨 있었습니다. ‘할당된 면제 혜택(Allocated Waiver)’은 199달러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지, 199달러는 어떤 금액을 면제해줬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7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알아본 뒤에 연락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편물은 책상 위에 고이 올려뒀습니다.
연달아 날아온 ‘연락 주세요!’
그날 이후 차량과 관련해 통화가 필요하다는 우편물은 세 통이 더 왔습니다. 8월 28일까지 연락해달라는 우편물에는 구입한 차량 서비스 계약과 관련된 신규 아이디(ID) 카드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차량 보호 혜택이 효력을 갖기 위해선 반드시 지금 전화해 카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들의 기록에 따르면 제조사의 신차 보증이 끝났을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서비스 계약을 활성화하려면 정확한 주행거리를 전화로 알려줘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더군요. ‘갑작스러운 수리비요? 당신 돈은 한 푼도 쓰지 마세요!’라는 글귀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기한이 8월 29일까지인 또 다른 우편물은 경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만료일 전까지 전화하지 않으면 보장 혜택이 중단될 수 있다’며 ‘해당 차량 관련 기록을 마감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연락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차량이 고액의 수리비나 부품 교체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전화를 할 때는 현재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차량식별번호(VIN)도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줬습니다.
‘시급한 사안(Time Sensitive)’이라는 단어 두 개로 시작하는 세 번째 우편물에는 박스로 강조된 보장 항목들 하나하나가 적혀 있더군요. 엔진을 비롯해 변속기, 에어컨 유닛, 브레이크 시스템 등이 보장 부품들이었습니다. 우편물 상단 왼쪽에는 ‘공식 업무(Official Business)’, ‘사적 이용 시 벌금 300달러’라는 문구들이 바코드 위에 쓰여 있었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정비 인증 기관인 ‘에이에스이(ASE·Automotive Service Excellence)’ 인증을 받은 모든 자동차 정비소에서 수리가 가능하다고도 안내했습니다.
이상하지만 그냥 넘기긴 찜찜한
이런 우편물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 받다 보니 의심이 생겼습니다. 제각각인 전화번호도 이상했습니다. 큰 업체의 경우 고객에게 연락이 필요하다는 안내문을 보낸다면 보통 대표번호 한두 개를 쓰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산 차량은 2015년식인데 제조사 보증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점도 의아했습니다.
자동차를 구입했던 업체에 연락을 해봤습니다. 모든 우편물에 제 이름과 집 주소뿐만 아니라 차량의 연식과 모델명까지 정확히 기재돼 있어 수상하다고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미국만의 시스템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불안함도 컸습니다. 우편물에 적힌 내용을 들은 업체는 매우 빠르고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해줬습니다. “다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모두 스캠(사기)이에요.”
“주 정부 자동차 등록 기록은 공개 정보”
우편물들을 찢어 버리면서도 한 가지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최근에 차를 샀다는 사실과 제가 사는 집은 대체 어떻게 안 것일까요. 다행히 스캠 메일을 보낸 이들이 제 정보를 얻어낸 수법을 설명하는 기사 하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주 정부의 자동차 등록 기록은 공개 정보이기 때문에 사기꾼들이 온라인으로 해당 정보를 조회해 특정 차량의 연식과 소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자동차 보증 스캠의 역사가 짧지 않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9년 전에 ‘차량 보증이 만료됐다는 편지를 받았나요? 아마도 스캠일 겁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더군요. 워싱턴포스트는 메릴랜드주 검찰청이 주의보를 발령했다면서 “이런 수상쩍은 제안들은 차량 소유자가 있는 지역이면 어디든 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고 보도했습니다. 위스콘신주에서 주 정부 인장과 흡사한 이미지를 넣어 차량관리국(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서 보낸 공식 문서처럼 꾸민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처음 받았던 우편물의 발신인이 ‘MVS(Motor Vehicle Services)’였던 점도 DMV와 유사한 기관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수법이 아니었을까요.

자동차 보증 스캠에 대해 알게 된 다음부턴 모든 우편물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습니다. 심지어 11월에는 자동차세 납부 고지서조차 스캠인 줄 알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뻔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보니 제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는 자동차세를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미국인 친구는 최근에는 자동차 보증 관련 스캠 전화도 많이 온다고 귀띔해 줬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누군가를 속여 계좌에서 돈을 빼내기 위해 바쁜 이들 때문에 피곤한 건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