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경기도 면적의 1.6배에 달한다. 그만큼 돌아다닐 데도 많다. 고궁, 이화원, 천단공원, 만리장성 같은 세계적 관광지 말고도 한 번쯤 가 볼 만한 곳이 꽤 된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연수자라면 베이징에서 생각보다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외출할 정도로 공기 좋은 날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 베이징동물원(北京动物園)
판다는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아무 데서나 판다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베이징동물원은 베이징에서 유일하게 판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 사육장과 실외 사육장이 있는데 판다들은 대부분 사육장 구석에서 온종일 자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대나무 이파리라도 뜯어먹는 모습은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 중국 아이들이 판다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판다관(館)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개장과 동시에 판다관으로 달려가거나 폐장 무렵 가는 게 요령이다. 이밖에 온몸이 노란색 털로 뒤덮인 원숭이(金丝猴·진쓰허우) 정도가 볼만하다.
사진 1. 베이징동물원의 명물 판다(왼쪽 사진). 동물원에서 유람선을 타면 이화원까지 갈 수 있다(오른쪽 사진).
동물원과 관련, 베이징에 오기 전에 알기 힘든 정보가 하나 있다. 동물원에서 배를 타고 이화원에 갈 수 있다는 사실. 동물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운하가 하나 있는데 이것이 이화원 남문까지 이어진다(약 8km). 동물원 내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탄 뒤 자죽원 공원에서 한번 갈아타면 된다. 이렇게 이화원에 가면 동문이나 북문으로 이화원에 입장하는 대다수 관광객이 놓치는 이화원 남쪽의 아름다운 호변(湖邊)산책로를 거닐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 자칫하면 자죽원 공원에서 배 갈아타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기다릴 수 있다.
※ 개방시간 및 입장료
– 성수기 (4월 1일 ~ 10월 31일) 07:30 ~ 18:00, 20위안
– 비수기 (11월1일 ~ 3월 31일) 07:30 ~ 17:00, 15위안
– 동물원 + 유람선 통표 : 40위안
– 신장 1.2m 이하 어린이는 무료
– 웹사이트: www.bjzoo.com
▶ 베이징해양관(北京海洋馆)
중국철갑상어(中华鱏) 20여 마리가 떼를 지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아시아 최대 크기라는 아크릴 관람창을 통해 이걸 관람할 수 있다. 중국철갑상어는 창장(양쯔강) 하류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으로 중국에선 국보 취급을 받는다. 2억 3,000만년 전 처음 출현해 ‘살아있는 수중 화석’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이밖에 상어 관람관, 열대어 관람관, 체험관 등도 볼만하다. 이제 한국에선 보기 어려워진 돌고래쇼도 하루 2~3차례 열린다. 하나 아쉬운 건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
사진 2. 관람객들이 중국철갑상어 20여 마리가 유영하는 모습을 대형 관람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 개방시간
– 성수기 (4월 1일 ~ 10월 31일) 09:00 ~ 17:30
– 비수기 (11월 1일 ~ 3월 31일) 09:00 ~ 17:00
– 웹사이트: www.bj-sea.com
※ 입장료
– 어른: 130위안
– 학생: 70위안
– 신장 1.2m 이하 어린이: 무료
▶ 베이징자연박물관(北京自然博物馆)
시설이 매우 낙후(1951년 개관)됐지만, 내용물이 알차다. 특히 아이들이 열광하는 곳은 공룡 화석이 즐비한 고생물진열실. 몸길이 1~2m의 프로토케라톱스 같은 작은 공룡서부터 발굴 당시 ‘아시아 최대’였던 마멘키사우르스(马门溪龙·26m)까지 다양한 공룡 화석이 전시돼 있다. 엄청난 크기의 상아가 인상적인 황허매머드(黃河古象) 화석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시물. 지하 통로를 통해 연결되는 ‘공룡공원’도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대형 체육관 크기의 별관에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등 시대별 공룡들을 실물 크기로 복원해 놓았다. 공룡 모형이 중국에서 만든 것 답지 않게 꽤나 실감나는 데다, 입을 벌리거나 목과 꼬리를 움직여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천단공원 서쪽에 붙어 있어 천단공원과 연계해 구경하는 것도 좋다.
사진 3. 몸길이 26m의 대형 초식공룡 마멘키사우르스 화석(왼쪽사진 제일 위). 실물 크기로 복원된 시대별 공룡들이 ‘공룡공원’에 전시돼 있다(오른쪽 위아래 사진).
※ 개관시간
– 09:00 ~ 17:00
–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여권 지참)
▶ 중국고동물관(中囯古动物馆)
베이징에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으로, 공룡에 특화된 박물관이다. 베이징자연박물관처럼 시설은 매우 낡았으나 전시물의 규모(20만여 점)로 만회가 된다. 공룡 화석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고동물관의 마스코트는 ‘중국 최초의 공룡’이란 별명이 붙은 루펜고사우르스. 중국 땅(원난성 루펑현)에 최초(2억년 전)로 출현한 공룡이자, 1938년 중국에선 최초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공룡이라고 한다. 베이징자연박물관에도 있지만 마멘키사우르스 황허매머드 화석 등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다. 베이징동물원 길 건녀편에 있다.
사진 4. 베이징동물원 길 건너편에 위치한 중국고동물관(왼쪽). ‘중국 최초의 공룡’인 루펜고사우르스(가운데). 커다란 상아가 인상적인 황허매머드 화석(오른쪽) 등이 주요 볼거리다.
※ 개관시간
– 09:00 ~ 16:30
–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어른: 20위안
– 학생: 10위안
– 신장 1.2m 이하 어린이: 무료
▶ 팔달령야생동물원(八達岭野生动物園)
만리장성 구간 중 가장 유명한 팔달령 장성 부근에 야생동물원이 있다. 산악지대에서 즐기는 사파리 투어가 독특한 경험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버랜드 사파리보다 훨씬 방대한 규모다. 과거엔 사파리 관광객들이 돈을 내면 동승한 사육사들이 산 닭이나 송아지를 차 밖으로 던지고, 이를 맹수들이 달려와 잡아먹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지금 없어졌지만 사파리 차량엔 아직 ‘닭 투입구’가 남아있어 과거의 ‘참상’을 짐작하게 한다. 참고로 하얼빈에 있는 동북호림원에 가면 아직도 이 ‘잔인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야생동물원답게 동물들은 넓은 공간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 동물원의 특징은 대부분의 동물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삐쩍 말라있거나 털이 군데군데 빠진 동물들이 많다. 일견 관리가 엉망이란 인상을 풍기는데, 동물원 측의 운영방침이 ‘우리는 굶기고 관광객들이 먹인다’라는 설이 있다. 실제 동물원 도처엔 동물에게 줄 먹이를 파는 곳이 마련돼 있다. 코끼리에겐 뻥튀기 같은 과자를, 기린에겐 이파리 많은 나뭇가지를 파는 식이다.
사진 5. 팔달령야생동물원의 동물들은 관광객이 사주는 먹이로 연명한다.
팔달령야생동물원은 지형이 험한 데다 규모까지 방대해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나절이 꼬박 소요된다. 대중교통편(919·880번 버스)이 있긴 하지만, 시내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어 가는 길이 고된 편이다. 봄·가을에 팔달령야생동물원 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들이 있으니 이때 따라가는 게 속 편하다.
※ 개방시간
– 하절기: 08:00 ~ 17:00
– 동절기: 10:00 ~ 15:00
※ 입장료
– 어른: 90위안
– 학생: 45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