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DC 박물관 top 5
미국 워싱턴 DC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 아침 일찍 추리닝 차림으로 내셔널 몰 한바퀴 산책 후, 내셔널 갤러리에 가서 그림 보며 안구 정화, 이후 야외 조각 공원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책 읽기. 평생 기억에 남을 매우 행복하고 감사한 일상이다.
하지만 아이는 나의 행복한 루틴을 거부한다. 만 6세 에너지 넘치는 아들램은 박물관 앞 잔디밭에서 청설모를 쫓아다니거나 푸드트럭에서 핫도그 먹을 때 가장 행복해한다.
그럼에도 박물관 미술관 싫어하는 아이도 다시 가자고 조르는 핫스팟이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재미있게 꾸며 놓은 박물관들이다. 직접 가본 곳과 현지인 추천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DC박물관 5개를 뽑아 봤다. (너무나 유명한 자연사 박물관은 뺐다)
1. 플래닛 워드(Planet Word)
강추 100만개인 언어 아트 박물관이다. 2020년 10월에 새로 생긴 신생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신생 답게 최첨단 디지털 인터액티브 전시를 자랑한다. 언어 박물관이라는 컨셉도 멋지고, 박물관의 미래가 여기에 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인터액티브 전시 아이디어가 놀랍다. 입장료는 공짜지만 미리 예약해야 한다.
전 세계 각 언어를 듣고 배울 수 있는 ‘The Spoken World(말하는 세상)’ 전시장 가운데에는 커다란 ‘디지털 지구본’이 있다. 그 앞에 디지털 스크린 앞에 서면 해당 지역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각 언어의 특징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지구본의 아시아 쪽 스크린에는 한국어 일본어 스피커가 나온다. 한국어 편을 들어보면 ‘한국어는 물건을 셀 때 쓰는 단위가 다르다. 3books는 책 세권이라고 해야한다, 존대를 위한 단어가 따로 있다’ 등으로 설명해주는 식이다.
사진 1: 세계 각 언어는 어떻게 다를까 체험해 볼 수 있는 ‘The spoken world’ 전시
가장 인기 코너는 ‘Unlock the music’과 ‘Word Worlds’ 전시. 음악 전시는 말그대로 가라오케였다. 각자 신청한 노래를 대형 스크린 앞에 나와 부르면 스크린에 언어의 ‘라임’ 등 눈 여겨 볼만한 언어 패턴을 알려준다. 어린이들이 많아서 모두 함께 ‘Let it Go’ 떼창을 불렀다. ‘Word Worlds’는 디지털 붓으로 각 언어 ‘물감’을 묻히면 화면 속 세상을 그 언어스타일로 바꿔주는 체험이다. Nocturn으로 설정하면 붓이 스치는 대로 어두워지고, nostalgic으로 선택하면 옛날 모습처럼 변한다. 주말에 가면 ‘붓 쟁탈전’이 치열하다. 아이를 위해 이 한 몸 던져 붓을 사수하자.
사진2: 붓을 ‘Hibernal(겨울 같은)’ 디지털 물감통에 넣고 스크린을 터치하니
붓이 지나간 자리가 겨울이 됐다.
가장 아름다웠고 기억에 남은 전시는 ‘The library’였다. 미래의 도서관이 그런 모습일까! 겉으로 보기엔 그저 예쁜 도서관이지만 길다란 책상에 책을 놓으면 마법이 펼쳐진다.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와 함께 멋진 홀로그램(?) 같은 그림이 펼쳐진다.
사진 3: ‘The library’ 전경(위). 선반에 책을 놓으면 멋진 영상이 가상현실처럼 나타난다.(아래)
이 박물관은 심지어 맛집도 있다. 1층에 있는 힙한 음식점 ‘Immigrant’에서는 전 세계 퓨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아시아 연어 샐러드를 시켰는데 김치 같은 배추 절임이 같이 나왔다.
2. 국립 항공 우주 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스미소니언 항공박물관은 DC와 버지니아 두 곳이 있는데 아쉽게도 DC 박물관은 공사 중이라 문을 닫은 상태다. 하지만 버지니아 Chantilly에 있는 박물관이야 말로 아이들의 천국이다. 수 천대 경비행기, 비행기 심지어 실제 우주선까지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2차세계 대전에 쓰였던 미국 독일 일본 공군 비행기 앞에는 어른 마니아들이 우글우글하다. 입장료는 공짜이나 주차료는 있다.
하이라이트는 실제 스페이스 셔틀 ‘디스커버리’호와 에어프랑스가 만든 ‘콩코드’의 실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4: 스페이스 셔틀 디스커버리호(위)와 콩코드 호. 실물 전시라 크기에 놀랐다.
(사진:박물관 홈페이지)
이 박물관은 Dulles 국제공항 인근에 있어 항공 마니아들은 전시 관람 후 길가에 차를 세우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가까이 지켜본다.
3. 국립 우편 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
유니언스테이션 옆에 있어 교통이 편한 박물관. 입장료 공짜. 역사적인 우표 전시와 더불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우편이 미국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재미있게 전시돼 있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미국의 서부 확장 이런 데에 관심이 있을 리 없고, 그 전시 섹션에 있는 역마차에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세월이 흘러 등장한 거대한 택배 트럭을 타보려는 아이들 줄이 길다.
재미있는 점은 아이들 대부분이 우표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편지를 부칠 때 우표가 필요했다는 것, 우표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이 지루할 까봐 옛날 우표 3개씩 가져갈 수 있는 코너, 우표를 직접 만들어보는 코너가 있다. 이 곳에 전시된 한국 우체통과 한국 우표를 보고 반가웠다.
약간 팁이라면 팁! 기차역 주차장에 주차했다면 역내 비치된 ‘밸리데이트’ 머신에 주차티켓을 찍으면 30분은 공짜다. 유니온스테이션에는 shake shack, Chipotle, McDonalds’, Blue bottle 등이 있어 밥 먹기 편하다.
사진5: 1700년대에는 우체국장이 자기 마음에 맞는 신문을 공짜로 돌렸다고 한다. 벤자민 플랭클린이 우체국 출신인 게 이유가 있었다! (왼쪽), 각 나라 우체통과 한국 우표(오른쪽)
4. 국립 빌딩 뮤지엄(National Building Museum)
DC체류 시간이 짧다면 굳이 안가 봐도 되는 박물관. 입장료(어른 10달러, 어린이 7달러)도 있다.
전시가 좀 썰렁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된다면 가볼 만하다. 박물관 자체 건축이 멋지기 때문이다. 또 각 주제에 맞게 깊게 들어간 전시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주제는 매번 바뀌는 듯. 내가 갔을 때에는 ‘집이란 무엇인가’ 전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집(house)을 집(home)으로 만들어 주는 오브제(쇼파, 액자 등등), 미국 각 지역 집값 비교와 집을 둘러싼 흥미로운 통계를 인터액티브하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전시보다 블록 쌓기가 있어 좋아한다. 나름 건축 박물관이니 거대 블록으로 집 짓기 놀이를 할 수 있다. 또 1층이 뻥 뚫린 운동장 같아서 어떤 부모들은 돗자리 펴 놓고 공원에 놀러 온 듯 놀고 있었다. 유아들은 뛰어놀고. 전시를 보지 않고 1층에만 있겠다고 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사진 6: 빌딩 박물관 내 ‘플레이 월드 빌드’. 정해진 시간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미리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사진 출처: 홈페이지)
5. 국립 미국 역사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이름만 들었을 때는 지루해 보이지만 주변 현지인 추천 100% 박물관이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과학 실험실’ 컨셉의 어린이 체험장 ‘스파크 랩’이 문을 닫은 상태라 이 곳이 다시 개방되길 기다리고 있다.
역사 전시하면 시대순일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곳은 주제별로 돼 있어 어른이나 아이나 각자 취미에 맞는 곳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창의, 혁신, 과학기술 이런 데 꽂혀 있는 미국 답게 어린이들이 발명품 중심으로 미국 역사를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Places of innovation’ 전시는 미국 각 지역을 여행하듯이 발명품의 탄생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맥킨토시가 탄생한 캘리포니아, 힙합 음악이 탄생한 뉴욕 브롱스 등등. 역대 영부인 드레스 전시장도 있다.
사진7: 떠나자 1970~1980년 대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밖에 초등 고학년, 중고생 자녀가 좋아할 만한 박물관으로 ‘International Spy museum’이 꼽힌다. 역시 과학에 꽂힌 미국 답게 스파이들이 쓰는 과학적 도구 등등도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사립 박물관이라 티켓 값이 1인당 26.95달러로 비싼 편.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당일 입장은 사실상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