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익숙해질 만한 시기인데도 미국연수 6개월을 앞둔 지금도 듣는데 어려움은 여전하다. 이젠 우리 아들이나 딸이 히어링이나 스피킹과 관련해서 아빠를 가르치려 들곤 한다. 특히 딸은 내가 집에서 가끔 영어로 말하려 하면 “느끼하다. 속에서 넘어오려 한다”면서 영어로는 제발 말하지 말란다. 여행예약을 포함해서 외부와의 모든 교섭을 내가 다 하고 있는 데 섭섭함이 느껴질 정도다.
미국에서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 지는 전임 연수자들이 많이 설명을 해뒀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어떤 방법이 정말 효과적인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많이 듣고 많이 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간을 들이는 길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사실 받아쓰기가 최고의 학습방법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데, 훨씬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받아쓰기용 프로그램이 있으니 내년에 오시는 연수자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구입해 오면 막무가내 듣는 것 보다는 좀 더 나은 학습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는 몰랐던 영어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한다.
첫째로 내가 미국에 와서 놀란 것은 영어의 발음기호조차 통일돼 있지 않다는 거다. 중학교 시절부터 끼고 살았던 에센스 같은 영한사전의 영어발음 기호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내가 시애틀(이 곳 사람들은 ‘애’에 강세를 두면서 시애럴이라고 발음한다.)에 와서 영영사전으로 아이들용으로는 LONGMAN을, 어른용으로는 RANDOMHOUSE WEBSTER사전을 샀다. 한데 이 두 영영사전이 표기하는 발음기호가 서로 달랐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발음기호와도 다른 게 많았다. 영어사전이 각각 자기 나름의 영어발음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로서는 사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왜 사전마다 발음 표기를 달리하는 지 이유를 애써 찾지는 않았지만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사실상 국적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차후에 그 해답을 찾게 되면 또 글을 올리겠다.
두번째로는 ‘L’발음과 관련한 에피소드다. 내가 다니고 있는 ESL에는 한ㆍ중ㆍ일 동양 3국의 학생들이 있다. ESL의 토크 타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중국친구가 ‘월마트’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런데 ‘월마트’라는 발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라고 생각이 되시는 지. 다름아닌 ESL 선생이었다. 동양 3국에서 온 학생들은 월마트라는 중국 친구의 발음을 대개 잘 알아 들었는데 네이티브 선생만 못 알아듣고 있는 게 아닌가. 실제로 월마트의 TV 광고를 들어보면 내 귀에 “워~마”식으로 들릴 정도로 받침으로 사용되는 ‘L’발음이 아주 약하게 들렸다. 더욱이 ESL 자체도 “이에스엘”이 아니라 “이에슬”로 발음을 했다. 우리 딸애가 하는 L발음 역시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제대로 L발음을 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윗니에 혀를 붙여서 하는 ‘L’발음이 동양 3국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게 분명해 보인다.
오히려 우리는 받침에 붙는 ‘R’발음을 대충 생략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네이티브들은 받침 R을 비교적 정확하게 발음하는 듯이 들린다. 결론컨대 L발음이 R발음보다 더 발음하기도 듣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세번째로는 유머(humo(u)r)다. 나는 이제까지 유머의 발음은 ‘유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농담이라도 할라치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선배는 “그게 너의 휴머냐”라는 말로 농담을 되받곤 했다. 나는 선배의 ‘휴머’라는 발음 자체가 유머인줄 알았는데 미국에 와서 보니 TV에서도 그렇고 ‘휴머’로 발음했다. 왜 ‘humor’의 외래어 표준이 유머가 됐는지 지금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