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을 외치는 사람들
2023년 새해를 앞두고 중국은 혼란 그 자체이다.
지난 10월 20차 당대회 이후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3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의 대전환을 기대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짓고도 정치적 불안감을 의식해서인지 한동안 방역은 더욱 강화되는 듯 했다.
당시, 잠시였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건물의 자유로운 출입을 통제하는 게 일상이 됐다. 음식 배달을 하는 사람들이 통째로 봉쇄된 건물 앞에 놓인 선반에 배달 음식을 두고 가면, 입주민들이 내려와 찾아가는 광경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택배 물품들 역시 집 앞까지 배달되지 못하고, 건물 1층에 너부러져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 1층에서는 택배 상자와 이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뒤엉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어디를 가든 48시간 이내의 코로나19 음성 확인을 요구하는 바람에 핵산검사 부스는 언제나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우루무치와 광저우 등 몇몇 도시에서 참지 못한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12월에 접어들면서 중국 정부는 방역 정책을 대폭 완화시켰다.
3년간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그러자 이젠 곳곳에서 확진자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명확한 통계를 발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중국인 친구들은 모조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집에 드러눕는 신세가 됐다. 중국내 한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말 대신 “워 양러”라로 말하기 시작했다.
‘양성(阳性)’의 앞글자를 이용해 “나는 양(阳)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확정 판정 사실을 주위에 알리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중국인 친구들은 한국인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코로나19 증상에 대해 자세하게 묻는다. 얼마나 아픈지, 열은 많이 나는지 등등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정부의 우산 아래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았다. 감염되면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팬데믹 3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다니는 모습이다.
‘제로 코로나’를 외치다가, 이제는 ‘양(阳)’을 외치는 중국인들. 2023년 새해를 앞두고 중국은 두려움과 씁쓸함, 자조 등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