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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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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떠날까 전전긍긍하는 애틀랜타

‘어벤저스 : 엔드 게임’, ‘앤트맨 2’, ‘블랙팬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히어로물? 마블 스튜디오? 모두 맞지만 또 하나의 정답은 바로 미국 애틀랜타에서 제작이 이뤄진 영화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 블록버스터 영화들에는 헐리우드 영화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 오늘 전해드리고자 하는 얘기는 ‘제 2의 헐리우드’로 거듭난 애틀랜타의 영화 산업이다.

애틀랜타가 미국 영화 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영화 및 TV 드라마 제작사들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 덕이다. 애틀랜타가 속한 조지아주는 미국 금융 위기가 드리운 2008년 50만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 및 드라마 제작 사업에 20% 세액공제를 해주는 투자 유치 정책을 내놓는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조지아주 로고를 노출시키면 추가 10%의 공제 혜택을 더 주는 파격적인 지원책이었다. 2017년 기준 영화 및 드라마 제작이 조지아주에 끼친 경제 파급효과는 95억달러(조지아주 경제산업부 추산)에 달한다.

이런 투자 유치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게 바로 AMC 제작의 TV 드라마 ‘워킹 데드’다. 2010년 시즌 1이 공개된 이후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 하반기 시즌 10 공개를 앞둔 대형 장기 시리즈물이다. 워킹 데드 시리즈는 애틀랜타를 비롯해 조지아주 곳곳에서 촬영을 하며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영화 제작비 기준으로 이미 2016년 헐리우드를 뛰어넘은 조지아주 영화 산업의 중심지는 당연히 주도인 애틀랜타다. 미국 제1의 항공사 델타항공 본사가 있는 애틀랜타는 미국 내는 물론 세계 전역과 연결된 허브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다른 미국 대도시의 분위기를 혼합한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미드타운과 다운타운이 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속에서 나온 뉴욕 배경 장면을 애틀랜타 미드타운에서 연출했을 정도다.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AMC, 소니픽쳐스, NBC유니버설 등 대형 영화드라마 제작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애틀랜타는 명실상부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조지아주와 애틀랜타의 영화 산업 투자 유치에 최근 빨간불이 켜졌다. 조지아주 의회가 지난 달 7일 6주 이상의 태아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낙태금지법을 통과시켰고, 디즈니와 AMC 등 대형 영화 제작사들이 여성의 자유 기본권을 부정하는 낙태금지법이 시행될 경우 예정된 투자를 취소하고 조지아주를 떠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1월1일부터 이 법이 시행된다. 물론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 치열한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소송전을 통해 1972년 미 헌법상 권리로 인정된 여성의 낙태권이 부정될 지가 관심이다. 이 법안의 입법을 주도한 공화당에 맞서 민주당 정치인들은 영화 제작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 법안의 발효를 막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낙태금지법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갈등이 과연 향후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주 전체의 영화산업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