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영어이고 빨리 배워야 되는 것도 영어인것 같다.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때나 쇼핑을 할때, 특히 아이들을 픽업하러 갈때에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불만이다. 영어가 짧아서…
사실 아빠들은 연수대학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그래도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엄마들의 경우 그렇지만은 않다. 이곳 노스캐롤라이나에는 영어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아마 다른 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곳 노스캐롤라이나의 Durham Tech 무료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강의는 Durham main campus와 Chapel Hill, 그리고 Carrboro, Hillsborough 등에서 이뤄진다.
ESL 강의를 들으려면 먼저 시험을 쳐야 한다. 올해(2011년) Chapel Hill 지역의 가을학기 시험은 8월 16일이었다. (장소는 University United Methodist Church, 해마다 조금씩 날짜는 바뀌지만 보통 8월에 시험을 본다. 인근 Durham지역은 8월8일 이었다.) 시험을 미리 등록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당일날 시험장에 선착순으로 가서 본다. 그런데 시험을 보고나면 누구나 이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집 사람이 시험을 보기위해 서둘러 교회에 도착했다. 9시까지 오라고 돼 있지만 선착순 등록이다보니 8시 20분쯤 도착해도 더 일찍 온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는 용지(3장 묶음)에 이름, 주소, 전화번호, 나이, 정규교육을 몇 년이나 받았는지, 영어를 배우는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인종에 속하는지 등을 써서 제출하라고 한다.
이후 시험은 3차례에 걸쳐 총 2시간 이상 보는데, 독해문제가 대부분이고 간단한 Writing 시험도 있다. 독해문제는 지문 하나에 질문이 2-4문항 정도라고 한다. writing은 상황을 제시한 그림을 주고 5문장 정도로 설명하라는 문제였다.글쓰기 시험 도중 간단한 인터뷰를 하는데 선생님이 임의로 질문을 하는게 아니라 질문지대로 물어보고 답변을 들은 뒤 점수를 기록한다. 인터뷰 시간은 2-3분 정도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시험을 너무 잘 보면 이 강의를 들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무료 ESL 강의는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교회가 강의실을 빌려주고 약간의 보수를 받은 강사들이 봉사하면서 운영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아는 문제도 무조건 틀려야 한다고 선배 연수생들이 조언한다. ^^ 엄마들 사이에서는 8개 이하로 틀리면 강의를 들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적당히 틀려주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시험에 합격하면 Level이 나눠지는데 1,2,3,4 그리고 Advanced 로 분류된다.
1,2,3,4 레벨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Advanced는 월.수반과 화.목반으로 나뉘는데 강의시간은 오전 9시부터 11시 반까지이다. 오후 시간 강의도 있다.
가을 학기 강의는 8월말부터 12월 초까지 이어진다. 엄마들에게 이 강의가 중요한 이유는 영어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집 사람은 Advanced로 분류돼 현재 화.목반을 다니고 있다. Advanced Level은 학생간의 대화가 어느정도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영어를 더 배우고 싶으면 기본 강의 후에 이어지는 Writing과 발음교정, 그리고 Coversation 수업을 추가로 들을 수 있다. 물론 무료이다. 글쓰기 수업과 Coversation 수업은 각각 1시간 반, 발음교정 수업은 1시간 이다. 때론 영어를 잘 구사해도 발음과 억양이 좋지 않아 미국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발음 교정 수업은 정말 좋다고 한다. 내년엔 나도 시험을 본 뒤 기본강의를 듣지 않더라도 발음교정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집사람이 조언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 추가 수업들은 인기가 좋아 처음 기본 강의가 시작됐을때 등록하는 것이 좋다. 각각 정원이 30여명 정도라 일찍 마감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공부를 위해 1주일에 두 번 정도는 5시간 투자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집 사람은 화목 정규 강의를 듣고 이후 추가 강의까지 듣고 오는데 오후 2시 반에 수업이 끝난다. 수업이 진행되는 교회까지는 집 앞에서 무료버스인 ‘D’를 타고 가면 되는데 약 20분 정도 걸린다. 무료 버스에 무료 강의니 좋은 기회가 아닌가 !! 이같은 ESL 강의는 1년에 두차례 봄 학기와 가을학기로 운영된다.
자세한 일정은 http://www.durhamtech.edu/cgl/esl.htm#chapelhill 을 참고하면 된다.
물론 ESL 강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영어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고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평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배우려는 의지인 것 같다. ESL 수업외에도 대학에서 진행되는 무료 Conversation 수업이 있는데, 인근 UNC의 경우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시간때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1시간동안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한다. 여기에 영어 Tutor까지 고용하면 정말 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하는 셈이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영어를 많이 배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귀국할때가 되면 오히려 어른들보다 어린 학생들이 영어를 더 잘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삶이 좀 더 편안해지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