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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좋지만 삶을 한번 바꿔볼까?…알찬 연수 생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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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좋지만 삶을 한번 바꿔볼까?…알찬 연수 생활 팁

1년 전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다고 했을 때, 앞서 연수를 다녀온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무조건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미국 대학에서 1년 만에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코스는 없으니 굳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고 연수를 마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과 여행 다닌 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원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썩 즐기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조건 없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연수 기관에서의 생활에 흥미를 붙이면서 멀리 떠나는 대신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 노력했다. 또 바쁜 일상에 지친 나를 돌보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종의 ‘자기계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여행 다니는 게 부담스러워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연수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여행 이외에도 의미 있는 연수 생활을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해보려 한다.

■ 이웃도 돕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도 맺을 수 있는 자원봉사
대학 시절엔 종종 자원봉사에 나섰던 적이 있지만 입사한 이후에는 주말과 공휴일, 퇴근 이후의 시간도 온전히 내 것일 수 없었던 탓에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내 몫의 역할을 해야 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국에 와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좀 외롭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바쁜 일상을 핑계로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봉사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연수 기관의 소개로 알게 된 메릴랜드주 스프링필드의 노숙자 무료 급식소 ‘Shepherd’s Table’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이곳은 1983년 12월 16일 노숙자들을 위한 첫 저녁 식사를 시작으로 37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고 한다. 무료 급식소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의료 지원과 노숙자 상담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자원봉사 희망자들은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날짜에 아침·점심·저녁 중 봉사 시간을 골라서 참여하면 된다.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초반에는 일이 익숙지 않아 음식 준비와 배식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온통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2시간 30분가량의 봉사가 끝난 뒤에는 지치곤 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그곳 분위기와 일에 익숙해진 뒤에는 다른 봉사자들과 대화하며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같이 봉사하는 사람들은 남을 도우려는 선량한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이였음에도 금세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청소하거나 음식을 그릇에 나눠 담으면서, 또는 식기를 정리하면서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다른 봉사자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 나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부터 봉사를 쉬고 있지만, 팔뚝에 무시무시한 해골 문신을 하고, 묵묵히 무거운 식자재 박스를 나르던 한 남자 고등학생이나 몇 년 전 암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을 잊으려 봉사를 시작했다던 60대 할머니 루스 등 그곳에서 만난 이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눴던 시간들은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노숙자 무료 급식소 이외에도 마음만 먹고 주위를 돌아보면 자원봉사에 참여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연수 기관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외에는 다양한 배경의 미국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을 기회가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그런 기회를 만드는 좋은 방법의 하나가 봉사활동이었다. 남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을 함께하다 보면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계속 생기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쓸 일도 늘어난다. 봉사에 뜻이 없더라도 마음에 맞는 좋은 미국 친구를 만들거나 원어민과 대화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면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카운티별 홈페이지를 찾아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검색해보면 다양한 봉사 기회들을 찾아l에 볼 수 있다.

■ 삶을 바꾸는 습관, 나만의 새벽 시간 확보하기
평생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았던 나는 입사 이후에는 만 16년 넘게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의 삶을 살았지만, 늘 출근 준비로 바빴지 새벽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한 기억은 없다. 전날 자정 넘어서 잠든 탓에 아직 몸도 정신도 덜 깬 상태로 출근을 준비하고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뚫고 기자실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곧바로 퇴근해야 할 것 같은 피로감이 밀려오곤 했다. 그렇게 온종일 몽롱한 정신을 카페인으로 깨워가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꿈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잃어버리고 하루하루를 월급 통장의 노예로 살아왔던 것 같다.

연수 기간에는 귀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면서 또다시 습관적으로 남의 회사(연수 기관)에 사실상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한참을 보냈다. 그러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락다운이 시작되면서 집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시간을 흘려보내려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와중에 우연히 접한 책이 할 엘로드가 쓴 ‘미라클 모닝'(The Miracle Morning)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 책은 이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한국에서도 2016년에 번역·출간돼 많은 사람이 이 책에 소개된 ‘미라클 모닝 루틴’을 실천하고 있었다. 저자는 휴식을 취한 뒤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가장 맑은 새벽 첫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라고 권한다. 그가 ‘LIFE S.A.V.E.R.S’라고 이름 붙인 미라클 모닝의 6가지 과정은 침묵(Silence), 확언(Affirmations), 시각화(Visualization), 운동(Exercise), 독서(Reading), 일기 쓰기(Scribing)다.

깨어나 첫 시간에 명상하고 자신의 꿈이나 목표, 원대한 계획을 쓰고, 그 모든 것이 이뤄졌을 때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몸과 정신을 깨우는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하고,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와 마지막으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게 늘 힘겨웠지만, 이 과정들을 실천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꿨다는 수많은 이들의 경험담을 유튜브에서 찾아본 뒤에는 어차피 집안에 갇혀 지내는 시간에 좋은 습관이라도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미라클 모닝 루틴을 시작하게 됐다.

밤늦게 텔레비전 앞에서 멍하니 보내는 시간을 과감히 줄이고 매일 5시 30분쯤 일어났다. 출근할 것도 아닌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좀 억울하긴 했지만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100일이 지나고 보니 새벽 첫 시간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게 후회스러웠다. 매일 새벽, 자기계발에 짧은 시간을 할애하면 그 시간이 쌓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연수 기간을 마치고 다시 한국에서 바쁜 직장 생활을 시작하더라도 미라클 모닝 루틴만큼은 계속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직장 생활에 쫓기면서 좋은 습관을 시작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안다. 정신이 가장 맑은 새벽 시간을 나만을 위한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만드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 연수 기간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라클 모닝’과 로빈 샤마(Robin Sharma)의 ‘The 5am Club’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 육체·정신 건강을 돕는 명상 습관 만들기
어릴 때부터 신경이 예민하고 걱정도 사서 하느라 걸핏하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나에게 몇 년 전 한 후배가 명상을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다. 나와 비슷한 성격인 그 후배는 명상의 효능을 직접 체험했다며 꼭 시도해보라면서 관련 서적도 선물해줬다. 후배의 성의가 고맙기도 하고 지친 내 육체와 정신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명상을 시도해봤다. 척추를 곧추세우고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잡념을 떨치려 노력했지만 30초도 아무 생각 없이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으니 온갖 잡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는 것 같아 결국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미국에 와서 명상을 다시 시도하게 된 것은 미라클 모닝 루틴을 시작하면서였다. 매일 새벽 반복해야 하는 6가지 과정 중 ‘침묵’이 바로 명상의 시간이다. 새벽에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려니 졸리기도 했지만 매일 10분씩 연습하면서 갈수록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정신도 더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초보자인 경우 인도자가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다양한 명상 애플리케이션 중 Calm을 골라 휴대폰에 깔고 앱에서 매일 새롭게 제공되는 10분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처음엔 10분도 길게 느껴졌는데 매일 명상하다 보니 이제는 새벽뿐 아니라 귀국 준비로 마음이 뒤숭숭하거나 출근할 생각에 우울해지려 할 때마다 수시로 10분씩 명상을 하고 나면 기분 전환도 되고 정신도 개운해진다. 명상을 통해 쓸데없는 걱정을 줄이니 소화도 잘되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명상을 연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몇 년 전 내가 명상 습관을 들이려다 실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여유로운 연수 기간에 명상 연습을 하는 게 훨씬 수월했다. 일단 한번 습관이 붙으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습관을 유지하는 데 그리 큰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연수 기간에 시도해보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신경외과 전문의 제임스 도티(James R. Doty) 박사가 쓴 ‘Into the Magic Shop’이 도움이 됐다. 유료 명상 앱 Calm은 매일 수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다양한 앱이 출시돼 있으니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