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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기관과 주거지 선택이 해외연수의 거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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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해외연수도 어느 듯 반환점을 돌았다. 이젠 서울로 돌아갈 때까지 남은 날이 이곳 미 워싱턴에서 살아온 지난 날보다 짧다는 얘기다. 돌아보면 초기 정착 때 회사 특파원 등의 도움을 받은 덕분으로 외지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Tip을 정리한다.

1. 어디에서 연수를 할 것인가

LG상남언론재단 등 각 언론재단에 해외연수를 지원하기에 앞서 연수기관이 거의 정해지지만, 최종 선발된 후에도 대상기관을 바꿀 수 있다면 차분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된 연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져야 하고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공부가 목적인지, 가족 모두의 refresh가 목적인지, 해외 network 확대가 목적인지 등등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영어공부는 어디로 가든 본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어 논외로 한다.

학위가 필요하다면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직장 경력을 인정받아 1년 만에 학위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영어 성적이 다소 신통치 않더라도 본인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길을 열 수 있다. 다만, 본인이 공부를 선택하면 한가로운 가족 여행 등은 계획하기 힘들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희생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www.petersons.com 이나 educationusa.state.gov에 많은 정보가 있다.

여행이 주된 목적이라면, 중부의 콜로라도주나 칸서스주 등을 고려하면 어떨까 싶다. 미국 여행의 백미인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지리적으로 가운데인 만큼 동부나 서부 어느 쪽으로 가든 접근 성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인다. 동부의 끝인 워싱턴에서 서부 끝 LA로 자동차로 가기엔 너무나 멀다. 지난 연말 2주에 걸쳐 무려 4000마일(6400km)을 자동차로 돌았지만, 겨우 중남부에 있는 텍사스까지 밖에 가지 못했다. 미국은 정말 넓은 나라다.

네트워크 확대나 국제 정치/경제 흐름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워싱턴과 뉴욕 등 대도시를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체적인 비용은 지방도시에 비해 1.5배는 더 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각종 Think-tank들이 몰려있는 워싱턴에서는 경제관련 이슈만해도 매일 수 차례씩 세미나가 열리고 있고, 본인이 부지런히 움직이면 얼마든지 참여해서 새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해외 연수자를 위한 정형화된 프로그램(어떤 곳은 한국 연수자만 10-20명씩 모여있기도 하다.)이 있는 곳 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사실 연수자들이 몰리는 일부 대학에서는 별다른 지원도 없이, 많은 학비를 요구하는 반면, 잘 찾아보면 별다른 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연구나 공부를 지원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학비를 낸 만큼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느냐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연수자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대학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지난해 5월 급작스레 연수기관을 바꿨지만(미 대학들은 5월말이면 거의 방학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 전에 어플리케이션 절차를 마무리 짓는 게 좋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결정이었다.

2. 어디에, 어떤 집을 구할 것인가

뻔한 얘기지만, 해외연수 비용은 대도시로 가느냐, 아니면 한적한 지방도시로 가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고 같은 도시라도 어떤 지역의 어떤 집을 얻느냐에 따라 또 달라진다. 교육여건이 좋은 괜찮은 집을 구하려면 분명히 주변 시세의 150%까지 집세를 더 내야 한다.

나는 회사 선배의 조언 반(半) 강권 반(半)에 따라,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대도시로 간다는 원칙을 정한 뒤, 뉴욕과 워싱턴을 저울질하다 최종적으로 워싱턴을 택했다. 학교가 결정된 뒤 곧바로 초등생 애들의 학교와 연동되는 어디에서, 어떤 집에 살 것이냐가 최대 고민이었다.

언론사 워싱턴 특파원들과 기업 주재원들이 거의 워싱턴 외곽 Virginia주 Fairfax County의 Mclean시 또는 Vienna시에 거주하고 있어 큰 지역 범위를 선택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Fairfax는 미국 제1의 고교로 꼽히는 토머스제퍼슨과학고를 비롯 100위권 이내에 오르내리는 랭글리하이스쿨, 맥클린하이스쿨 등이 몰려있어 학군이 좋기로 손꼽히는 곳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

하지만 페어팩스 내에도 천차만별이었다. 처음엔 상대적으로 싼 집을 찾았지만, 계약 직전에 보니 애들이 입학할 학교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결국 애들 영어교육 여건을 고려해 더 비싼 집으로 계약했다. 본토 어메리칸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학교를 찾는 과정에서 거주지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페어팩스 학군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시안 및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몰려들고 있고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초등학교엔 심할 경우 본토 어메리칸 학생 비율이 40%가 채 안되기도 했다. 히스패닉 및 아시안 학생이 70%에 육박하는 학교도 있었다.(이런저런 차별을 고려할 때 백인 학생 비중이 90%를 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앞집 한국인 아주머니가 전했다.) 또 돈을 더 주더라도 서울에서 경험하기 힘든 타운하우스를 경험해 보기로 했고 애들을 포함해 가족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주거지 선택은 서울에서부터 준비하는 게 좋다. 어차피 미국은 자동차로 움직여야 하는 만큼 연수자 본인의 통학을 위한 지하철 등 대중교통 편의성은 따지지 말고 애들 학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애들 학교를 먼저 정한 뒤 그 학교에 입학 가능한 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된다. 어느 지역이든 학교가 상대적으로 좋으면 백인들이 많고 집값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학교에 대한 평가는 www.greatschools.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카운티의 교육청 홈페이지 (페어팩스카운티교육청은 페어팩스카운티퍼블릭스쿨, 영어 약어로 FCPS, 홈페이지 주소는 www.fcps.edu)에도 학교별 비교정보가 많다. 자녀 학교를 2-3개 정도로 좁히면 www.realtor.com 등 부동산 사이트에서 시세와 물건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미주 한인신문 등의 업소록을 참고해 한인 부동산 중개인을 찾은 뒤 직접 전화해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말하고 집을 구해달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경험으론 값이 상대적으로 싸긴 하지만, 자녀가 있으면 가급적 아파트를 피할 것을 권하고 싶다. 미국 중산층의 삶을 부분적으로라도 보고 싶다면 괜찮은 타운하우스가 제격이다. 우리 가족은 지난 추수감사절 때, 그리고 할로윈 때, 성탄절 때 같은 타운하우스 미국인 가족의 초대를 받아 같이 어울려 지낼 수 있었고, 애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다. 또 하나, 손 바뀜이 시작되는 7월 이전에 계약하면 상대적으로 싸고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지만, 개학을 앞두고 수요가 더 많아지는 7월말부터는 가격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