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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생에게 가장 중요한 결정, 집 구하기 – 미국 워싱턴 D.C.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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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에 합격한 뒤 가장 먼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두 가지를 꼽으라면, 출국 날짜를 정해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과 ‘집 구하기’일 것입니다. 제 경우 외국에서 집을 구해 살아보는 게 처음인데, 1년간 살 집을 구하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 줄 미처 몰랐습니다. 연수에 합격하자마자 어디에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서두르길 권합니다.

한 달 넘게 마음고생 하고 있던 작년 여름엔 너무 지쳐서 ‘아무 집이나 구해지기만 하면 불편해도 다 맞춰가며 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미국에 와서 몇 달 지내보니, 그 당시에 힘든 걸 조금만 더 참고 ‘좋은’ 집을 ‘괜찮은’ 가격으로 구하는 데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추후 미국으로 연수 오는 분들이 좀 더 괜찮은 집을 수월하게 구할 수 있도록, 제가 워싱턴 D.C. 연수를 위해 집을 구한 과정을 간단히 복기해보려 합니다.

미리 구할 것인가, 도착해서 구할 것인가

집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워싱턴 D.C.에서 연수했던 제 지인들의 경우 미국 입국 전 미리 집을 구해놓은 경우도 있었고, 도착해서 호텔에서 1주 정도 지내면서 직접 집을 보고 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미리 집을 구해놓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집이 잘 구해지지 않아 마음 졸이는 일을 피하고 싶었고, 빨리 정착을 마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은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만 제 경우 집을 미리 구하면서 계약 기간이 입국일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아 2주치 렌트를 더 지불해야 했습니다. 영상 통화로 집을 살펴봤기 때문에 구조는 예상했던 대로였지만, 하루 종일 집에 해가 얼마나 잘 드는지 직접 체크하지 못한 점도 지나고 보니 조금 아쉽습니다.

어떤 형태의 집에 살 것인가

미국에서 살 집을 구할 때 타운 하우스, 싱글 하우스, 아파트(콘도미니엄) 등 크게 3가지 선택지를 갖게 되는 듯합니다.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경우 ‘미국이 아니면 언제 주택에 살아보겠냐’며 타운 하우스나 싱글 하우스를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연수 기간 미국에서 혼자 지낼 거라 아무 고민 없이 아파트를 선택했습니다. 대형 아파트에는 보통 지하주차장, 헬스장, 스카이라운지, 비즈니스 라운지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로비에 24시간 직원이 근무해 치안이 매우 안전하고, 1층에 유기농 식재료 등을 파는 홀푸드 마켓이 입점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동네에 살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결정 사항입니다. 보통 미국 집 매물을 찾아볼 때 가장 많이 쓰는 사이트는 질로우(Zillow)입니다. 주변 편의시설과 대중교통, 집 구조와 크기, 내외부 사진, 컨택 포인트 등 정보도 함께 나옵니다. 시간날 때마다 질로우에 들어가서 아파트 매물을 살펴보다보면 어느 동네에 살고 싶은지 점점 감이 올 것입니다.

동네 분위기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네이버에 활성화돼 있는 ‘버지니아 맘’, ‘미준모’ 등 카페에 가입해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질로우로 매물을 살펴보고, 워싱턴 D.C. 인근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연락해 동네 추천을 받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 동네 분위기를 파악해본 뒤 ‘거주할 동네 후보지’를 두 곳으로 압축했습니다.

펜타곤시티 동네 전경

아파트 리싱 오피스 접촉 및 계약

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했다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직접 리싱 오피스(leasing office)에 연락해야 하고,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콘도(콘도미니엄)’의 경우 리얼터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면 됩니다. 콘도의 경우 미국에서는 집 주인이 이른바 ‘복비’를 모두 지불하기 때문에 리얼터를 통해서 계약하더라도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제 경우는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회사 소유여서 홈페이지를 통해 리싱 오피스에 연락, 계약을 직접 진행해보려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휴대전화번호, SSN 등 제출해야 하는 필수 정보들이 대부분 없는 상황이라 아파트 계약 전 접수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을 통해 한국인 리얼터를 소개받았고,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아파트 계약을 맡겼습니다.

참고로 계약 과정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은 ‘소득 증명’ 절차였습니다. 미국은 전체 연간 렌트비의 3배 정도의 연 소득이 있다는 걸 입증해야 아파트 계약이 가능했습니다. (웬만한 D.C. 인근 아파트는 연봉 1억5천만원 정도는 입증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 금액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3~6개월 렌트를 보증금으로 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회사에서 발급받은 연간 소득 증명 문서, 은행 계좌 잔고 증명서, LG상남언론재단의 재정 지원 문서 등을 한꺼번에 제출했고 한 차례 추가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뒤 가까스로 통과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 연봉은 곧이곧대로 써내기보다 조금 부풀려 적어낼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관리비, 주차료 등 부대비용 반드시 확인하기

집, 특히 아파트를 구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부대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입니다. 저는 대형 아파트라 공용 전기 사용, 공용 그릴(가스) 사용, 쓰레기 처리비용 등 ‘관리비’ 명목으로 월 100달러가량이 들어가는데, 집 계약 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 비용은 제가 개별적으로 납부하는 전기료와는 별개입니다. 이외에 인터넷비 65달러, 주차료 120달러도 매달 납부하고 있습니다.

맨처음 아파트를 계약할 때 매달 들어가는 비용으로 월세만 생각했는데, 관리비, 주차료, 인터넷비 등 부대비용을 내고 나면 월 고정지출로 300달러 정도가 추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매달 내는 집 보험료, 휴대전화 요금 등까지 합치면 월 고정 지출이 만만치 않게 느껴집니다.

워싱턴 D.C 또는 버지니아에 집을 구한다면

워싱턴 D.C.를 연수지로 정한 경우 또는 각 언론사 워싱턴 D.C. 특파원들의 경우 대개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워싱턴 D.C.에서 괜찮은 동네는 집세가 비싸고, 미국스러운 정원이 있는 ‘주택’에 살기가 힘듭니다. 도심 한복판에는 수십년은 기본인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편이고, 주차도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 해도 한 번 뿐인 미국 생활을 수도 워싱턴 D.C.에서 제대로 누려보고 싶고, 차를 사지 않고 메트로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을 계획이라면 D.C. 한복판에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습니다.

만약 버지니아에 집을 구한다면 맥린(McLean), 타이슨스(Tysons), 비엔나(Vienna), 폴스처치(Falls church) 등이 검토 가능한 주요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상당수의 언론인, 공무원, 주재원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메릴랜드주도 워싱턴 D.C., 버지니아주와 같은 생활권으로 묶입니다. 흔히 3곳을 묶어 ‘D.M.V’라 부르기도 합니다. 메릴랜드에서는 주로 베서스다(Bethesda), 록빌(Rockville) 등에 한국인들이 거주하는데, 이 동네들은 워싱턴 D.C.와 차로 30분 안팎 거리이고, 메트로 레드라인도 닿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제가 거주하는 곳은 버지니아 알링턴의 펜타곤시티입니다. 추후 이곳을 염두에 두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동네를 소개합니다. 이곳은 워싱턴 D.C와 버지니아주 경계에 있는 도시로, 이름에서 짐작하듯 펜타곤(Pentagon) 바로 앞에 있습니다.

메트로(Metro)는 블루, 옐로우 라인의 펜타곤시티역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블루라인 메트로를 타고 3정거장을 가면 조지타운대 인근 로슬린(Rosslyn)역이기 때문에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펜타곤에 근무하는 미 군복 입은 직원들도 많이 거주합니다. 옐로라인 메트로를 타고 3정거장을 가면 박물관, 미술관이 밀집된 내셔널 몰이 나옵니다. 자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워싱턴 모뉴먼트, 백악관, 의회 의사당 등이 있습니다.

펜타곤시티에는 코스트코, 홀푸드, 쇼핑센터, 백화점, 공원, 영화관 등이 도보 거리에 있어서 미국인데도 차 없이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취학이 필요한 자녀를 동반하는 연수생의 경우는 주변에 자녀를 보낼 학교가 마땅치 않은 듯해 이 지역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 보입니다.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펜타곤
메트로 펜타곤시티 역

렌트비와 생활비 안배하기

연수를 시작할 때만 해도 1,300원대 중반이던 환율이 불과 넉 달 만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의 결합으로 1,400원대 중반에 다다른 것은 물론, 1,500원선을 넘볼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워싱턴 D.C.를 연수지로 고르면서 뉴욕만큼은 아니더라도 월세 부담이 상당할 거란 각오를 하긴 했습니다. 실제 재단 지원금 전액이 집값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말을 기점으로 환율이 치솟고 나니, 더 작은 평수의 집을 구해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확보해 뒀더라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뒤늦게 밀려듭니다.

그렇기에 연수 준비의 첫 단계이자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집 구하기’를 시작하기 전, 매달 지출 가능한 범위의 렌트비와 생활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