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럼 왜 상하이로 왔어요?
항저우(杭州)나 난징(南京)만 가도 물가도 싸고 살기가 얼마나 좋은데요.”
귀국을 앞두고 아파트에 설치돼 있던 정수기와 녹물 필터를 떼러 왔던 정수기 관리 업체 사장은
필자가 연수를 위해 상하이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문득 지난해 3월 경 상하이에서 연수 중이었던 조선일보 진중언 기자의 말이 떠올랐다.
필자가 상하이로 연수를 갈까 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진 기자는 “선배, 여기 ‘비추’예요.
너무 비싸요.”라며 만류했다.
중국으로 연수 오는 기자들 대부분은 베이징에서 연수를 한다.
필자 역시 ‘당연히’ 베이징으로 갈 생각을 했고 실제로 베이징대학 경제학과 고급진수생
(高級進修生) 과정 어드미션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연수를 한 곳은 상하이 푸단대학이다.
심각한 공기 오염 같은, 베이징 행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명쾌하게 설명
하기 힘든 상하이의 매력에 끌렸던 게 더 큰 요인인 것 같다.
푸단대에서 연수 중인 외국인들에게 왜 상하이로 왔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크게 두 가지다.
베이징의 공기 오염이 싫어서라는 대답과 상하이의 분위기가 좋아서라는 대답이 그것인데 비율은
서로 엇비슷하다.
재미있는 것은 베이징의 나쁜 점은 명확한데, 상하이의 좋은 점은 명쾌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기자적인 호기심이 발동해서 상하이의 어떤 분위기에 끌렸느냐고 물어보면 명쾌하게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학기에 푸단대 같은 반에서 만난 영국 맨체스터대 언어학과 3학년
제니(Jenny)는 “우리과에서는 베이징대와 푸단대 모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데 푸단대 경쟁률
이 더 높다”면서 “영화와 사진을 통해서 본 상하이의 모습이 매력적이어서 푸단대를 선택했는데
잘 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우리 반인 중앙대 중문과 4학년 여학생은 교환학생 ‘재수’ 끝에 푸단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직전 학기에 교환학생에 지원했는데 1지망이었던 푸단대 대신 2지망 대학에 선발되자 포기하고
한 한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지원해서 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선발된 대학이 칭다오에 있었는데
상하이에 꼭 오고 싶었다”며 “교환학생 재수는 잘 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푸단대에서 만난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상하이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덴마크에서 온 사이먼은 날씨가 좋아서라고 이야기하고, 미국 워싱턴에서 온
마크는 도시 전체가 활기차서(cheerful) 좋다고 했다. 파리에서 온 루시는 루이비통을 파리의
10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얼마 전 와이프와 초등학교 4학년 딸한테 상하이 생활에 몇 점을 주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모두
90점 이상은 줄 수 있다고 했다. 딸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 좋아서라고 대답했고,
와이프는 서울보다 더 번화해서 갈 데가 많아서라고 했다.
필자도 90점은 충분히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아침에 학교 갈 때 마다 거리에서 느껴지는 활력이
좋고, 100년의 시간이 공존하는 느낌을 주는 상하이 시내의 다양한 건축물도 이방인의 감성을
자극한다.
필자가 연수한 푸단대도 연수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어학연수 코스는 비학위 과정
이어서 지원이 곧 합격인데도 국적을 불문하고 학생들의 수준이 비교적 높았다. 다들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공부를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수업 시간 마다 과제가 만만치 않았는데
대부분 제 때 과제물을 제출했고, 2주일에 한 번 정도 돌아오는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매달리는 친구들도 많았다.
물론 안 좋은 것도 있다. 우선 물가가 비싸다. 특히 아파트 렌트비가 비싸다.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편의 시설이 갖춰진 동네에서 20평형대 아파트를 구하려면 최소 월 1만5000위안
(약 250만 원)은 줘야한다. 비싼 돈을 주고도 겨울에는 벽과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외풍
(外風)에 몸을 떨어야 한다. 난징으로 연수 간 다른 언론사 동기는 4인 가족이 사는 아파트를
월 3000위안(약 50만 원)에 구했다고 하니 상하이의 렌트비가 얼마나 비싼 지 알 수 있다.
공기도 안 좋다. 베이징 보다는 좋지만 초미세먼지(PM2.5) 지수가 200이 넘는 때가 부지기수이다.
한국은 PM 2.5 지수가 100만 넘어도 신문과 방송에 보도될 정도지만 상하이에서는 200 정도면
일본 사람 빼고는 마스크도 안 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필자의 경우, 연수 기관인 푸단대와 한인 타운의 거리가 먼 것도 단점이었다. 서울로 비유하자면
한인타운은 목동, 푸단대는 태릉 정도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필자가 사는 구베이
에서 푸단대까지는 18km 정도(택시 미터기 기준) 떨어져 있다. 택시를 이용하면 차가 안 막히면
30분 정도 걸리고 택시비는 65위안(약 1만1000원) 정도 나온다. 지하철은 18구간이다.
구베이와 푸단대 모두 10호선 선상에 있어서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게 그마나 위안거리라고 할 수
있다. 지하철 한 구간 사이가 서울 보다 멀어서 지하철 탑승 시간만 45분이고, 걷는 시간을 합치면
집에서 학교까지 도어 투 도어 기준으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연수 초반에는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힘도 들고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츰 택시로 통학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연수 기관은 한인타운과 가까운 교통대로 하거나 주거 지역을 푸단대 근처로 정하면 되겠지만
아이들의 학교 문제 등을 생각하면 푸단대 근처에서 살기는 쉽지 않다. 푸단대 주변에 국제학교가
없어서다. 연수 기관을 교통대로 한다면 장거리 통학에 따른 시간과 비용 낭비는 줄일 수 있다.
교통대는 구베이에서 지하철로 3구간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