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영어성적이 꽤 좋았음에도 정작 미국 땅에 와서는 아직까지 스타벅스 커피 주문도 완벽하게 못
하고 있다. 언어의 장벽은 역시나 생각보다 높았다. 요즘엔 외국을 한번도 안가보고도 국내에서 훌륭하게
영어 학습을 할 수 있지만, 미국에 와서야 가능한 방법들이 몇 개 있다.
1. 대학 수업 청강하기
: 이곳 USC 교수들한테 이메일만 보내면 바로 답장이 온다. 대부분 청강해도 좋다는 응답. J1 뿐 아
니라 가족들이 청강해도 전혀 상관이 없다. 문제는 수업 발표나 조모임 같은 것은 적극적으로 참여
하기 어렵다는 점. 그러나 강의만 열심히 듣고 질문 한두 개 씩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수업은 연수
주제와 관련된 분야, 또는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를 택해야 한다. 그래야 한두번 듣다가 포기하는
일이 없다.
2. 대학 도서관 활용하기
: 연수생들은 대부분 해당 학교 도서관을 출입하고 책을 빌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일주일에 한 권
씩 읽는다는 목표로 분량이 적은 책부터 도전하면 좋다. 난 영어책을 하루 50페이지씩 읽겠다는
기준을 세워놨는데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독서량이 쌓일수록 속도는 빨라지니 걱정할 필
요가 없다. 나는 아직 못해봤지만 집에서 NYT, WSJ 등을 구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NYT만 해
도 하루치 신문이 상당히 두꺼워서 모두 읽는 건 불가능하지만 이것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3. 영어 튜터 구하기
: 난 USC를 통해 language exchange 파트너를 구했다. 한 학기에 한번씩 학교 측에서 한국어-영어,
중국어-영어 등의 파트너를 맺어주는데, 한국어에 대한 인기가 요즘 상당히 높아서 원어민 학생과
매칭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일주일에 한두번 씩 만나서 각자 원하는 주제에 관해 대화하거
나, 각자의 과제물을 도와주곤 한다. 아무것도 없이 프리토킹하는 것보다는 뭔가 준비를 미리 해가
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일반 대학생 튜터는 비용이 드는 데다가 학교와 멀리 떨어진데 살면 구하
기 힘들어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4. 지역 공동체 활용하기
: 미국인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지역 사회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adult school이었다. 난 여기서 동네 미국인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자
서전 쓰는 모임에 나갔다. 동양인은 나 혼자라서 상당히 어색했지만 이들은 나를 푸근하게 받아
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 인생 얘기를 써가서 미국인들 앞에서 발표를 하니 확실히 스피치와
라이팅 실력이 늘었다. 여기서 친해진 할머니 한 분은 내 초등학생 아들의 영어 과외를 무료로 해
주고 있다.
5. 아이들 학교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
: 초등학생이나 프리스쿨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로서 이들 학교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
는 것도 영어 실력을 쌓는 방법이 된다. 초등학교는 parents night out, movie night이나 fund-
raising 같은 행사를 자주 한다. 또 학교 행정을 도울 수 있는 volunteer를 학부모들 사이에서 모집
하기도 한다. 처음엔 뻘쭘할 수 있지만 자꾸 이런 데 얼굴을 들이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스태프
나 다른 학부모들과 교분을 쌓을 수 있다. 외국어는 주눅 들면 배울 수 없다는 걸 연수 와서 다시금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