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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야기(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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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타



1) 날씨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의 날씨가 하도 변덕스러워 아예 기대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옵니다. 올해 5월 경우 제 기억엔 사흘에 이틀 꼴로 비가 온 것 같습니다. 방금 짱짱하게 맑았던 하늘에서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면 정말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엑시터의 경우 비교적 온화한 날씨인데도 이 정도이고 보면 중북부의 지방에선 단단한 각오를 해야 합니다. 강풍(gale)이 부는 날의 뉴스시간엔 뒤집힌 화물차의 그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나다닐 때 우산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비가 바람을 동반한 탓에 우산보다는 후드가 달린 외투가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가 그래도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대기 중에 먼지의 양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몰라도 이곳에선 굳이 세차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비온 뒤 차는 정말 깨끗해집니다. 그리고 맑은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자리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비가 엄청 자주 오지만 강수량은 얼마 안됩니다. 구체적 수치는 기억이 안 나지만 연간 강수량이 한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웬만큼 비가 와도 우산을 받을 생각조차 않고 그냥 맞은 채 걸어다닙니다.



우기가 우리와 정반대로 겨울이라는 점도 추운 날씨와 맞물려 사람을 무척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11월초 summer time 끝난 뒤 시작되는 겨울은 습하고 추울 뿐만 아니라 긴 겨울밤 탓에 가족간 유대로 가정의 따뜻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아내의 말 처럼 조울증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집집마다 있는 벽난로 하나만으로 춥고 습한 겨울밤을 지내기 어려운 탓이죠. 하나의 방법은 전자파 등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전기장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제 경우 겨울을 지내고 보니 전기장판을 지참하지 못한 사실이 적잖이 후회되더군요.



2)전자제품



영국 와서 당황하는 한 가지가 바로 소케트-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습니다-의 구멍이 2개가 아니라 3개라는 사실입니다. 또 각 소케트 마다 따로 스위치가 달려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컴퓨터, 전기밥솥 등 전자제품을 가져온 경우 전문매장에서 아답터를 사서 끼워야 합니다. 가격은 대략 3.50파운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행히 전압은 우리와 같이 220 볼트여서 변압기는 필요 없습니다. 인터넷 사용을 위해 가져온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전화접속용 아답터도 따로 구입해야 합니다. 컴퓨터 매장에서 가서 미국용 컴퓨터 아답터(가격은 2파운드 가량)를 달라고 해야 합니다. 영국용의 경우 외형의 거의 차이가 없지만 영국용은 꼽아도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3)TV



영국 TV를 보기 위해선 반드시 라이센스를 사야 합니다.(물가편 참조) 영국은 공중파 방송이 5개입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서 ch5가 잡히지 않아 BBC1, BBC2, ITV, ch4 등 4개만 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 TV도 상당 수 있습니다만 공중파도 제대로 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탓에 케이블 가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공중파의 프로그램은 정말 유익합니다. BBC의 공영성은 익히 알려진 만큼 프로그램의 질은 상당합니다. 저녁 프라임 시간대인 8-10시 방송되는 다큐멘터리는 녹화를 해서 볼만합니다. 오전 시간대에 하는 아이들 방송 역시 정말 부러운 수준입니다. BBC2가 이를 전담하는데 아이들의 등교시간 전엔 만화 위주 프로를 내보내고 오전 9시 이후에는 텔레투비, 트위니 등 유아프로를 방송하고 11시 이후에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취학연령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낱말맞추기, 간단한 숫자놀이 등 학습프로그램을 내보냅니다. 너무나 내용이 좋다보니 많은 유학생 가정에선 비데오를 사서 이 프로들을 녹화,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우리 집도 큰 효과를 봤습니다.



하나 아쉬운 사실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TV 주사방식이 Pal 방식으로 우리의 NTSC와 다른 관계로 이곳에서 녹화한 비데오 테이프를 Pal 방식 지원 TV와 비데오 기기를 함께 가지고 가지 않으면 한국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곳에선 LG와 대우가 만든 Pal, NTSC식 겸용 비데오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데오는 Pal 방식의 TV상에서 Pal 방식 TV로 녹화한 테이프를 재생하는 것은 물론 NTSC방식으로 녹화해온 테이프의 재생도 지원해주지만 거꾸로 NTSC방식의 TV에선 어느 것도 재생해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전 한국의 가전 3사에 NTSC 방식의 TV(한국의 TV 수상기)에서 NTSC나 Pal 방식의 녹화 테이프 모두를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비데오가 있냐고 문의를 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이곳에서 교민이 하는 전파사에 문의했더니 Pal 방식으로 녹화된 테이프 하나를 NTSC로 전환하는데 20파운드가 든다고 하더군요. 아쉽지만 TV와 이곳에서 구입한 비데오까지 다 가져갈 수 없는 관계로 아내는 애써 녹화한 테이프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생각입니다.



4)신문



제 직업이 기자이고 매주 월요일 우리 신문에 ‘차재원기자의 유럽투데이’라는 제하의 유럽소식을 전하고 있어 신문은 빠지지 않고 챙겨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방송뉴스도 열심히 청취하려고 합니다. 먼저 방송의 경우 아침엔 BBC1 뉴스(한국처럼 30분단위로 그날의 주요뉴스를 반복합니다), 점심엔 ITV 낮뉴스(12시 30분) 저녁엔 BBC1 6시뉴스, ITV 6시30분 뉴스, ch4 7시뉴스, 밤엔 BBC1 10시 뉴스를 시간대 별로 나눠 보면 영국내 상황이 쉽게 파악됩니다. 신문은 학교 도서관을 적극 이용합니다. 신문 하나가 주중 40펜스, 주말 80펜스-1파운드로 가격이 만만찮은 탓에 도서관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주말판의 경우 유익한 섹션이 많아 가급적 직접 사서 봅니다. 이곳의 신문은 정치적 색채가 뚜렷한 탓에 날마다 돌아가며 읽으면 재밌습니다.



5)여행



앞서 얘기한 바 처럼, 여기 온지 9개월여가 흘렀지만 아직 제대로 런던 구경조차 못해 여행 부분을 기술하기가 어째 어색하군요. 그래도 부활절 방학 땐 1주일 여정으로 스코틀랜드를 다녀왔습니다. 또 이곳 남서부 지역도 몇 곳을 다녀왔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냈던 것은 이들 여행이 아주 쌌기 때문입니다. 1-2월쯤 지역신문은 물론 전국지를 자세히 보면 비수기 때 유명한 관광지에 위치한 캠핑사이트의 캐러밴을 독자들에게 아주 싸게 제공하는 이벤트를 많이 합니다. 물론 이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선 1주일치 신문을 사 본 뒤 거기에 인쇄돼 있는 쿠폰을 5-6장을 오려서 자신이 희망하는 장소와 날짜를 선정해 보내면 됩니다. 가격은 정말 파격적입니다. 스코틀랜드 경우, 4박5일 동안 캐러밴을 이용하는 요금이 1인당 20파운드, 4명인 우리식구가 80파운드를 내고서 숙식이 해결됐죠. 캐러밴에는 취사시설이 구비돼 있어 먹을 음식은 미리 장만해 갔습니다. B&B에서 묵을 경우 하루 숙박비는 최소한 40파운드 이상입니다.



우리가 아직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유럽 대륙 여행도 싸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곳에 와 계신 교육부 공무원 한 분은 가족들과 함께 지난해 텐트와 버너, 코헬만 자동차에 싣고서 40일간 유럽대륙을 여행 다녀왔습니다. 잠은 유럽대륙 곳곳에 산재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밥은 버너와 코헬을 이용해 먹고 이동은 자기 차로 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했더니 경비가 예상보다 절반이상 절약됐다고 하더군요. 캠핑장 시설이 워낙 좋아 텐트에서 자도 별다른 불편을 못 느꼈고 또 번거로운 예약을 할 필요도 없고 말입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직 아이들이 어려 무리이나 애들이 최소한 초등학생 이상이면 이 방법을 권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