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영국이야기(출국과도착)

by

6. 출국준비와 영국도착



출국준비의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집 문제일 것입니다. 영국에서의 집 구하기는 따로 얘기하기로 하고 먼저 한국에 있는 집 처리를 간단히 제 경우의 소개로 대신하겠습니다. 연수가 1년인 탓에 가재도구의 대부분을 안방으로 몰아넣은 다음 안방을 제외하고 1년 계약 조건을 내세워 파격적 가격의 월세로 부동산 소개소에 내놓았더니 서로들 계약하려고 해 쉽게 해결했습니다.



다음은 짐 부치기인데 해외이주 전문업체의 견적을 받아보니 너무나 비싸 고민하다가 우체국을 이용키로 했습니다. 우체국의 경우, 중량과 크기에 제한이 있습니다만 전문업체 탁송에 비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최대 허용치인 큰 사과박스 규격에 20kg 짜리 짐을 배로 보낼 경우 4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짐 내용에 따라 탁송자가 보험을 드는데 옷 등 분실이나 파손해도 괜찮은 물품의 경우 보험가격을 낮추면 탁송료도 낮아집니다. 운송기간은 대략 두 달 정도 걸립니다. 제 경우엔 이곳에 먼저 와 있던 행자부 서기관의 집 주소로 짐을 미리 보내 저희 가족들이 도착할 무렵엔 웬만한 짐은 다 도착해 있었습니다. 탁송화물을 마구 다룰 것에 대비, 부치는 짐은 깨질만한 것은 일체 넣지 말아야 합니다. 제 경우 고추장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 잘 포장해 부쳤으나 이중 한 개가 터져 함께 포장했던 일부 짐이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영국 입국은 주로 히드로 공항으로 하는데 공항이 큰 탓에 상당히 붐빕니다. 따라서 대한항공을 이용할 경우 한가족 서비스를 신청하시면 현지직원들이 빠른 수속을 받을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해줍니다. 입국심사 땐 여권, 입학허가서, 재정증명서 등이 필요한데 듣던 것 처럼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더군요. 비자기간도 넉넉하게 달라고 하니 순순히 응해주더군요. 애들의 예방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소아과를 돌며 영문 증명서를 다 떼서 갔습니다만 정작 입국 심사 때 보여달라고 하지 않더군요. 세관 검사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담배, 술 등 규제품목을 허용치 이상 갖고 들어오다 재수없이 걸려 경을 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공항을 빠져 나오면 버스나 지하철 등으로 갈아타고 목적지로 향해야 하는데 여기서 꼭 명심해야할 대목이 있습니다. 런던이 아닌 지방으로 갈 경우 반드시 버스-여기선 코치(coach)라고 부릅니다-를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소개하기 부끄럽습니다만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른 제 경우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히드로 공항의 경우 영국 전역으로 가는 코치노선이 central bus station에 다 있습니다. 제가 출발하기 전 엑시터에 먼저 간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니 코치 station에 가면 언제든 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걱정도 않고 표를 사러갔더니 표가 다 팔렸다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도착한 날이 금요일 오후였던 데다 월요일 연휴-bank holiday라고 부릅니다-가 낀 주말이라 각 지역으로 가는 코치 표가 거의 모두 매진됐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아뜩하더군요. 한국시각으로 새벽 1시30분에 도착한 관계로 작은 딸은 유모차에서, 큰 딸은 짐 수레에 앉아 꼻아 떨어졌고 큰 여행용 가방 5개의 엄청난 짐을 지키고 있던 아내에게 표가 없다고 말을 꺼내기조차 쉽지 않더군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더군요. 차를 빌려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오른쪽 운전대의 차를 운전해본 적도 없고 영국은 더욱이 처음이라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여기다 런던에 있는 선배들의 집 전화번호도 미리 챙겨오지 못해 난감하더군요. 할 수 없이 엑시터에 있는 분께 SOS를 쳤습니다. 다행히 한 분이 자가용 영업을 하는 교포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줘 전화했더니 처음엔 저녁이라 안되겠다는 것을 사정사정 했더니 미니벤을 끌고 나오셨더군요. 이 차를 이용, 3시간 30분의 밤길을 달려 엑시터에 도착하긴 했습니다만 차비로 220파운드(한화 44만원)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코치를 이용했으면 35파운드만 될 것을 준비소홀로 톡톡히 대가를 치른 셈입니다.



지난 2월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국을 다녀올 땐 한국에서 출발 전에 National Express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 예약하고 카드로 계산하고 찾으러 갔더니 예약번호만 물어보고 바로 표를 내주더군요. National Express의 홈페이지 주소를 찾으려면 uk.yahoo.com에서 National Express를 쳐 넣으면 바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