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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야기(학사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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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사일정



이곳의 학사일정은 한국과 많은 차이가 납니다. 학위과정 개시일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가을에 시작하지만 1달여 늦은 10월1일입니다. 학부생은 3학기(term)로, 대학원생은 2학기(semester)로-교육대학원의 경우는 3학기제로 진행하는 등 대학원 별로 다소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따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방학은 학부생 일정에 맞춰 12월, 3월 중순에 각각 1달씩이 주어지며 학부생은 대략 6월초까지 수업을 마치고 약 3주간 시험기간을 거쳐 여름방학에 들어갑니다. 석사과정 대학원생의 수업일정은 5월말 끝나며 바로 3주간 시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후 남은 일정동안 논문을 쓰고 늦어도 9월 중순까지 논문을 제출해야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석사학위 과정의 경우 1년만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는 관계로 공부의 강도가 센 편입니다. 총 이수학점은 180학점. 최소 1만5천자의 학위논문이 60학점이며 나머지 120학점은 수업을 통해 취득해야 합니다. 과목당 학점은 20학점, 따라서 6과목의 수업을 두 학기에 나눠 들어야 합니다. 한 과목당 수업은 1주일 두 시간으로 1주일 수업시간은 총 6시간입니다. 각 과정의 학생은 필수과목을 꼭 하나씩 들어야 하며 나머지 2과목은 인접 과정의 과목을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수업은 철저한 세미나 방식의 토론으로 진행됩니다. 학기 초 교수들은 이번 학기의 수업일정표를 나눠주는데 거기엔 각 주당 토론할 주제가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주제 발표자는 학기 초 정해지며 과목당 최소한 한번은 발표를 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업은 주제발표자의 20-30분간 발표가 있은 뒤 이에 대한 나머지 학생들의 질문과 토론이 이어진 뒤 교수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주제발표자 외에도 다른 학생들도 주제와 연관돼 미리 읽고 와야할 도서로 교수가 지정한 10여권의 책 중 일부는 미리 읽고 나와야 꿀 먹은 벙어리 신세를 면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업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는 수업시간 중 이뤄진 토론 등 수업 참여도(20%)와 과제물로 주어진 essay에 대해 평가(40%), 2학기말 시험(40%)으로 이뤄집니다. 그러나 엑시터 대학의 경우 지난해부터 평가방식에 변화가 진행중입니다. 이제껏 3천자 에세이 1개와 3시간동안의 2학기말 시험 -대략 3-5개의 주제가 주어지면 그중 3개를 선택해 미니 에세이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1학기 과목 시험도 2학기말 시험 때 한꺼번에 봅니다-으로 구성된 평가 대신, 에세이만 2개를 내거나 시험기간 중 교수가 제출한 3개의 주제에 대해 사흘에 걸쳐 집이나 도서관에서 주제당 1천자씩의 미니 에세이를 작성, 제출하는 방식으로 전환중입니다. 제 지도교수의 말씀으론, 달달 외우고 온 내용을 3시간 안에 짜내서 써내는 옛날 방식의 시험보다는 3천자 에세이 2개를 제출토록 하는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깊이 있는 공부를 유도한다고 보기 때문에 평가방식의 변화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잘 발달된 인터넷 탓에 표절이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더군요.



제 경우엔 의도하지 않았지만 선택했던 6개 과목이 모두 3천자 에세이 2개만 내는 것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바람에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할 필요는 없게 됐습니다. 만약 하나라도 시험을 쳐야 했다면 지금 여유잡고 이 연수기를 쓸 시간이 없었겠죠. 하지만 남들이 1개만 준비하는 에세이를 2개씩이나 준비한다고 두 번의 방학은 고스란히 공부에 반납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고대하던 여행 한번 아직 제대로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에세이에 대해선 추후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시험기간중 주어진 사흘안에 주제당 1천자의 미니 에세이를 써서 내는 새 방식의 시험도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옛 방식대로 강의실에 모여 앉아 달달 외워온 내용을 써내려 가는 시험의 경우 다소 내용이 미흡하더라도 대충 핵심만 건드리면 적당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집이나 도서관에서 책과 자료를 보고 작성하는 미니 에세이의 경우 완성도가 거의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어질 주제에 대해 미리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사흘간의 시간이 결코 길지 않을 뿐 더러 쉽지도 않다는 게 학생들의 얘기입니다.



모든 에세이나 시험의 평가는 담당 교수가 1차 평가를 한 뒤 수업을 담당하지 않은 동료교수가 2차 평가를 실시해 나온 점수를 합산해 계산합니다. 과목당 최소한 55점을 넘지 못하면 과락을 당하게 돼 논문작성 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약 8개월 동안 진행되는 수업기간 중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경우 논문도 써보지 못하고 도중하차해야하는 참담한 사태가 제법 생긴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