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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자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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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자 받기

                                                                                                  김경락 한겨레신문 기자

 

영국 비자 받는 요령을 정리합니다. 연수지를 결정하고 학교로부터 초청장을 받는 단계까지 비자 고민을 하지 않다가 막상 신청하는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당혹감에 빠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니 울뻔했습니다(^^). 영국 비자 제도가 최근 수년 사이 크게 바뀌면서 과거 영국 연수자의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기에 참고할 사례도 적어서 더욱 당황하게 됩니다. 저의 경험과 주변 다른 사례를 소개합니다.

 

1. 비자의 종류 – academic visa

 

영국 대학에 하위 과정으로 연수 가시는 분은 비자 고민할 게 없습니다. ‘학생 비자(student visa)’ 받으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저와 같이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로 가는 경우입니다. 미국은 방문학자 비자가 손쉽게 나오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연수기관은 비자 발급에 어떤 도움을 주지 못하며 권한도 없습니다. 제가 알기론 최근 들어 방문학자 비자를 받은 케이스는 제가 유일하지 않나 싶습니다. 유학원을 수소문해보면 대체로 기자와 같은 케이스로 방문학자 비자를 받는 경우는 없다며 대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방문학자가 받는 비자는 visitor 비자입니다. 영국 비자 담당 홈페이지에 비자 카테고리가 게시돼 있습니다. visitor 비자는 통상 관광 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방문학자를 준비 중인 분들은 visitor 비자 카테고리는 지나치고 다른 카테고리에서 온종일 헤매다가 ‘도대체 어느 비자가 나에게 맞는 거지’ 라며 당혹감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네 visitor 카테고리 맞습니다.

 

관광이 아닌데 왜 visitor냐고요? 이 카테고리에 가면 일반 visitor와 함께 방문학자가 받아야 하는 세부 카테고리가 하나 있습니다. academic visitor 비자입니다. 저도 처음엔 ‘난 학자나 교수가 아닌데 이 비자가 맞나’ 싶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겁니다. 이 비자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 학자 자격으로 영국에 체류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발급이 됩니다. 한국에서의 직업이 아니라 영국에서의 자격이 기준인 셈이지요.

 

2. academic visitor visa 요건

 

이 비자를 기자인 저, 또는 여러분이 받을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영국 정부가 기자도 학자 자격을 인정해줄까요? 제가 준비할 땐 ‘전례’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참 난감했습니다. 다수 유학원에서도 ‘아마 안 될 거다’ ‘혹시 박사 학위가 있느냐(없으면 안된다)’ 라고 했습니다.

 

비자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봐도 ‘안 된다’라고 해석할만한 대목은 전혀 없었습니다. 만약 신청했다가 거부되면 낭패인 터라, 가능성을 자세히 타진해보기로 했습니다.

 

외교부 출입 기자를 통해 주한 영국대사관에 문의를 넣었습니다. 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비자 업무는 관여하지 않는다’란 원론적 답만 돌아왔습니다. 주한 영국 대사와 식사 자리를 마련해보겠다는 외교부 출입 기자의 제안도 있었지만, 전후 사정을 가늠해보니 이 역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판단 – (왠지 청탁 같기도 하고, 안 되면 더 부끄러운 일이니 – 에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영국 정부가 한국에 용역 맡긴 비자 대행업체도 찾아가봤지만 도움을 얻지 못했습니다. 영국 정부와의 계약 상 “비자 발급 상담은 금지돼 있으며 잘 알지도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답답했지만 이해가 됐습니다. 영국 정부가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해외 사무소를 대거 폐쇄하면서 비자 업무를 영국 본국에서 전담하는 체제로 변경했거든요. 본국 일이니 한국에서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는 통로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전문인 ‘구글링’을 했습니다. 거기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정말 반갑게도 영국 정부가 비자 발급 심사 공무원을 대상으로 작성한 ‘비자 심사 가이드라인’ 문서를 발견했습니다. 영국 비자가 종류가 다양하고 조건이 까다롭다보니 담당 공무원의 업무 편의를 위해 작성한 문서였습니다. 가이드라인 중 제가 받아야하는 academic visitor 챕터를 꼼꼼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 비자는 영국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판단이 들면 발급을 해주라는 게 기본 명제였습니다. 심사관의 주관이 반영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몇 가지 예시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1. 대학 교수, 2 박사 학위를 소지한 대학 혹은 대학 부설 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돼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등’에 포함되는지가 관건이더군요. 예시는 어디까지나 예시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니까요. 기본 명제에 적합한 지원자라는 점을 강조 내지 입증을 하면 academic visa를 취득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심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비자 취득 가능성이 1%에서 50%로 올라간 것 같습니다. 네 여전히 ‘50%’입니다.

 

영국 비자 신청 서식(이 역시 구글에서 확인)을 찾아봤습니다. 과연 나의 전문성을 어필 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서식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네 있습니다. 입증 서류는 요구 서류 외에도 지원자가 마음껏 첨부할 수 있도록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주관적 서술을 허용하는 카테고리도 있었습니다.

 

저는 연수 주제가 ‘경제’ 관련 이슈였기 때문에 이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강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받은 여러 편의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 기자상 수상 실적, 씨티그룹에서 수여하는 씨티언론상 수상 실적이 떠올랐습니다. 모두 경제부 있을 때 받은 상입니다. 해당 기관에 요청해 수상 증명서를 ‘영문’으로 요청해 받았습니다. 이런 입증 서류와 함께 기자로서의 경력(출입처 경력 및 주된 취재 영역)을 연수 주제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비자 심사관이 ‘지원자는 한국에서 경제 부문에선 가장 뛰어난 기자이군. 방문학자 자격 충분해’라는 인상을 갖도록 작성했습니다(*저는 그리 썼다고 생각하지만 심사관도 그리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서류를 작성해 제출했고 비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비자 결과가 담긴 봉투를 받아들었을 때 정말 긴장되더군요(봉투를 열어봐야 발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통과 사실을 확인할 때 얼떨떨하더군요. 짜릿하기도 했습니다.

 

3. 다른 비자는 안되나? – 다른 연수자의 경험

 

네. 다른 비자도 됩니다. 사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academic visa는 제가 처음인 듯하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비자로 영국에서 방문학자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했었습니다.

 

3-1 – Working visa(Tier 5)

 

일단 한 방송사 기자의 사례입니다. 이 기자는 애초 academic visa를 신청했다가 거부를 당했습니다. 당사자는 떨어질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 아마도 기자에게도 비자를 쉽게 내어주던 시기와 그렇지 않은 최근 시기 사이에 걸쳐 있던 분이었습니다 – 거부된 직후 이 분은 해당 학교에 그 사실을 알리며 대안을 모색했다고 합니다.

 

이 분은 말하자면 working visa를 받았습니다. 이 비자는 반드시 COS란 증명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 증명서는 학교가 발급합니다. ‘고용 계약서’ 성격입니다. 급여 및 근무 시간, 근무 기간 등이 적시돼 있어야 합니다(물론 허위. 지원자 편의를 봐주기 위해 학교가 편법으로 발급). 다시 말해 학교가 COS를 발급해준다면 비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academic visa 거부되면 이 방법으로 옮겨 타야겠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문제는 cos 발급이 잘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간 런던 SOAS대에선 ‘우린 허위 증명서 발급 안 한다. 우린 너한테 월급 줄 생각 없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위 사례는 옥스퍼드대인데, 제가 그 사례를 제시하면서 채근해봤지만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라며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제가 파악키로는 COS는 영국 정부가 각 학교별로 한도를 배정하고 있었습니다. 즉 특정 학교에 TO가 있는 셈이지요(* 특히 런던 소재 학교엔 발급 한도가 적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런던에 이민자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나요 – 정확하지는 않음). 그리고 해당 학교는 실제 고용 계약을 맺는 방문학자(돈 주고 일 시키는 학자)를 초정할 때에 한해 COS를 발급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한도가 다 소진되지 않을 것 같을 때만 아주 이례적으로 비고용 방문학자에게 COS를 편법으로 발급하는 것 같았습니다(옥스퍼드 사례).
 
3-2 솔렙 비자(일명 특파원 비자)

 

사실 이 비자를 받아서 오는 분들이 제법 있더군요. J일보와 그 계열사가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선 회사 협조가 필요합니다. 없는 특파원 TO를 만들어야 하고 비자 서류에도 회사 자료가 많이 필요합니다. 회사 소개는 물론 특파원을 파견하는 이유와 심지어 회사의 재무적 건강성(재무상태) 관련 자료도 필요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영문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저도 이 솔렙 비자를 잠깐 염두에 두고 회사에 요청했더니, 당연하게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더군요. 회사마다 사정은 다를테니…)

 

다만 이 비자의 약점이 있습니다. 발급 비용이 매우 비쌉니다. 제 기억으로는 4인 가족 기준 700만원이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비용을 보고 저는 솔렙은 포기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솔렙으로 오는 케이스의 경우 대부분 가족은 동반하지 않고 혼자 오시더군요.

 

3-3 어학연수 비자

 

이것은 또 다른 방송사 기자의 사례입니다. 이 분도 처음에 academic visa를 손쉽게 받을 줄 알고 있다가 거부되어서 낭패를 겪었습니다. 회사에서 특파원 TO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선택한 방법이 어학연수 비자였습니다. 연수 기관 학교에서 운영하는 어학 프로그램 10개월 짜리를 구매하고 그 걸 입증자료로 해서 어학연수 비자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도 수백만원이더군요(* 전 그래서 어학연수 비자는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길이 막히면 이 방법이 유일합니다) 이 비자의 가장 큰 단점은 가족 동반이 안 된다는 겁니다(dependent visa 발급 안됨). 이 방송사 기자도 가족 동반을 못하고 혼자 오셨습니다.

 

* 소결 

앞서 academic visa 탈락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위 기자분들이 최근 영국 정부의 비자 정책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비자 설를 작성할 때 심사관이 납득할 정도의 ‘전문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발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락하셨던 분들은 기본 서류만 작성해서 제출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4. 이게 끝이 아니었다 – BRP

 

저는 혹시 비자 거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선 저부터 발급 받은 이후 가족(dependent)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한꺼번에 신청했다 거부되면 금전적 손실(약 1인당 약 20만원)이 크니까요. 여하튼 위에 언급했다시피 저는 정상적으로 비자가 나왔습니다. 가족도 신청하니 잘 나오더군요. 그런데 딸 비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국은 여권에는 입국 시기를 정한 종이(visa sticker)를 붙여주고, 해당 기간에 입국한 뒤 영국 현지에서 체류 기한과 생체 정보가 담긴 BRP 카드를 수령하는 시스템입니다. 딸의 문제는 비자 스티커에 있었습니다.

 

딸 비자 스티커에는 입국 시한(통상 입국 예정일 전후 한 달)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저는 제출 서류에 7월 25일로 적었는데 정작 스티커에는 6월10일~7월9일(* 7월10~8월10일로 적혀 있어야 함)로 돼 있었습니다. 비자스티커 수령일은 6월 말이었습니다. 명백한 영국 정부의 실수이지요. 문제는 이 실수를 정정하는 과정이 짜증이 난다는 점입니다.

 

절차는 이렇습니다. 우선 비자 컴플레인 전용 사이트에서 돈을 지불하고(네 또 돈을 요구합니다! 비싸지는 않아요) 인적사항과 불만 내용을 써서 제출합니다. 해당 사이트에선 통상 3일 내에 회신을 준다고 했지만 저는 일주일 지나서 회신이 메일로 오더군요(3일이 지나도 오지 않으니, 제대로 접수가 됐는지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회신이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자세히 적어서 회신했습니다(* 자체 조사 결과, 6월10일은 비자 신청 서류를 심사관이 받은 날짜더라고요. 접수 날짜를 입국 허용 날짜로 오기한 것). 그러고 나서 일주일 쯤 지난 뒤에 ‘사과와 유감’와 함께 ‘빨리 여권을 보내라. 수정하겠다’는 메일이 오더군요. 영국 정부의 책임이 확인된 경우에는 여권 송달은 무료입니다. 여튼 이렇게 해서 간신히 정상 발급된 비자 스티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메일 회신이 무척 느린 탓에 불안감은 매우 컸습니다. 제대로 읽어보기나 하는 걸까, 스팸으로 간 건 아닐까 하는 우려죠. 영국에서 쭉 살다보니 이 동네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일처리가 한국보다 느리더군요)

 

이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영국 현지에 도착해서도 한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집과 차를 구해야 해서 먼저 제가 입국하고 가족은 그 뒤에 입국을 했습니다. 입국 뒤 앞서 언급한 대로 BRP 카드를 수령해야 합니다. 저는 수령지를 학교 부근 우체국으로 지정을 해놨었는데요, 제 BRP 카드는 예정 기간 내에 문제없이 수령했는데, 이번에는 아들 녀석 BRP 카드가 예정 기일에 갔는데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체국 직원은 ‘어 없는데, 다음에 와’라고만 했습니다. 예정 기한이 지나게 되면 또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네 또 돈!) 항의를 많이 했지요. ‘이건 너네 책임이다 빨리 해결하라’고 하니 직원은 ‘이건 비자 당국의 책임이지 우체국 책임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이 역시 당국에 컴플레인하기 위해선 또 돈 내고 컴플레인 접수하고 회신 기다리고 하는 일을 또 해야 한다는 이야기) 여하튼 그 다음날 다시 가니 BRP 카드 찾았다고 했습니다. 여기 살면서 다른 한인들 이야기 들어보니 저와 같은 사례가 제법 있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우체국이 일부러 골탕 먹이려고 – 일종의 인종차별? – 일부러 그러는 것 간다라는 의혹도 제기하긴 했음).

수년전에는 현재의 여권 비자스티커(입국 시기 표기)+ BRP 카드 시스템이 아니라 여느 나라처럼 여권에 바로 비자를 붙여줬다고 합니다.      

 

5. 기타 고려사항

 

– Academic visa 발급을 위해선 반드시 Ielts 시험을 봐야 합니다(이것도 돈!). 걱정마셔요. 시험 어렵지 않습니다. 전날 술 먹고 가도 쉽게 패스합니다. 이 시험은 흔히 아는 academic module이나 general module이 아닙니다. ukvi module입니다. 시험 예제는 아이엘츠 본사 홈피에 공개돼 있고요 실제 시험도 이 예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유튜브에 모의 시험 많이 올라와 있으니 그것만 쓱 보면 충분히 통과합니다(국어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 수준). 참 다른 모듈 점수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 일정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비자 서류 신청은 입국 희망일로부터 3개월 전부터 접수가 가능합니다. 또 기본 서류 중 건강검진(세브란스병원에서 대행) 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이것도 예약을 해야 하고 자칫 대기할 수도 있어서 이 일정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종종 이유없이 건겅검진 재시(再試) 판정이 나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받아놓는 게 좋습니다.
 
– 항공권 예매 시기도 잘 따져보셔야 합니다. 일찌감치 예매했다가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낭패니까요. 저는 제 비자가 나온 다음인 6월에 예매했습니다. 가족 비자는 안전하게 나오니까요. 국적기 아니면 저렴한 항공편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