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연수오시는 분들 모두의 제 1 목표가 ‘영어 실력 향상’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여기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정말 지독히도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에 와서 사는데도 뜻밖에 미국인과 대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연수자들이 Community College나 Literacy Center에서 운영하는 무료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효과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저도 이 강좌를 들었습니다만, 학생들 대부분이 멕시코인이어서 그들과 주로 얘기하다보니 이 사람들이 하는 영어는 알아듣게 됐는데, 미국 사람이 하는 영어는….
나름대로 영어 공부를 하려는 연수자들은 수소문해 개인 영어 강사에게도 배우고, 한국대사관이나 Voice of America 홈페이지에 있는 영어 강좌 프로그램(이건 무료)을 듣기도 합니다. 덧붙여 제가 좀 터득한, 나름대로의 영어 공부법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라디오의 활용=듣기 실력 늘리는 데는 라디오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TV는 아무래도 화면을 보면서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청취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라디오는 뉴스든, 토론 프로든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TV보다 더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해 실제로 알아듣기가 쉽습니다.
영어 공부에 제일 좋은 채널은 NPR(National Public Radio) 같은 공영 방송입니다. 거의 대부분 현안과 연계된 토론, 분석 프로그램 위주입니다. 요즘은 거의 기름값으로 도배를 하다시피하는 식입니다. 때문에 정치ㆍ경제ㆍ사회 현안에 어느 정도 관심과 지식이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내용을 듣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American University Radio’채널의 ‘Diane Rehm Show’입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계속하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입니다. 진행자인 Diane Rehm 할머니가 정말 천천히 얘기합니다. 진행자가 얘기하는 것 만큼은 거의 100% 이해할 수 있어, 들으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팍팍 생길 정도입니다. 진행자가 이렇게 느릿느릿 얘기해서인지 토론자들도 덩달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얘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디오를 한국에서 가져가야 하느냐구요? 인터넷으로 들으시면 됩니다. 대본도 볼 수 있습니다만, 대본은 유료 다운로드입니다.
◇TV는 이렇게=영어 공부에 TV 활용하기라면 대부분 CNN 뉴스를 떠올리실겁니다. 그런데 제 경험에 이건 그닥 재미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뜻밖에 앵커들이 굉장히 빨리 말하고, 발음도 아주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뉴스보다 오히려 다큐멘터리 채널의 프로그램들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내레이션 속도도 뉴스 앵커가 말하는 것보다 느리고, 발음도 우리가 듣기에 훨씬 편합니다. 무엇보다 제게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우주, UFO, 역사의 미스터리, 동물, 대자연의 신비 등등….
정말 TV를 활용해 공부를 해보려는 생각이 있으시면, 시트콤에 도전해보세요.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Friends’를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케이블TV 편성표를 보고 그 날 시즌 몇의 몇 번 째 편을 방송하는지 알아서는 인터넷에서 대본을 찾아 미리 공부한 뒤에 TV를 봤습니다. 공부하기가 좀 괴로워서 그렇지, 실제 살아 있는(Friends가 몇년 전에 끝난 시트콤이니 ‘살아 있는’이란 표현은 어폐가 있나요?) 영어를 배우기에는 이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Friends 대본 사이트는 www.friendscafe.org/scripts 입니다. 시트콤이란 게 원래 수다로 한 몫보는 것이어서 30분짜리 대본이 상당히 깁니다. 제 경우 대본 한 편 공부하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한 두 달 공부를 하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공부하지 않고 Friends를 봐도 거의 대부분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정신없이 재잘거리는 것만 같던 Friends도 배우들이 상당히 또박또박 대사를 소화한다는 걸 알게되실 겁니다. 여기 대학생들이 실제 일상 생활에서 수다떠는 속도는 Friends보다 30% 이상 빠른 것 같습니다.
◇그 밖의 방법들=미국에서 인터넷으로 여행지 호텔 예약 등을 하다보면 신상 정보를 넣는 칸이 나옵니다. 호텔 예약에서는 필수 입력 사항이지만 다른 때는 입력을 안 해도 무방할 때가 많은데, 가능한 다 입력하세요. 틀림없이 ‘특별 행사(Promotion)가 있는데 얘기 좀 들어보지 않겠느냐’는 전화가 옵니다. 바쁜 한국에서야 귀찮은 전화지만, 시간 많은 미국에서는 공짜로 전화 영어 공부할 기회입니다. 더구나 이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고객을 확보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전화에다 “미안하지만 Native Speaker가 아닌데 좀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하면 아주 친철하게 “Sure~”라고 하면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얘기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