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동성결혼(Same Sex Marriage) 합법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을 놓고, 종교적·사회적 논란과 정치적 관측이 무성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언 바로 전날, 노스 캐롤라니아 주에선 결혼은 오직 한 남자와 한 여성의 결합이라는 주 헌법 개정안이 주민투표에 부쳐져 찬성 58%, 반대 42%로 통과됐다. 미국에선 현재 워싱턴 디시를 비롯해 북동부의 몇몇 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주는 결혼을 오직 이성 사이로 제한하는 법률을 채택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층 더 진화된 정치적 자유주의가 과연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를 놓고 진보·보수 양쪽에선 논쟁이 치열하다.
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실리사(Chris Cilliza)는 오바마의 발언이 가져올 정치적 이해득실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동성결혼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이고, 이로 인해 진보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으며, 그의 후원자 중 1/6이 동성연애자라는 점을 들어 자금동원력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반면, 오바마의 최대 지지 그룹인 흑인사회는 그동안 동성결혼에 대해 계속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고, 2008년 오바마가 승리한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가 점점 보수화되고 있다며 오바마의 승부수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보수 진영에선 동성결혼 문제는 결국 게이·레즈비언 커플이 많은 백인, 중산층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슈이기 때문에 흑인·히스패닉계 등 마이너리티 집단이 싸늘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오바마 또한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성결혼 지지 발언 직후 두시간만에 흑인사회의 지도자급 목사들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보도를 보면, 이 자리에선 긍정적인 반응만은 아닌 듯하다(not all as enthusiastic). 도 흑인 교계가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쪽에선오바마는 성경을 배반했다(Dwight McKissic·senior pastor at the Conerstone Baptist Church in Texas)는 공격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많은 흑인들이 게이간 결혼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많은 게이 친구가 있지 않느냐.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Enoch Fuzz·Corinthian Missionary Baptist church of Nashville, Tennessee)고 설득하기도 한다. 오바마는 동성결혼 합법화의 논리적 근거로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들을 대하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종교적 반대를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히스패닉계 또한, 낙태와 더불어 동성결혼에 부정적인 가톨릭 교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에게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흑인·히스패닉계가 오바마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오바마는 지난 2008년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95%의 지지를 받았으며, 히스패닉으로부터는 67%의 득표율을 기록해 31%를 얻은 존 매케인 후보를 크게 앞선 바 있다. 이들 마이너리티 그룹은 정치적 영향력과 잠재적 동원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지난 17일 미국 통계청(United Census Bureau)이 발표한 조사 결과(2011년 11월 기준)을 보면, 현재 미국엔 1억1400만명의 마이너리티이 살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36.6%에 이른다. Majority-minority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오바마의선택이 대선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인지, 아니면 분열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주변의 마이너리티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더니, 동성결혼은 마이너리티 지지층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르헨티나에서 영어교사로 일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리차드는 히스패닉계가 가톨릭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 종교적 집단주의 보다는 개인의 결정에 따르는 성향이 높기 때문에 별로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경쟁자인 롬니 매사추세츠 지사는 이민개혁 문제에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롬니를 선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했다. 롬니는 공화당 예비경선을 치르면서 불법 이민자들을 비난하고 이민개혁에 대한 전반적 공감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지는 지난 9일 롬니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를 잃는 것은 예언이라고 할 것도 없고, 단지 얼마나 많은 표를 잃을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프로 아메리칸으로 대학교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키샤는 어차피 오바마가 블랙이라는 게 더 중요하며, 오바마를 반대해온 사람들은 오바마가 뭐라 하든 계속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흑인들이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미국 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자료
진보진영에선 오바마의 발언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하는 리포트를 연일 내놓으며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는 동성결혼 문제는 백인, 중산층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의 합법화는 유색인종 커뮤니티의 이익에 반할 것이라고 보수진영은 공격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동성결혼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전통적인 가족형태만을 긍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싱글맘 등 흑인 사회에서 점점 증가하는 비전통적 가족을 차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은 동성결혼을 전반적으로 지지하지 않지만, 흑인 지도자들은 점점 오바마의 동성결혼 지지선언을 포용(embrace)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편,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약속했던 이민개혁 공약을 다시 내놓으며 재선이 된다면 임기 첫 해에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히스패닉계를 공략하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그룹인해밀턴 프로젝트는 지난 15일 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이민개혁의 구체적 대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이민개혁(A Market-Based Approach To Immigration Reform)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경제학자 지오반니 페리(Giovanni Peri·캘리포니아 대학 경제학과)는 고용주·이민노동자 양쪽이 부담해 정부로부터 고용권을 구입하는 등의 이민개혁 방법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기술이나 지식이 없는 밑바닥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합법적으로 시장에 편입시킬지에 대해선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 국무부 자료(2012년)
앞서 거론된 리차드는 히스패닉계는 이미 한번 실망했기 때문에 또다시 믿지는 않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래도 롬니보다는 오바마가 낫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에 대한 회의와 실망, 롬니의 극단주의에 대한 우려.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두 후보가 극복해야할 산적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