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을 이용해 가족들과 플로리다주 올랜도와 마이애미를 다녀왔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짜면서
부터 장거리 운전이 만만찮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사는 워싱턴 인근(버지니아주 비엔나)에서
올랜도까지는 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12시간이 넘게 걸린다. 여기서 마이애미까지는 다시 4시간 가
량을 더 가야 한다. 워싱턴과 마이애미의 왕복 거리는 무려 2100마일 정도, 약 3360km나 된다. 이
거리를 차로 다녀온다고 생각하니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비행기를 탈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미국의 모습을 차로 다니면서 보고 싶은 생각이 컸던데
다 겨울 성수기에 우리 가족 5명이 비행기 여행을 하려면 경비가 너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해서다.
비행기로 여행하면 플로리다에서 렌트카를 빌려야 하는 점도 부담이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오토 트레인(auto train)이었다. 오토 트레인은 미국 철도회사 암트랙
(Amtrak)이 운행하는 기차다. 자동차를 싣고 여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버지니아주 로턴
(Lorton)과 올랜도 인근 샌포드(Sanford) 사이를 논스톱으로 운행한다. 각 역에서 하루 1회 열차가
출발한다.
<샌포드 오토 트레인 역>
우리는 올랜도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오토 트레인을 탔다. 12월28일 오후 4시에 샌포드 역을 출발해
12월29일 오전 9시에 로턴에 도착하는 기차였다. 운행 시간은 17시간. 자동차로 달릴 때보다 시간이
좀 길다고 느끼긴 했지만 중간에 잠을 자면서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다. 기차
여행이기 때문에 직접 자동차를 운전할 때보다 몸과 마음이 피곤하지 않다는 점은 오토 트레인의
최대 장점이었다.
다만 오토 트레인을 이용할 때는 여행 시간을 좀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우선 열차 출발 시간보
다 일찍 역에 도착해야 한다. 자동차 탑승 수속을 위해서다. 오후 2시 정도까지는 샌포드 역에 도착
해야 한다는게 역 직원의 설명이었다. 암트랙 홈페이지에는 샌포드 역에서 오후 2시30분까지(일반
차량 기준, 모터사이클이나 트레일러가 달린 차량은 오후 2시까지) 차량 수속을 마쳐야 한다고 돼
있다.
기차 시간이 연착될 수도 있다. 우리가 탄 열차도 로턴 역에 도착한 실제 시간은 29일 오전 11시 반
이었다. 2시간 반 연착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역 직원들로부터 차량을 넘겨받는데도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부터 다시 집까지 차를 몰고 와야 한다. 꼬박 하루 정도를 기차를 타고 내리는
데 쓴다고 보면 된다.
비용은 총 723달러가 들었다. 5인 가족 탑승 요금이 529달러, 차량 탑승(미니밴) 요금이 194달러였다.
AAA 회원에게 제공되는 10% 할인 혜택을 받았다. 기차 요금은 일찍 예약하면 이보다 더 싼 표를 구할
수 있다.
출발 당일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는 식사가 제공된다. 별도 요금 부담은 없다. 식사 질은 괜찮은 편이
었다. 저녁은 정식, 아침은 간단한 빵과 음료가 나온다. 티켓 발권 때 미리 예약한 시간에 맞춰 열차
식당칸에 가면 식사를 할 수 있다.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비용이 다소 비싸게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그다지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올랜도에서 집까지 자동차로 여행한다면 중간에 하루 이틀 정도 호텔에서
잠을 자야 한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할 땐 더더욱 그렇다. 기름값도 편도 기준으로 100달러
정도가 든다. 중간중간 밥도 사먹어야 한다. 장거리 여행에 따른 자동차 마모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저런 비용을 모두 따지면 기차 여행이나 자동차 여행이나 엇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오토 트레인을 이용할 때는 담요를 따로 챙겨가면 좋다. 밤에 잠을 자면서 이동해야 하는데,
암트랙에선 따로 담요를 제공하지 않는다. 좌석은 뒤로 상당히 젖혀진다. 무릎 받침대와 발 받침대가
있어서 잠을 자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