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연수를 온 것 같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함께 연수 생활을 하고 있는 어떤 교수님의 소회처럼 먹거리 장만은 연수 생활의 핵심입니다. 외식 물가가 비싼 미국에서 삼시세끼는 집밥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가와 환율이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나마 식료품 물가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입니다. 과거보다는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노스캐롤라이나 기준) 한국과 비슷하거나 일부 품목들은 저렴합니다.

우선 큰 틀에서 재료별로 분류하자면 육군과 공군은 저렴하고 해군이 귀한 편입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한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고 닭고기 등은 그보다 더 쌉니다. 생선류는 싸지 않습니다. 특히 활어회는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LA와 같이 대규모 한인사회가 있는 지역에서는 활어횟집이 있지만 가격이 살벌합니다. 직접 바다낚시를 통해 잡아서 먹는 경우는 있습니다. 야채류는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한국보다 특별히 비싸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우유 등 유제품과 제철 과일은 한국보다 쌉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는데 할인정보도 필수입니다. 저널리즘 연수프로그램이 있는 UNC 채플힐을 기준(매년 변동 가능)으로 소개해드리면 먼저 코스트코에 2% 적립 멤버십 카드를 만들 때 UNC 소속임을 밝히면 40달러 할인 쿠폰을 줍니다. 코스트코에서는 고기와 생수, 우유, 달걀, 주류가 다른 마트에 비해서 더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해리스티터(Harris Teeter)는 회원 카드(VIC 카드)를 만들 때 역시 UNC 소속으로 등록하면 모든 물품 할인 혜택을 받습니다. 학기 초에 10%, 이후에는 5%가 적용되는데 나름 큰 힘이 됩니다. 해리스티터의 식재료들은 유기농 제품을 다루는 홀푸드(Whole Foods) 못지 않게 대체로 좋은 퀄러티를 인정받습니다.
타겟(Target)은 침구류와 옷을 비롯해 각종 생활용품에 강점이 있는 마트입니다. 학기 초에 UNC 소속임을 증명하면 20% 할인 혜택을 액수 제한 없이 한 번의 쇼핑에서 제공합니다. 이후 결제 카드(Debit)를 만들면 상시 5% 할인 혜택과 50달러 쿠폰을 줍니다.
한인마트로 미국 내에서 유명한 H마트도 있습니다. 회원카드를 만들고 결제 때마다 UNC ID카드를 보여주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5%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도 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고기 손질입니다. 환율 1500원대를 위협하는 시절에 연수생으로서 눈길이 가는 게 뼈와 살이 분리가 안 된 고기 뭉텅이입니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인지라 이처럼 손질이 덜 된 고기는 더욱 쌉니다. 집에서 식칼을 갈아 뼈와 살을 분리하는데 은근히 재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부위별로 찌개와 찜용, 그리고 구이용을 분리해내면 뿌듯하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외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여행에서도 부엌이 있는 숙소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KOA(Kampgrounds of America)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KOA는 북미 지역 곳곳에 자리잡은 미국 최대 캠핑장 프랜차이즈입니다. 캠핑 장비를 한국에 모두 두고 온 터라 사이트를 구축하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캐빈 시설을 이용했습니다. 가성비가 좋습니다.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캠핑장 특성상 일반 호텔과는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웬만한 주요 도시 주변에도 KOA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도시 여행에서도 숙박을 했습니다. 1년 단위로 멤버십에 가입하면 예약할 때마다 10%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비는 비싸지 않기 때문에 한두 번만 여행을 가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글이 옆길로 샌 김에 여행 관련해 말씀을 더 드리면, 어디든 숙소 예약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인기가 좋은 국립공원 내에 롯지(lodge)는 1년 전에 예약이 차 버립니다. 국립공원이 넓고 성수기에 차량이 몰려서 외부에서 이동하면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되는 곳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참고로 렌트카는 여행이 임박할수록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기 떄문에 굳이 서둘러 예약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푼이 아쉬워지는 게 연수 생활이지만 안전 제일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유통기한 등이 의무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런 날짜 표시가 없는 식료품 포장지 등을 종종 봅니다. 의심스러우면 과감히 버리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9월 말 미국 남동부를 할퀸 허리케인 헬렌이 노스캐롤라이나를 강타했을 때였습니다. 공교롭게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에 ‘환불 불가’ 숙소 예약을 해놨던 저는 고심 끝에 여행을 강행했다가 산속에서 도로가 끊겨 죽을 고비를 맞았습니다. 잠시의 오만은 수백 명의 사망자를 냈던 허리케인의 위력 앞에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 어떤 가성비도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