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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의 싱크탱크들 : 격론과 지식 공유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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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곳곳에는 줄잡아 백 개도 넘는 싱크탱크, 즉 연구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정치, 경제,
국제, 시민사회, 복지, 교육, 환경 등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매우 방대하다. 이곳에는 국내외 석학 뿐
만 아니라 전직 주요 기관장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 당연히 주제가 시의적절하고 토론의 깊이도 깊다.
우리나라에도 연구기관들은 많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국내 연구기관은 세종연구소를 제외하
고는 대부분 국책이거나 드물게는 기업 재단 소속일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연구 주제가 도발적이지
못하고 제안하는 내용도 뻔하다. 괜히 튀었다가 돈줄 끊기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이곳의 연구기관은
거의 대부분 민간, 비영리다. 정부 지원을 일부 받기도 하지만 기본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진보와 보
수의 성향 차에 따라서 주장도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실제로 오늘
싱크탱크서 활약하던 사람들이 내일 정부 요직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을 마치면 다시 돌아와 행
정 경험을 공유한다.


D.C에서는 씽크탱크들이 주최하는 토론, 세미나, 연설 등 행사가 하루에도 수 십 건에 달한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가 봤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적어도 세 개 이상 세미나를 듣고 있다. 대학원 수업도 듣긴
하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알차다. 일단 토론 발제자, 패널, 사회자 모두 각 분야 최고 전문
가들이다. 청중도 대학원생부터 동급 전문가, 재야 학자 등 스펙트럼이 넓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질의
응답 과정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가치관 차이를 좁혀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들
행사는 모두에게 개방된 것이기 때문에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름과 소속을 밝히면 누구나 참석
해서 함께 할 수 있다.


D.C하면 백악관과 의회 등 정부 기관과 박물관, 미술관 등 볼거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진면목은
이곳 씽크탱크에서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주요 씽크탱크를 소개해 본다.


1) SAIS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운영하는 국제관계 전문 대학원이면서 연구기관이다.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
   이슈에 강하다. 이곳에 있는 한미연구소(USKI)가 운영하는 38NORTH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활
   발하게 활동하는 웹진이다. 듀폰트 써클 지하철 역에서 메사추세츠 대로 쪽으로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2) CSIS (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
   대표적 국제 정치 연구기관. 미국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고 클린턴, 오바마 행정부 정책 결정에 상
   당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반도 관련 이슈도 적지 않게 다루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자문역이며 현직 존 햄리 소장은 ‘친한파’로 통한다. 한국 석좌 교수직에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빅터차 조지타운대학 교수가 있다. 듀폰트 써클 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3) Elliott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국제관계 전문 연구기관이다. 백악관 왼편으로 두 블록, 미국 국무
   부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관련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간간히 북한 인권 등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4) Brookings :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250명이 넘는 연구진에 연간 예산만도 수백
   억 원에 달한다. 미국 내 연구기관 중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산하 동북아정
   책연구센터(CNAPS)는 한중일 문제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듀폰트 써클역에서 3분거리. SAIS
   와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5) The Heritage Foundation :
   보수, 공화당 계열의 대표적 씽크탱크. 레이건 대통령 시절 정치 경제 관련 정책 개발에 집중적으로
   관여하면서 명성을 높였다. 북·핵 도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관련 세미나 등 연구를 진행한 곳이
   다. 이곳의  브루스 클링너 박사는 대표적 지한파로 한국 관련 정책 개발 핵심이다. 유니온 스테이션
   역에서 5분 정도에 있다. 


6)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
   보수주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기업가 정신 등 가치를 대변해주는 연구 기관이다. 비영리 기관이지만
   기업들의 지원이 상당하다.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대사를 지낸 존볼튼이 동아시아 관련 연구를 주도적
   으로 했다. 듀폰트써클 역 바로 앞이다. 이곳과 Carnegie Foundation of Peace, Brookings, SAIS가
   모두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7) Wilson Center :
   미국 28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의 기념사업으로 세워졌다. 법적으로 정부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규모에서 세계 10대 연구소로 꼽힌다. 이상주의자인 윌슨의 정신에 맞게 ‘평화’, ‘공존’ 등 가치에
   집중해 연구 발제를 진행한다. CIA와 매년 여름 진행하는 안보포럼은 명성이 높으며 동아시아 문제도
   자주 다룬다. Federal Triangle 역에 내리면 바로 앞이다.


8) 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
   비영리 외교 및 국제관계 전문 연구기관으로 헤드쿼터는 뉴욕에 있지만 워싱턴 지국의 활동이 훨씬
   활발하다. 전·현직 정치인, 관료 등 회원만 5000명이 넘는다.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국가 간 장벽을
   낮추는데 역점을 둔다. 특히 올해 10월 발간한 북한 관련 리포트 (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
   에서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 시작과 미군 감축 등을 제안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표적인 곳 그리고 한국 관련 이슈를 그동안 다뤘던 곳 위주로 소개했다. 이외에도 작은 규모의 영세한
연구기관들도 얼마든지 많다. 어떤 곳은 스무 평 남짓의 남루한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돈 많
은 기관들은 커피며 샌드위치, 쿠키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설이나 제공 서비스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공통점은 발제자, 청중 모두가 매우 진지하게 참여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가치’, ‘soft power’를 팔아서 먹고 사는 나라다. 어찌 보면 이곳 씽크탱크들은 그 핵심 동력이다.
미국의 힘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이곳의 영향력과 주목도는 더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행정경력이
전무하고 주요 정책이나 이념, 가치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을 리 만무한 트럼프에게 이들은 더없이 소
중한 조언자이다. 이들은 의회, 사법기관과 더불어 미국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시스템이기도 하
다. ‘대통령 트럼프‘라는 악몽도 잠시, 미국인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배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