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수 기간 동안 “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다니라”는 조언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1년 내내 장거리 여행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아이를 둔 연수자라면 매주 돌아오는 주말을 어떻게 보낼지가 더 큰 숙제입니다. 제 아이들은 한창 뛰어놀 나이라 주말 내내 집에만 가둬둘 수는 없었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아파트 전체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았을 겁니다. 제가 거주했던 워싱턴 D.C.와 북버지니아 인근에서 가급적 돈을 적게 쓰면서도 아이들과 무난하게 보낼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합니다.

다양한 과학관, 아이가 좋아한다면 ‘연간 회원권’이 이득
정착 초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워싱턴 D.C.의 무료 박물관들을 섭렵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신기해했지만, 교육적인 박물관만 반복해서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바로 ‘참여형 어린이 과학관’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어린이 박물관(National Children’s Museum)입니다. 이곳은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와 아직 아기 티가 나는 둘째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했습니다. 대형 키즈카페 같은 거대한 슬라이드와 클라이머는 물론, 직접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발사기로 날려보는 ‘플라이트 존’ 등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십여 가지나 됩니다. 실내 시설이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다만 문제는 가격입니다. 무료인 국립 박물관들과 달리 어린이 과학관은 유료입니다. 4인 가족 기준 1회 방문 시 약 80달러(1인당 $18.95)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몇 번 가다 보니 금액이 부담스러워 주춤하게 되었는데, 이때 ‘연간 회원권’이 해결책이 되었습니다. 초기 구입 비용은 크지만, 연간 3회 이상 방문하면 본전을 뽑는 구조입니다. 볼티모어에 있는 유사한 과학관과도 혜택이 연계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북버지니아의 사설 과학관들도 유사한 회원권 제도를 운영하므로,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하시면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역 도서관: ‘무료 키즈카페’ 이상의 가치
과학관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라면,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 County)의 도서관들은 아이들의 정서와 교육을 책임지는 든든한 아지트입니다. 특히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페어팩스 시티 지역 도서관(Fairfax City Regional Library)과 챈틸리 지역 도서관(Chantilly Regional Library)은 규모도 크고 한국어 도서도 잘 갖춰져 있어 연수생 가족에게는 필수 코스입니다.
페어팩스 카운티 도서관 카드(무료)를 만들면 대여 조건이 정말 파격적입니다. △대여 수량: 카드 한 장당 최대 50권 △대여 기간: 기본 3주(21일), 최대 3회까지 연장 가능 (최장 약 3개월간 소장 가능) △연체료 없음.
특히 페어팩스 시티 도서관 2층에는 꽤 큰 규모의 한국어 도서 섹션이 있어 부모님들이 읽을 책을 고르기에도 좋습니다. 또한 책 외에도 보드게임, 과학 관찰 키트, 심지어 천체 망원경까지 빌려주기도 합니다. 아이가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보일 때 비싼 장비를 덜컥 사기보다 도서관에서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어 매우 경제적입니다.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교육 프로그램도 풍성합니다. 취학 전 아동을 위한 ‘Storytime'(구연동화 및 노래), 레고나 기초 코딩을 배우는 ‘STEAM 활동’ 등이 모두 무료로 제공됩니다. 도서관 카드를 만들 때는 거주 증명 서류(임대 계약서 등)가 필요하며, 카드를 발급받으면 ‘Libby’ 앱을 통해 전자책과 오디오북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니 꼭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