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타운하우스에는 이른바 한국인 `기러기’ 가족들이 많다. 학군에 비해 집값이 싸기 때문이다. 이들을 1년간 지켜보면서 기러기 가족에 대한 선입관을 많이 버렸다. 자녀 교육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이들은 연수나 주재원으로 가족이 나왔다가 아빠만 귀국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방학 때면 우리 동네는 좀 활기가 있다. 아빠가 한국에서 오는 기러기 가족이 많아서이다.
나 또한 1년간 이 지역에서 살면서 한국에 있는 친지로부터 이 곳 교육여건을 묻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 다들 자녀를 미국에서 교육시키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 자신도 미국에 와서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 교육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5월 뉴스위크가 발표한 2006년도 미국 100대 High School 랭킹에서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그리고 DC의 학교들이 예닐곱 개 50위 안에 들었다. 이런 순위가 교육 여건을 모두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 high school이 좋으면 middle school과 elementary school도 다 좋다고 한다. 자녀교육을 위해 이 곳으로 이주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보고 살 집을 구한다. 지난 겨울 한국의 한 친지가 자녀교육을 위해 이 지역을 사전 답사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집을 소개하는 부동산중개인은 해당 지역 고등학교들의 평균 SAT 점수자료를 가지고 다녔다. 학군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는 것은 한국과 미국이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학교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의 경우 외국학생을 위해 개설된 영어과목인 ESOL이 없는 학교가 있다. 같은 타운하우스에 사는 한 기러기 가족의 경우, 집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서 자녀를 입학시키려다 ESOL이 없어서 거리가 먼 학교에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학교에 자녀를 등록시키기 전에 외국인 학생 등록처서 영어시험을 치는데 ESOL이 필요없다는 판정을 받을 만큼 좋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다. ESOL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으면 이 코스가 있는 학교에만 등록할 수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한국에서 충분히 영어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수업을 받는데 지장 없을 정도로 영어를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이 지역에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도 계속 늘고 있다. 대부분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지역에 여러 개 지사를 갖고 있는 체인 형태로 운영된다. 내가 주위에서 보는 일시 거주 한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한국처럼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것은 아니고 하루 1-2시간 정도 학원에 가거나 1주일에 3차례 정도 학원에 다니는 듯 했다. 학원도 영어 수준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 학원비가 만만치 않다. 개인교사한테 영어를 배우는 경우도 있는데, 내 경험으로는 학원에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인 우리 애들 경우 처음에는 개인교사한테 영어를 배우다 6개월이 지난 후부터는 학원에 보냈다. 이 문제 역시 교사와 학원 마다 편차가 있음은 물론이다.
DC지역은 또 대학 간 컨소시엄이 잘 구성돼 있어서 내가 다니는 American과 George Washington, Georgetown, George Mason, Catholic, District of Columbia, Gallaudet, Marymount, Trinity 등 9개 대학의 도서관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메리칸 대학의 ID카드로 조지 워싱턴 대학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고 책도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대학의 경우 매 학기마다 주 교재나 참고 교재로 채택되는 책의 경우 도서관에서 대출이 되지 않고 도서관 내에서 2시간 만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필요한 책을 다른 대학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다. 내 경우 청강하는 과목의 교재를 모두 구입하기가 꺼려져 조지 워싱턴 대학 도서관에서 몇 권을 빌린 적 있다. 대학 마다 개설 과목과 채택 교재가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다른 지역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