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
2024년 1월, 미 동부에서 플로리다까지 보통 비행기로 가는 분이 많지만, 저는 자차로 미국 동부를 종단해보기로 했습니다. ‘왕복 5000km.’ 미국에서 서울~부산(약 400km) 12회에 해당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하고 나니 마치 ‘로컬’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5000km는 플로리다 올란도와 마이애미, 미국 최남단 키웨스트 왕복 거리를 모두 합한 것입니다. 주유비로 약 300달러(약 40만원)가 들었고, 워싱턴D.C. 인근 집까지 오고 가는데 중간지점에서 1박씩 머물렀습니다. 시간은 워싱턴D.C.에서 마이애미까지 편도 15시간 가량 소요됩니다. 미국내 장거리 운전경험을 몇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슈퍼다크: 미국에서 밤운전은 긴장해야 합니다. 인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말 그대로 ‘슈퍼다크’입니다. 가로등이 없습니다. 도로에 차가 있어도 걱정, 없으면 그냥 무섭습니다. 장거리 운전중 처음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까지 만났을 때는 초긴장해야 했습니다. 이럴 때는 전장이 13.6m인 초대형 트럭 뒤를 따라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마존 같은 대형 유통트럭은 후면 전체에 불이 들어와 따라가면 내차 앞이 훤해집니다. 대낮엔 기피 1호인 대형트럭이 어둠 속 등대 같습니다. 또한 트럭의 공기흐름 덕인지 차창에 쏟아지는 빗줄기도 좀 줄어듭니다. 단, 옆 차선에서 초대형 트럭이 앞지르려 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13m가 넘는 트럭이 지나가면서 뿌리는 물안개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됩니다. 빗물이 계속 튀겨 앞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과 추억: 남부로 내려가는 동안 앙상한 침엽수가 푸르른 활엽수로 바뀌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1박2일 내려왔는데 사시사철을 다 본 기분입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게 되는 미국인들의 삶의 풍경, “얼마나 더 가야하냐”는 아이의 아우성, 중간중간 정크푸드와 화장실 경험까지 로드트립 자체가 스토리가 됩니다.
재도전: 가는데 20시간, 오는데 15시간. 목적지까지 주행거리 911km 같은 내비게이션 안내를 본다면? 설상가상 어린 아이까지 뒷좌석에서 힘들어 한다면? 흔쾌히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꺼이 다시 하겠습니다. 봐도봐도 헷갈렸던 미국 50개주가 머리 속에 그려지고 한국 명절 귀성∙귀경길은 가뿐하게 느껴집니다. 꿀팁이라면 15시간 정도 되는 오디오북을 몇 편 다운받아 가시길. 평소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 오디오를 들으며 가는 것도 좋습니다.
오프라인 지도 다운받고, 내비게이션 주소는 우편번호 끝까지 입력하세요.
미국은 인터넷이 잘 안 터집니다. 한국 도심에서는 상상도 못할 인적 드문 길이 비일비재 합니다. 구글맵 계정관리에서 꼭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 받으세요. 그러면 통신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초행길엔 내비게이션 주소입력도 꼭 우편번호까지 하세요. 도로명이 같은 곳이 많아 다른 곳으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 와 3개월쯤 됐을 때 셔넌도허국립공원 인근을 지나다 조난당할 뻔 한적 있습니다. 주소를 우편번호 끝까지 넣지 않아 같은 도로명의 다른 지역으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칠흑 같은 어둠 속, 인터넷도 안되는 산중턱 비포장도로에서 길을 잃었던 아찔한 기억이 있습니다. 목적지 주소 93 Mountain View Drive를 93 Mountineview(띄어쓰기없음) Drive로 입력해 일어난 실수였습니다.
Blvd/No Outlet/Dead End? 나만 몰랐던 미국 도로 표지판
미국에 처음 와 생경했던 도로 표지판 정리해봅니다.
- Blvd(Boulevard): 중앙 분리대가 있는 대로.
- AVE(Avenue): 나무 등이 좌우로 심어져 있는 큰 도로.
- ST(Street): 주택이나 상가 밀집지역 도로
- RD(Road): 도시 외곽이나 시골 지역 일반도로
- DR(Drive): 주택이나 자연 속 도로
- LN(Lane): 좁고 짧은 도로
- Dead End/No Outlet: 막다른 길
- Cul-de-sac: 주택가 막다른 골목
- Roundabout: 로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