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조지타운대학에서 연수중인 동아일보 이기홍입니다.
정말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혹시 이쪽으로 연수오실 생
각이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제 경험을 위주로 적습니
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sechepa@donga.com)로 연락주세요.
(참고로 이 글 앞에 게재돼 있는 `다르되 다르지 않은`이란 제목의 글은 `뉴스레터`용으로 써달라고 해서 보낸 건데, 재단 사무국에서 여기에도 올려 놓았네요. 재단 사이트용 연수기는 이 글이 처음이기 때문에 1번이라고 번호를 붙였습니다)
<집 구하기>
### 집 구한 절차 ###
=저는 출국 2,3개월전 쯤에 미리 인터넷으로 집을 구해 놓고 미국에 왔습니
다. 현지에 도착해서 직접 보고 정하는게 좋다는 충고를 많이 들었지만, 가족들
이 낯선 미국 땅의 호텔방에서 며칠을 보내야하는게 너무 불편할 것 같아 모험
을 했지요.
1. 우선 워싱턴 DC(이하 워싱턴으로 표기) 인근 지역의 현황을 파악해야 했습
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워싱턴 인근 지역…도대체 어디서부터 집 구하기
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서울로 치면 어느 구에, 혹은 어느 신도시에
집을 구할 것인지 부터 정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워싱턴포스트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부동산 코너를 수시로 클릭해서 워싱턴
인근 지역의 감(感)을 잡고, homestore.com과 aprtment.com 등의 아파트 임
대 사이트를 수시로 방문해 집을 알아 봤습니다.
대부분 아파트 사이트들이 동영상 서비스가 되기 때문에 비교적 상세히 아파
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크게 도움을 받은 사이트는 www.mapquest.com 이었습니
다. 이 사이트에서 해당 아파트의 주소를 입력하면 지도상의 위치가 나옵니다.
그리고 항공사진 코너를 클릭하면 항공기에서 찍은 이 지역 사진이 나옵니다.
근접사진을 클릭하면 아파트 지붕이 선명히 보일 정도여서 단지내에 나무가 얼
마나 있는지, 공원이 큰지, 큰 건물이 옆에 있는지,내가 들어가 살 동(棟)의 옆
에 나무가 몇 그루가 있는지,수영장이 가까운지 등 여러 가지를 비교적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워싱턴특파원 선배와 전직 특파원 선배들에게도 물어봤지요. 버지니
아와 메릴랜드 양쪽 다 괜찮지만 버지니아 쪽이 조금 더 선호된다고들 하더군
요.
지도책을 펼쳐 보니, 조지타운대학이 워싱턴의 서쪽 끄트머리쪽에 있어서 버
지니아 쪽이 가까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물론 실제 집을 구하기 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투자해야 했
습니다.
예를들어 버지니아의 DC근교 지역을 클릭하면 또 카운티(county)를 클릭해
야 하고, 이어 마을 이름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더군요.
선배들의 조언을 토대로 페어팩스 카운티(fairfax)를 중심으로 아파트를 알아
봤습니다. 그밖에도 애넌데일(annandale), prince william 등 여러 카운티가
있지만 페어팩스가 가장 선호되는 곳이라고들 하더군요. 애넌데일은 한국어 간
판이 곳곳에 눈에 띌 만큼 한국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각설하고, 맥클린(mclean), 비엔나(vienna), 페어팩스(fairfax), 옥턴
(oakton), 헌돈(Herndon), 레스턴(reston) 등 여러 마을이 페어팩스 카운티내
에 있는데, 저는 그중에 맥클린과 비엔나, 페어팩스를 중심으로 물색했습니
다. 경험자들이 권해주는 지역이었고, 지하철 역세권 지역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하철역을 걸어 갈 수 있는 아파트는 별로 없습니다. 다들 차로 10분 이
내 거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워싱턴을 기점으로 보면 맥클린-비엔나-옥턴-페어옥스-페어레이크 순서로
마을들이 펼쳐지는 겁니다.
그런데 맥클린과 비엔나가 페어팩스 보다 조금 더 비싸더군요. 낡지 않은 아
파트는 방 2개 짜리가 최소한 월 1500달러를 넘었습니다. 그 이하의 아파트들
은 지은지 수십년되고, 아파트 형태가 한국의 골목길 연립주택을 연상케하는
‘칙칙한’ 외관인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다 옥턴에서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찾아냈습니다. 아파트 외관도 고급스
럽고 임대료도 월 1200달러 수준이고, 바로 길 건너에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대형 가족스포츠 시설이 있더군요. 초등학교도 가까운 거리인데다, 새로 지어
서 워싱턴 인근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학교라고 하더군요.
워싱턴과 서울의 시간차이 때문에 주로 자정 넘어서 국제전화 통화를 통해 계
약을 추진했습니다. 심지어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생각해서 아파트 근처에
잔디 축구장이 몇 개나, 얼마나 떨어진 위치에 있는지,아이들이 아무 때나 이용
할 수 있는지까지 다 파악했습니다, 가계약이 이뤄지고, 보증금 400달러를 특
급화물 배송 서비스를 통해 해당 아파트에 보냈습니다. 인터넷과 전화만을 통
해 아파트를 구한 것입니다.
그런데 1주일 가량 지난후 그쪽에서 아파트 임대가 어렵게 됐다고 연락이 왔
습니다.해당 아파트 체인 본사에서 임대 예정자 신용조회를 하는데, 미국 사회
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있는 미국 거주자이거나, 외국인의 경우
미국에서 취업해 돈을 벌 수 있는 working 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
국에 입국도 안한 상태에서 사회보장번호가 있을리 없고, 연수자는 교환방문
비자(J1)이므로 자격이 안되더군요. 결국 보증금을 다시 우편으로 돌려받았습
니다.
3. 다시 인터넷을 뒤져 지금 살고 있는 페어레이크(fair lake)지역의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월세는 옥턴지역보다 훨씬 비쌌지만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는 아파
트 건물이 예쁘고 깔끔하고, 항공사진에서 보니 나무가 울창하고 아파트 바로
옆에 호수가 있어서 마음에 들더군요.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페어레이크는 워싱
턴 권역 확산에 따라 페어팩스 구시가지 옆에 조성된 일종의 신시가지같은 지
역이라고 하더군요.
여러번의 국제전화 통화를 통해 관리사무실 직원에게 lake view 동을 구해달
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국 며칠만에 8월초에 임대가 만료되는 한 호숫가 동의 2
층(워싱턴 근교 아파트들은 대부분 2,3층짜리입니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하지 않더군요. 하지만 신용조회는 아파트에 도착
해서 입주신청서를 써야 시작되고 보통 하루,이틀 걸린다고 하더군요. 가급적
도착 당일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고, 연수기간중 월급을 지급한
다는 회사 명의의 서한과 LG상남언론재단의 스폰서십 확약 서류를 팩스로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구하는데 아이들 학교도 큰 고려 요소입니다. 일부 초등학교
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인 ESL이 없는 학교도 있더군
요. 제가 구할 아파트의 학군을 파악해서 해당 학교에 전화를 해서 ESL 과정
이 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보증금과 각종 서류를 우편을 통해 보내고, 두서너 차례 전화통화를 하니 절
차가 끝났습니다.
### 결과적으로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가서, 입주신청서를 썼습니다. 아
파트 체인 본사에서 신용조회에 들어가더군요. 관리사무실 직원에게 반드시 오
늘중에 입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니 그 직원이 본사 신용조회 담당 부서
에 여러차례 전화를 넣어주더군요. 결국 도착 2시간여만에 신용조회가 끝나고
아파트에 들어가 첫날밤을 편안히 잘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구한 아파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이 지역 아파트들은 전기오븐, 식기세
척기,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벽난로 등이 기본으로 설비되어 있고, 나머지 가
구들은 입주자가 직접 구해야 합니다. 가구가 갖춰져 있는 아파트(furnished)
도 있다고 들었는데, 인터넷에서 보면 가격이 훨씬 올라갑니다.
기대했던 것처럼 아파트는 베란다 바로 앞이 호수여서 전망이 좋고 깨끗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인터넷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아파트 구하기를 꼭 권하
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역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제가 구한 이 아파트 자체는 마음에 들고, 이 동네에서는 가장 좋
은 위치의 로열 동, 로열층을 배정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에 연수오는 후배가 있다면 페이레이크라는 지역 자체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
다.
이 지역은 아파트와 타운하우스(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중간 형태로 조그만
정원이 있는 2,3층 짜리 집이 여러 채 붙어 있는 집) 위주로 이뤄진 신흥주거
지역이어서 한국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이른바 ‘기러기 가족’ 등 미국에 갓 온 한국 사람들은 임대 절차가 복잡한 단
독주택 보다는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
로 몰리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학교에 한국아이들이 넘칩니다. 게다가 우리 아이 학교의 경우 한
국아이들을 한 학급에 몰아 넣더군요. 그러니 스물 몇 명이 정원인 초등학교 학
급에 한국아이가 3분의 1이 넘습니다. 상당수는 영어를 배우러 조기유학을 온
아이들입니다. 영어 배우러 왔는데 한국애들이 주변에 득실대니 서로가 서로
의 존재를 못 마땅해하지 않을까요? (물론 아이들은 안 그렇겠지만 그 부모들
이…) 아침에 스쿨버스 정류장을 보면 한국에 와 있는 것 같아요.
반면 앞서 언급한 옥턴처럼, 아파트는 많지 않고 단독주택이 대다수인 전형적
인 미국인 중산층 주거지역에는 한국인이 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디든
많기는 많지만…
그리고 제가 착각했던 점중 하나는 워싱턴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로 나갈 수
록 더 전원적인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점입니다. 예를들어 워싱턴
에 더 가까운 비엔나와 더 떨어진 페어레이크를 놓고 상상할 때 페어레이크가
훨씬 녹지가 풍부하고 자연이 펼쳐지는 그런 주거지역일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여기 와서 보니까 일단 대도시의 빌딩 지역만 벗어나면 그 다음부터는 마찬
가지더군요. 즉 워싱턴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비엔나라고 해서 더 콘크리트 지
역인게 절대 아니더군요.
연수가고자 하는 곳에 잘 아는 분이 있다면 후보 지역 몇 곳을 골라 달라고 해
서 해당 특성을 잘 설명들은뒤에 인터넷으로 구한다면 지역과 아파트 모두 만
족할만한 곳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아파트와 단독주택
단독주택에 살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임대료가 엄청나고, 인터넷으
로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더군요. 타운하우스도 아파트 보다는 몇백달러 더
비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타운하우스 역시 인터넷으로 구하기는 쉽
지 않은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일단 도착한뒤 시간 여유를 갖고 구할 생각이라면 한달에 몇 백달러
더 주고 타운하우스를 구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단독주택이라
면 더 좋겠지요. 전형적인 미국인 중산층 가정과 이웃으로 사귀면서 작은 도로
양 편으로 그림같은 집과 잔디정원이 펼펴지는 그런 집에서 살 수 있다면 한달
에 몇백달러는 더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파트의 단점이라면 이웃들이 아무래도 단독주택들에 비해 ‘뜨내기들’일 가
능성이 큽니다. 이는 소득수준이 낮은 주민들이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아파트의 미국인 이웃들은 주로 미국내 타지역에서 워싱턴에 파견근무
온 가족들이 많더군요. 다들 좋은 직장에 다니는 엘리트 직장인들이지만, 그들
역시 이 곳 아파트에서의 삶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물론 아파트라고 해도 2,3층짜리 건물들이 널찍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답
답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그리고 단지에 무료 헬스클럽, 수영장,무료 세차시
설 등이 갖춰져 있고 쓰레기 수거 등에 신경쓸 필요가 없는 점은 편리하더군요.
(아파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겁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