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조지타운대학에서 연수중인 동아일보 이기홍입니다.
정말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혹시 이쪽으로 연수오실 생각이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제 경험을 위주로 적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메일(sechepa@donga.com)로 연락주세요.
####자동차구입###
저는 출국전에 인터넷에서 경매사이트를 통해 미국인에게서 차를 샀습니다.
흔히 중고차 매매시 Kelly blue book이라는 사이트(www.kbb.com)에서 제시
하는 가격을 많이 참조하는데, 여기 제시된 중고차 판매상에게서의 구입가격
보다 조금은 저렴하게 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구입은 위험 부담이 있는 일입니다. 품질을 보
증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자동차보험가입, 차량 인수, 등록 등 모든 절차를 딜러의 도움 없이 스
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지금은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엔 국제전화 통화만 수없이 해야
했고, 미국에 오자마자 DMV(차량 등록 사업소)를 찾아가서 많이 헤매며 스트
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 생각엔 도착후 며칠간 렌트카를 몰고 다니다 아는 분의 안내를 받아, 이 분
들이 안면 있는 중고차 상회에 찾아가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그런 차를 사는
게 가장 무난한 방법이고 권장할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딜러들이 차
등록까지 다 해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가급적 마일리지가 높지 않은, 좋은 차를 사라
고 권하고 싶습니다. 돈을 좀 더 써도 여기선 차가 정말 필수품이고 정말 많은
시간을 차에서 보냅니다.
여유가 된다면 SUV나 미니밴을 산다면 정말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
행 다닐때 짐 실기 좋고, 아이들이 널찍하니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자동차보험가입###
차를 살때는 보험이 있어야만 차를 넘겨주는데 대부분 미국 보험회사는 국제
면허소지자에게는 보험가입을 안 받아주더군요. 저의 경우 한국에서 미국으로
차 계약금까지 송금해줬는데, 보험을 못 들어서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 미국 도착 다음날, 특파원 선배가 출국전에 알려준 한국인 보험대리
인 여러명에게 전화를 걸다보니 Progessive라는 보험회사가 비싸긴 해도 국
제면허에도 보험을 준다는 귀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보험을 받아주겠다는 회사의 보험료가 비싸다고해도 한 두달후 운전면
허를 취득한뒤 보험회사를 바꾸면 됩니다.
보험가입하고 다음날, 즉 미국 도착후 사흘만에 차를 넘겨 받았습니다.
####자동차 등록, 운전면허, 사회보장번호 취득###
yahoo.com에서 Virginia DMV(버지니아주 자동차등록사업소)를 쳐 넣으니
DMV 홈페이지가 나오더군요. 이 사이트에 들어간뒤 등록에 필요한 서류 목록
을 뽑았습니다. 차 등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차를 가지고 인근 주유소에 가서 배출가스 매연 검사와 안전검사를 받은뒤
(각각 25달러 가량), 매매서류를 들고 DMV에 가서 제출하고 등록비를 내면 등
록증을 줍니다.
그런데 DMV에서 기다리는게 장난이 아닙니다. 저는 미국 도착 직후 구비 서
류 목록에 궁금한게 하나 있어서 그냥 한번 물어보러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간단한 걸 물어보기 위해서도 2시간 가량 줄을 서야 했습니다.
DMV입구 몇십 미터 전부터 뱀꼬리 같은 줄이 늘어서 있고 직원 얼굴은 경비
원 밖에는 안 보이더군요. 경비원에게 “나는 그냥 간단한 것 하나만 물어보러
왔다”고 설명했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붐비고 오래 기다리는 DMV`는 이곳 미국 사람들에게도 큰 불만 거리중 하나
였습니다. 운전면허증이 우리의 주민등록증 역할, 신분 확인서 역할을 다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증과 관련된 각종 업무가 엄청나게 많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아 보니 주중의 몇시에서 몇시사이 등 DMV가 가장 덜 붐비는 시간
대가 있더군요. 그 시간대를 이용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조금 줄일 수 있습니다.
각설하고, 운전면허 취득은 보통 까다로운게 아니라고들 하길래 걱정했습니
다.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먼저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
를 받아야합니다. 또는 사회보장번호를 안 받기로 했다는 확인서를 사회보장국
에서 받아와야 합니다.(사회보장번호는 꼭 받아야 하는건 아닙니다. 받으면 나
쁠 건 없고, 안 받으면 아주 조금 불편하겠더군요.)
저는 미국 도착후 3주후 사회보장국에 찾아가서 신청을 했더니 1주일만에 집
으로 번호와 증서가 배달되더군요.
사실 대학의 국제업무 담당 직원이 미국 도착직후 귀뜸해주기를, 공항에서 기
록된 저의 입국 데이터가 사회보장국 컴퓨터에 뜨려면 3주일이 걸리는데, 그
전에 가서 사회보장번호를 신청하면 입국 관련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늦어진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사회보장국에 찾아가자 마자 10분만에 신청절차가 끝났습니다. 사회
보장번호를 받을 자격이 없는 집사람의 운전면허 신청을 위해 ‘사회보장번호
를 신청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을 수 없겠느냐고 물어봤더니 “원래 본인이
와야 하는데…‘하면서도 친절히 발급해주더군요.
사회보장번호를 받은뒤 DMV에 찾아갔습니다. 한국분들에게 듣기에 운전면
허 취득을 위해서는 2개 이상의 ID가 필요하므로 한국 운전면허증을 영사관에
서 영문으로 공증 받는 등 복잡하기 그지 없다고 하길래 정말 그런지 물어보러
간 것입니다.
그런데 연수생들이 받은 JI비자의 경우에는 그런게 필요없더군요. 여권과 더
불어 입국시 공항에서 입국심사 직원이 주는 입국 카드(출국때까지 절대 버리
지 마세요. 필기체로 날림으로 작성한 카드여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되
니다) , 미 국무부가 발급한 JI 비자 발급 자격증(미 대학에서 한국으로 보내주
죠)이 있으니 2개 이상의 ID로 인정을 해주더군요.
그런데 이게 직원에 따라서 안된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워낙
서류 리스트가 복잡하니까 DMV 직원들끼리도 서류 인정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동네에 거주한다는 증명으로 미국 우체국 소인이 찍힌, 본인에게
전달된 편지봉투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에서 받은 우편물중 대부분
이 공공요금 통지서인데, 이런 우편물은 사람 손으로 주소와 수취인을 겉봉에
쓰는게 아니라 투명 비닐 속에 주소가 적힌 종이가 들어 있는 형태지요. 그런
데 이런 window envelope은 인정이 안되더군요.
저는 자동차를 판 사람한테서 우편으로 받은 봉투가 있어서 해결됐습니다. 집
사람을 위해서는 수취인을 집사람 앞으로 해서 내용물 없는 봉투만의 편지를
보낸뒤 그 편지봉투를 사용했습니다. 미국 도착후 도착하는 우편물을 잘 챙겨
두세요.
각설하고,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서류를 물어보러 갔는데, 의외로 즉석에서
여권 등 관련 서류를 갖고 왔냐고 묻더군요. 직원이 서류를 보더니 접수절차
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필기시험을 보라고 하더군요. 너무 간단히 응시 자격
을 주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아무런 공부도 안해간 상태라는데 있지요. 그냥 물어보러 간
것 이었으니까요. 1차 시험은 10문제가 나오는데 1문제만 틀려도 낙방이예요.
2차 시험은 25문제 가량 나오는데 20문제 이상 맞춰야 합니다. 1차 시험은 각
종 도로 표지판에 대해 묻는건데, 한국에서의 감만 갖고 찍었더니 9번째인가
에 틀렸어요.
그 다음주에 다시 접수를 해서 응시를 할때는 DMV에서 주는 운전면허 시험
책자를 보며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책자를 안보고 시험보면
거의 대부분 불합격 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나라에서는 못 봤던 표지판도 몇
개 있기 때문이지요.
필기 시험 합격후 한달이 지나면 실기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는데, 실기시험
은 10분 가량 도로 주행을 하는 것이므로 운전을 해 본 사람은 어려움 없이 합
격하는 것 같습니다.
####전화, 인터넷 가설###
전화는 도착하자마자 신청하세요. 저의 경우 아예 한국에서 출국전에 아파트
관리사무실 직원에게 부탁해서 팩스로 신청을 해 놓았는데도, 전화가 개통되는
데 도착후 2주일이나 걸렸습니다.
전화회사 직원은 “개학을 앞둔 이사철이어서 너무 밀려 있다”고 설명하더군
요.
전화가 안 나온 상태에선 정말 불편합니다. 교육청 등 어디고 찾아가려면 예
약을 하고 위치를 물어 봐야하는데, 일일이 차를 10분 정도 몰고 상가 지역에
가서 공중전화를 찾아야 합니다.
예를들어 어느날 아침 갑자기 인터넷이 불통이더군요. 차를 몰고 공중전화
에 가서 케이블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자동응답으로 “현재 모든 안내원이 통화
중이니 기다리라, 우리는 당신의 전화를 소중히 여긴다”는 대답이 나오더군
요. 이때부터 실제 안내원과 통화가 이뤄진건 30분 가량이 지나서였습니다.
(저는 COX라는 대형 케이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중인데, 이 회사는 전화할때마다 수십분 기다리는건 예삿일입니다)
간신히 연결된 안내원은 먼저 고객의 주소 이름 등을 자세히 물어봅니다. 다
얘기해주고 용건을 이야기하니, 매우 기술적인 문제인 만큼 더 도움을 잘 줄
수 있는 담당 부서를 연결시켜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화가 다른 부서로 돌아가다 끊어져버립니다. 다시 전화해야지요. 안
내원과 연결되까지 수십분간 또 자동응답을 들어야 합니다.
다시 주소 이름을 이야기해줘야하고…물론 마침내 정말 담당 직원과 연결되
면 이 직원은 성심성의껏 친절하게 도와주더군요.
땡볕아래 공중전화에 서서 이런 통화를 하고 나면 정말 지칩니다. 선불 전화
카드에선 통화가능시간이 무 베어먹듯 없어지고… 전화는 도착하자마자 꼭 신청하세요.
인터넷과 케이블 TV는 신청하고 이삼일 지나니 바로 개통되더군요. 전화는
시내 무제한 통화를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한달 30달러
가량, 인터넷과 케이블TV는 각각 월 50달러 정도 내고 있습니다.
###은행구좌 개설###
미국 도착 다음날 길 가다 눈에 띄는 은행에 들어가서 구좌 개설을 원한다고
하고 여권을 보여줬더니 10분만에 구좌가 개설됐습니다. 직불카드와 개인수표
책자도 1주일후에 무료로 집에 보내주더군요. 아주 편리하게 쓰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그냥 한국에서 발급받은 VISA카드를 사용하는데, 별 문제 없습
니다. 여기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도 되지만 수수료가 30달러 가량 한
다고 하더군요. 미국 은행의 직불카드도 신용카드와 거의 차이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