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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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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수의 장점 중 하나는 유럽여행이다. 유럽의 최대 공항인 히드로 공항과 런던 외곽 곳곳에
펼쳐져 있는 중소공항(개트윅, 스탠스테드, 루튼, 시티)은 런던과 유럽 주요 도시를 하나로 연결
해준다. 라이언 에어나 이지젯 같은 영국의 대표적인 저가항공 외에도, 유럽 각국의 다양한 저가
항공사들이 경쟁을 펼치며 기차값 보다 저렴한 티켓을 제공하기도 한다. 에어프랑스, 노르웨이안
항공, 스칸디나비아항공 같은 메이저 항공사들 역시 예약을 서두르는 여행객들에겐 특가로 서비
스한다.


배낭여행 붐이 일기 시작하던 대학 시절, 많은 친구들이 유럽으로 떠날 때 세계의 중심을 보고 싶
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었다. 입사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유럽보다는 미국 등의 출장 기회가 많
았다. 그래선지, 유럽에 대한 호기심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학위과정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긴 했지만, 책에서 배우는 것만큼이나 보고 듣는 경험이 중요하다
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 8월부터 8개월 정도 머물면서 틈틈히 3~7일 정
도씩 여러번 시간을 내 여행을 다녔는데, 모두 합해보니 영국을 제외한 유럽 11개국(프랑스,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을 여행했
다. 물론 대부분 각 나라의 중심지 한두 곳만 가본 곳이 많기 때문에 나라 개수만 채운 느낌이 없
지 않다. 하지만, 각 나라 수도만 보아도 그 나라의 문화, 역사, 정서 등을 대략 이해할 수 있었
고, ‘백문이불여일견’의 진리를 수없이 깨달았다. 11개국이라고 하면 매일 여행만 다닌 것 같지만,
총 기간은 33일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행으로 한 도시에 2~3일이면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다녔다.


여행을 통해 보고 배운 것은 이 글에 다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동,서,남,북유럽의 다양한 나
라와 사람들을 접하면서 역사와 문화 공부와 함께 선진국의 조건에 대해 다방면에 걸쳐 생각해 보
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본인들이 얼마나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영국의 어느 해외 교포분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한편으로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여러 선진국에서 한국이 아직 갖
추지 못한 아쉬운 점들을 발견할 땐 안타까웠다. 사실 한국의 경제 규모, 최첨단 기술과 인프라는
세계 어디를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다. 유럽 내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주요국들조차 인프라가 우리
보다 뒤처져있는 나라들이 많다. 한국보다 불편하고, 비민주적이고, 양극화와 부정부패가 심한 나
라들은 유럽 내에서도 널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는 우리가 부
러워할만한 것들이 여전히 많았다. 대부부분 물질적인 측면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컸다. 유럽의 선
진국에는 높은 시민 의식을 갖춘,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추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았
다.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예의를 갖추고 절차를 밟아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 원칙과 룰을 지키면 공평한 기회가 돌아올 것을 믿는 사회, 겉모습이 아니라 양식 있는 말과
행동을 존중하는 사회가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한국은 단기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압축해 이루느라, 오랜 시간 합리적 문화를 다져
온 선진국에 비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너무 비하하
는 경향이 있는데, 그동안 이룩한 것에 자부심을 갖고 더 나은 사회를 꿈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다. 아래는 바쁜 시간을 쪼개 최적의 여행을 다니는데 필요한 작은 팁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팁
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주관적인 관점에서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1. 1~3개월 앞을 내다보고 항공 티켓부터 끊었다.


아무리 저가항공이라도 출국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값이 올라간다. 두달 전에 끊으면 4~6만원(편도)
에 끊을 수 있는 티켓을 임박해서 사면 15만~20만원은 줘야 한다. 최소 한달 전에는 사두는 것이
좋다. 1년치 학교 스케줄을 파악한 뒤 방학기간과 수업이 없는 기간 등을 활용했다. 영국 학교는
학기 중에라도 ‘리딩 위크’라는 주간에는 수업이 없는데, 물론 책을 읽으며 복습, 예습하라고 주는
시간이지만 일주일 내내 책만 읽는 학생은 단언컨대 거의 없었다.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여행을
다녔다. 에세이를 써야 하는 기간과 교수님을 만나야 하는 기간 등은 모두 충분히 확보해 놓고, 공
부에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했다.


항공티켓 검색 사이트로는 skyscanner.net를 활용했다. 다른 사이트들도 많긴 하지만, 이곳이 제일
선택의 폭이 넓고 저렴해 인기가 많다. 다만 특정구간, 특정 날짜를 설정해놓고 검색을 너무 자주
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정 날짜보다는 특정 달을 설정해 놓고 먼저 검색
한 뒤, 값이 저렴한 날짜를 고르는 것이 좋다.


2. 여행지 선정과 루트 짜기


이는 물론 항공티켓 사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루트를 너무 세세하게 짜느라 시간을 보내
면, 비행기 값만 비싸지기 때문에 개략적인 루트만 짜고 티켓을 질렀다. 주변에 이미 다녀온 경험
자가 있으면 조언에 의지했고,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책자와 인터넷 검색, 유랑카페 등을 통해 각
나라 이동 경로와 도시간 이동 수단, 가격 등을 개략 조사한 뒤 가장 효과적인 루트를 나름대로 판
단했다.


사실 제일 빠른 조사방법은 구글이었다. 구글에 도시간 이동 방법을 검색하다 보면, 대략 어떤 루
트로 가야 가장 경제적이고 시간이 절약될지 답이 나온다. 사전 조사에 큰 시간 들이지 않고 결정
을 내릴 수 있다.


3. 숙소예약은 부킹닷컴, 에어비앤비, 호스텔닷컴, 한인민박 사이트 등을 이용했다.


다양한 숙소를 골고루 활용했다. 먼저 호텔은 비수기에 일찍 예약만 하면 3~4성급도 합리적인 가
격이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이용했다. 하지만, 호텔의 단점은 취사가 불가능하고, 여행 준비를
많이 못한 경우 현지 정보를 꼼꼼하게 얻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반대로 한인민박은 아침이나 저녁
을 한식으로 제공하고, 현지 여행 정보와 맛집 정보를 세세히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호스텔
은 무엇보다 저렴하고, 젊은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 여행
정보도 충분히 제공해주고, 대부분 취사가 가능하다. 에어비앤비는 현지인들의 실제 주거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미리 호스트와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도
움이 된다.


도시마다 강점이 있는 숙소도 있는데, 포르투갈은 호스텔들이 대체로 현대적이고 친절하면서 저렴
한 것으로 유명하고, 북유럽에선 에어비앤비를 통하면 현지인 집의 북유럽 스타일 인테리어를 체험
할 수 있어 좋다.


4. 도시간 이동 티켓 예약


도시간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은 비행기, 기차 또는 버스일 것이다.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
티켓은 최대한 빨리 예매했고, 기차나 버스 역시 성수기나 인기 많은 시간대, 구간인 경우엔 최대
한 일찍 예매했다. 그러나 버스의 경우 당일날 구입해도 상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날 그날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기도 했다.


5. 현지에서 정보 얻기


여행 초기엔 바쁜 시간을 쪼개 사전조사를 열심히 하고 갔지만, 여행의 요령이 쌓이면서 특별히 준
비하지 않고 훌쩍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행기 안에서 책자를 읽거나, 현지 관광지나 숙소
에서 조언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함 없이 여행할 수 있었다. 그 도시의 가장 상징적인 박물관에
가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공부는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준비를 너무 못했거나, 루트 짜는 것이 피곤할 땐 ‘유로 자전거 나라’라는 여행사 투어상품을 자주
활용했다. 바티칸 투어, 가우디 투어 등 유럽 곳곳에 지식가이드 투어를 진행중인 이곳 가이드들의
알찬 설명 덕분에 그 나라 역사, 문화 공부를 속성으로 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알아가는 것이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데 도움을 준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이동방법, 현지 통화, 도심에서의 교통수단과 티켓 가격(도시마다 10장 묶음, 1~3일 패스 등 종류별
로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티켓이 나에게 가장 합리적인지 미리 생각해보고 끊을 필요가 있다) 정도
는 미리 알아두면 유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