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기 네번째 이야기_이왕 하는 뉴욕 여행, 달리면서 ‘인싸’ 되기
사진1 NYRR 홈페이지
“제가 두 발로 뛰는 동안, 전 구간에 걸쳐 거대 도시의 매우 독특한 면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멋집니다. 코스 중에는 다양한 흥미로운 지역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각 지역마다 개성적인 사람들과 문화가 있죠. 이런 풍경과 느낌은 오직 뉴욕마라톤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뉴욕마라톤 참가 소감이라고 합니다. 그는 1991년(당시 42세) 3시간 30분대에 뉴욕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했던 달리기 마니아입니다.
하루키의 말처럼 뉴욕마라톤은 시티투어버스가 아닌 두 발로 뉴욕 곳곳을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 기회는 아무나 얻을 수 없죠. 사실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달리기 대회라서 참가 방법 자체를 몰라 그야 말로 남의 일로만 지나치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연수 중 뉴욕 여행을 하는 김에, 혹은 그냥 뉴욕 ‘인싸’를 꿈꾸며 뉴욕마라톤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그 참가 방법을 여기서 알려드립니다. 홈페이지가 버젓이 있는데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물론 체력과 의지는 필수입니다.
사진2. NYRR 홈페이지
① 매년 3월 뉴욕마라톤 사무국 홈페이지 체크 필수
뉴욕마라톤은 해마다 11월 초에 열리는데요. 한국에서 열리는 주요 마라톤 대회가 선착순 마감하는 것과 달리 이 대회는 추첨을 합니다. 그것도 그 해 3월에 일찌감치 추첨을 하죠. 대회 정식 명칭은 ‘2022 TCS New York City Marathon’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이 추첨 참가 신청을 받는 기간(2021년 3월 9~23일)이에요. 약 5만명 모집인데, 외국인 배려+인종 다양성을 고려해 추첨 때 가점을 준다는 소문이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한번 도전을 권합니다. 매년 3월 잊지 마세요. 참가비는 295달러(2021년 기준). 추첨 기간을 까먹고 지나쳤다가 속성으로 참가하시려면 5000달러의 특별 참가비를 내야 합니다.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 패키지 관광 상품을 통해 참가하시는 분도 있는데 그것 역시, 추첨을 통해 참가하는 것에 비해선 매우 비쌉니다.
nyrr.org로 접속해 신청하시고, 당첨이 되시면 남은 기간 연습과 훈련을 하시면 됩니다. 저의 연수 기간인 2021년엔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전년도 당첨자 3만명(2020년 대회 취소로 인한 피해자)만 출전하는 반쪽 대회로 치러져서, 저는 그냥 중간 지점에서 선수들에게 물 나눠주는 봉사활동 참가로 아쉬움을 대신 했습니다.
사진3. 2021년 11월 뉴욕마라톤 봉사활동에 참가한 최선욱 기자
② 달리면서 뭘 볼 수 있기에
뉴욕 스테이튼섬(인천으로 치면 강화도격?)에서 출발해 다리를 건너 브루클린으로 갑니다. 왼쪽 먼 곳으로 눈을 돌리면 자유의 여신상이 응원해줍니다. 브루클린의 명소 프로스펙트 공원(Prospect Park) → 브루클린다리를 구경한 뒤, 뉴욕 동강(East River)을 왼쪽에 끼고 달리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맨해튼으로 중간 지점을 지나 맨해튼 시내로 들어서면, 서울의 삼청동ㆍ북촌 격인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정통 부촌 주택가를 지나 센트럴파크로 진입합니다. 공원 풍광과 눈 위로 보이는 록펠러플라자 빌딩이 달리기 애호가들을 맞이해줍니다. 센트럴파크 마차 행렬에서 풍겨오는 정겨운 말똥 냄새까지 여러분 편입니다.
③ 꼭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가
마라톤은 중간에 포기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2021년 대회도 참가자 중 5000명은 완주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왕 참가한 거 끝까지 달리려 하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 그건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하프마라톤 등 소규모 대회도 열리는데 소개해 드릴게요.
-유나이티드 뉴욕 하프마라톤(United Airlines NYC Half Marathon): 매년 3월 열리는 뉴욕마라톤 풀코스 대회의 부속 이벤트입니다. NYRR의 메이저 대회 중 하나죠. 이 대회는 그 전 해 11월에 참가 신청을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추첨에서 뽑혀야 해요. 연수 중 NYRR 홈페이지에 무료회원 가입 해놓으시면 추첨할 때쯤 안내 메일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참가비 140달러 안팎.
사진4. 코니아일랜드에 모인 하프마라톤 참가자들. 사진 NYRR
-브루클린 하프마라톤(RBC Brooklyn Half): 5월에 열리는 또 하나의 메이저 대회입니다. 매년 2월에 참가 신청을 받아 추첨합니다. 브루클린의 명소 프로스펙트 공원에서 출발해 코니아일랜드 해변에서 끝나는 코스입니다. 코니아일랜드는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매년 7월)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죠. 완주한 뒤 지친 몸은 핫도그로 몸보신 하세요. 체력이 남으신다면 코니아일랜드의 롤러코스터를 타시며 더 즐기다 가셔도 되고요. 참가비는 100달러 정도.
사진5. Pixabay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오르기(Empire State Building Run Up): 이건 정식 달리기는 아니지만 유사하면서도 이색적인 대회입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86층까지 1576개의 계단을 오르는 간단한 경기죠. 매년 10월에 열리는데 이 대회는 주최측이 달라요. nycruns.com에서 일정 체크 가능합니다. 지난해 대회 1등 선수는 10분46초에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무릎이 아프지 않겠냐고요? 작년 4위 선수는 50대 남성인데 기록은 12분35초. 용기를 내세요. 꼭대기에선 뉴욕 전경이 펼쳐집니다. 다 올라가서 맘껏 숨을 쉬시면 되니까요. 참가비는 2021년 기준 125 달러.
사진6.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트위터
꼭 뉴욕이 아니더라도 여러분이 연수하는 곳, 또는 연수를 계획하신 도시ㆍ동네에서도 각종 달리기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각자 체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한 운동도 하실 겸, 바람도 쐬실 겸 달리기 하시면서 건강도 챙기시고 몸매도 가꾸시는 그런 연수 기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