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용할 양식이 떨어져 오늘은 집에서 15km 정도 떨어진 코스트코를 가는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구글맵을 켜고 ‘코스트코’를 입력하고 신나게 달려가는 중 문득 떠오른 생각.
도대체 옛날 연수 온 사람들은 구글맵 없이 어떻게 동네 곳곳에 숨어있는 대형 마트를 찾아서 식량을 공수했을까? 지도를 보고 길을 외웠다는 현지 교민들의 증언은 스마트폰 중독자인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이런 생각은 앞으로 5~6년 뒤 이렇게 뒤바뀔 것 같네요.
“도대체 옛날 연수 온 분들은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없이 어떻게 정착을 했지?”
바야흐로 연수 정착도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시대. 무엇이든 물어보면 다 답해주는 AI가 있다면 해외 연수 정착도 두려울 게 없습니다. 다음은 AI에게 물어본 연수 정착 핵심 질문들입니다. 인공지능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더해, 6개월에 걸친 정착 짭밥을 맛있게 소화한 초보 연수생의 경험치를 결합한 답변으로 여러분의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드리고 싶습니다.
재단 연수에 합격했어. 연수 준비 어떻게 해야 할지 대체적인 아우트라인 그려줘.
좋은 질문입니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연수라고 가정할 때 현지 정착에 필요한 스텝은 크게 다음 순서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a. 연수 학교 근처의 집 구해서 집 주소 확보하기
b. 미국 현지 전화번호 만들기
c. 노스 캐롤라이나 운전면허 시험 예약하기
d. 전기 수도 인터넷 등 계약하기
e. 미국 입국 후 은행 방문해서 계좌 트기
f. 중고 차량 매입하기
g. 운전면허 획득하기
h. 아이 학교 등록하기
연수 학교를 정하셨으면 무조건 집부터 구하셔야 합니다. 연수 도시는 항상 들어오는 자와 나가는 자의 수요 공급이 대략 일치하기 때문에, 전임 연수자가 사용하는 집을 물색하여 계약을 맺으시면 수월합니다. 이때, 쓰던 가전도구를 물려받는 ‘무빙’의 방식을 채택하면 아주 편리하며 여기에 중고차까지 세트로 매입하면 연수 준비가 파격적으로 수월해지죠. 집 주소를 먼저 확보하는 이유는 이 주소를 기반으로 모든 미국 내 상거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와 전기, 인터넷 계약도 집주소를 전제로 하겠죠. 렌트할 집을 구하고 렌트 계약서를 집주인 서명이 담겨 있는 것으로 반드시 출력해서 입국하셔야 합니다. 운전 면허 시험과 은행 업무 등 미국 관공서와 상대하실 때 여권과 비자, DS2019 서류와 집계약서 구비는 기본입니다.

휴대전화 번호 역시 마찬가지 구실을 합니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초 요건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 전화 개통은 한국 휴대폰에 E-심을 받아서 할 수 있으므로 미국 출국 전 미리 여유있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연수 기간 그렇게 고품질 통화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비싼 통신사를 이용할 이유는 절대 없고, 무조건 싸게 개통하시길 추천합니다. 모바일 인터넷 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이 부과되는데, wifi가 미국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어서 실제로 한달 모바일 용량 5기가를 넘게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으실 겁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연수 정착의 최대 걸림돌은 운전 면허 획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게 힘든 이유는 시험 자체는 누구나 통과할 수 있지만 시험을 보기 위해 새벽 2~3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는 치명적 난제가 기다리고 있어서입니다. 미국 건너오기 2~3개월 전쯤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니 이것이 최선이고, 여의치 않다면, 미국 입국하자마자 시차 적응으로 밤잠 설치는 초반 일주일 이내에 집근처 운전면허 시험장으로 달려가 해치우시길 권합니다.
잠깐, 운전면허 시험을 미국과 한국이 호환 가능한 주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시험 안 봐도 되는 거 아님?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조지아 주의 경우 한국 면허를 가져가면 교환해주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도 서류 준비하는 과정이 꽤 복잡한 걸로 알려져 있고, 불행하게도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면허 호환이 아직 안 됩니다.
시험은 필기와 주행 시험 두가지인데, 보통 한 번 면허 시험장 방문에 두 가지 한꺼번에 다할 수는 없어요. 따라서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미국 입국 첫주차에 필기 시험을 봐서 연습 면허증을 확보하신 뒤, 중고차 매입을 하세요. 여기는 희한하게도 자기가 몰고 온 차를 갖고 주행 시험을 봐야 한답니다. 그러니까 차가 있어야 주행 시험볼 수 있다, 이거죠.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새벽 줄서기를 해서 주행 시험 보고 플라스틱 면허증을 발급받길 기원합니다. 명심하세요. 미국 연수 정착 최대 난관이 바로 이 운전면허 획득이라는 것을. 이것만 다 하면 정착의 절반이 해결된다고 해도 과언 아닙니다.

그래 설마 운전면허 떨어지겠어, 근데 중고차 매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 좋은 팁 없을까?
무빙 받으시는 전임 연수자의 중고차를 그대로 인수하는 게 가장 속편한 방법입니다. 물론 이 경우 신뢰 관계가 중요하죠. 아무래도 개인간 중고차 매매이기 때문에 차량 상태를 점검해야 하고 매입 가격도 잘 따져보시길 권해요. 참고로 무턱대고 전임자 중고차 샀다가 엔진 경고등이 수시로 올라오고, 심지어 요즘 차에 없을 수 없는 후방 카메라와 블루투스 오디오 기능까지 빠진 ‘깡통차’를 매입해서 연수 초반 극좌절에 빠진 분도 계시답니다(작자 주: 바로 접니다)
미국 생활에서 자동차는 한국보다 대략 2.5배 더 사용량이 많고 중요하니 중고차 매입에 돈을 너무 아끼지 마세요. 중고차 가격은 KBB 등 객관적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요.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현재 시장가가 나오는데, 이 가격을 기준으로 매입 가격을 흥정하시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부분은, 중고차 매입 시 반드시 차량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전임자의 보험 기간과 후임자의 보험 기간에 시간 차가 발생하면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이거 잘 따져보고 계약하세요. 그리고 차량 보험은 연수 초반에는 월 300달러 이상의 고가가 책정되는데, 이건 미국 내에서 운전 경력을 입증할 방법이 없으므로 일단 받아들이셔야 하고, 6개월이 지난 뒤 해당 보험료는 3분의 1까지 줄어드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하 참 만만치 않네. 그럼 미국 입국했다고 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뭐지?
입주하실 집에 도착 뒤 일단 푹 주무시고, 다음날 오전 은행에 가서 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드시길 권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미국 은행은 한국과 달리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사전 예약을 해서 상담을 진행합니다. 집 근처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사이트를 물색하신 뒤 안내에 따라 예약을 하시고 방문하세요. 여권과 비자, 집계약서 등을 들고 가시면 계좌를 만들어주고 해당 계좌의 체크 카드가 발급되는데 2시간 정도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여기는 미국이거든요. 미국 계좌를 트시면 곧바로 한국 은행의 휴대폰 앱을 이용해 연수 자금을 옮기셔야 합니다. 출국 전 주의하실 점은 모든 은행 업무는 개인의 고유 식별과 안전성이 보장된 휴대폰 앱으로 하기 때문에, 성능 좋은 휴대폰에 은행 앱을 잘 설치하셔야 하고 행여 휴대폰을 분실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체크 카드를 만들면 그 카드로 뉴욕이나 대도시 여행가서 버스 교통 카드로 사용할 수 있어 관광에도 굉장히 편리해요. 신용카드도 만들어주긴 하는데, 이용 한도가 고작 1,000불 정도밖에 안되지만 캐시백 리워드가 있기 때문에 연수 생활하실 때 체크 카드보다는 신용 카드로 긁는 분이 많답니다. 1,000달러 한도인데 어떻게 긁냐고요? 여기는 한국처럼 한달에 한번 결제 이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1,000달러 한도를 쓰면 바로바로 계좌를 통해 신용카드 빚을 갚은 뒤 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1,000달러를 일주일만에 긁으셨다, 그러면 1,000달러 입금하시고 또 긁으시면 됩니다. 여기 식당이나 매장에 신용카드 긁으면 결제 굉장히 빨라요. 아마도 미국에서 유일하게 프로세스 빠른 게 카드 긁는 속도일 걸요?
아이들 학교 등록만 하면 이제 초기 정착 끝이겠네? 이건 어때, 이것도 시간 오래 걸리고 힘드나?
연수에서 가장 중요한, 자녀분 교육에 관한 꿀팁입니다. 출국 전 미리 준비하실 서류는 한국 학교 재학 증명서,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 예방접종 증명서입니다. 이것이 구비된 상태에서, 연수자분께서 거주하는 지역의 교육청을 검색하세요. 거기에 입학 안내가 되어 있어요. 해당 거주 지역에 배정되는 학교도 알아볼 수 있답니다. 그 학교가 결정되면, 학교 행정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전학 신청을 하는 거죠. 그 다음부터는 학교에서 안내해주는대로 잘 따라가시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 보통 연수자는 초중고교 방학 시기에 이주를 오게 되는데, 짐작하시겠지만 방학 중에 학교 행정 담당자들이 일을 부지런히 안합니다. 이메일 보내도 답장 느릿느릿 올거에요. 여기서 멘털 흔들리지 마시고 차분히 기다리셔야 합니다. 미국 학교는 어지간하면 전학생을 반기는 편입니다. 워낙 전세계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이 수시로 오고 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외국인 전학이 아주 일상의 일부분이라고 보여져요. 통상적인 입학 절차는, 교육청에서 정한 날짜에 영어 능력 테스트를 보고, 학교 및 선생님 소개와 같은 예비 소집일에 참석한 뒤, 개학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미국 학교는 학생들의 등하교를 학부모가 완전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아침 오후로 아이들 라이딩 하시는 게 연수 생활의 3할을 차지할 것입니다.

고맙다 AI야, 연수 가기도 전에 질리게 생겼는데 초보 연수자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언론인 연수자 분들이 이 기간 가장 어색해하는 게 다음날, 다음주, 다음달 기사 발제를 안해도 된다는 거라네요. 아무리 초기 정착이 낯설고 어려워도, 연수생들에게 가장 큰 무기는 무한대에 가까운 시간이 우리 편이라는 거랍니다. 정착하다 보면 잘 안 풀리고 황당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실 거에요.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남는 게 시간이고, 여러분은 그 문제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풀 수 있는 능력자이시니까요. 그래도 모르는 거 있으면? 걱정 마세요. AI는 24시간 내내 여러분 곁에 있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