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보기

입장료 대폭 인상한 美 국립공원, ‘주니어레인저’는 꼭 하자

by

최근 미국 정부가 연수생들에게는 또 한 번 실망스러운 뉴스를 발표했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 국립공원의 외국인 입장료를 3배 이상 올리기로 한 겁니다. 현재 80달러인 연간패스가 내년부터는 250달러가 될 예정입니다. 일단 현 연수생들은 올해가 가기 전 연간패스를 사놓으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낙담했을 다음 연수생들을 위해 좀 더 뜻깊게 공원을 둘러볼 방법을 소개합니다. 초등학생이나 청소년 자녀를 둔 연수생이라면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Junior Ranger Program)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운영하는 주니어 레인저는 미국의 국립공원, 기념지, 자연보호 지역 등을 방문하고, 활동 책자를 완성하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공원의 자연과 역사, 문화, 생태 등을 배우고,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이 제한은 없어 어른도 원하면 참여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니어레인저 활동책자. 국립공원 방문자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먼저 국립공원을 둘러보기 전 방문자센터를 찾아갑니다. 이곳에서 주니어 레인저 활동 책자를 받아서 공원을 탐험하며 문제를 풀면 됩니다. 아이 나이에 따라 수준에 맞는 책자를 나눠줍니다. 영어로 된 데다가 문제가 만만치는 않습니다. 공원에 얽힌 역사와 생태계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는 답을 찾지 못해 챗GPT의 도움을 얻기도 했습니다. ‘방문한 곳에서 꼭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한 풍경을 그려 보세요’, ‘내가 버린 쓰레기는 썩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등과 같은 자연보호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들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이유는 바로 책자를 완성하고 받는 ‘배지’를 위해섭니다. 각 공원의 이름과 상징물이 생긴 배지는 아이들의 ‘소장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어른들도 혹할만합니다. 심드렁했던 저희 아이도 배지를 보고서는 눈에 불을 켜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눈도장 찍기로 끝날 수도 있는 ‘관광’이 부모가 바라는 ‘교육 현장’이 되는 거죠. 함께 갔던 한인 가이드는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미국 주니어 레인저 배지 모으기가 인기’라며 확인되지 않는 소문(?)을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주니어레인저 활동 책자, 아이가 풀기에 쉽지 않은 문제도 많다.

책자를 완성한 후 다시 방문자 센터에 가면 국립공원 담당자인 레인저가 책자를 검토한 후 ‘가장 좋았던 게 무엇이었냐’며 몇 가지 질문을 합니다. 책자 검사를 안 할 줄 알았는데 한장 한장 넘겨서 확인합니다. 물론 답이 틀렸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후 아이는 한 손을 들고 자연을 지키겠다는 선서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역사유적지에 대해 배우고, 이를 소중히 하겠다는 마음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자연을 지키겠다고 선서하는 모습.

아이는 바로 배지를 가슴에 단 후 매우 행복해했습니다. 기념품 삽에서 배지나 자석 등을 살 수 있지만 그보다 의미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서부 여행 중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받은 주니어 배지를 아이가 잃어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속상해했죠. 결국, 다음날 방문자 센터에 재방문해 상황을 설명했더니 감사하게도 배지를 다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워싱턴D.C로 연수를 왔다면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 기회가 더 많습니다. 멀리 국립공원에 가지 않아도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워싱턴기념탑, 링컨기념관, 포드극장, 백악관 등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에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도 미리 알았더라면 진작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 재방문해 배지를 모아 볼 생각입니다.

아이가 모은 주니어 레인저 배지의 모습. 앞으로 얼마나 더 모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아이가 모은 배지는 3개입니다. 지인들을 보니 수십 개에 달하는 배지를 모아 집 한쪽 벽면을 장식한 가족도 있었습니다. 배지 하나하나를 소개하며 그 당시 여행에서의 추억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모자나 조끼에 배지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닙니다. 한국에 가져가면 미국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릴 소중한 기념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