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교보내기…A부터 Z까지
1. 아이들 학년과 학급 배정
미국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학기가 8~9월에 시작한다. 때문에 학년 배정이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첫째 아이는 한국에서 1학년 1학기를 다녔는데, 곧바로 2학년으로 배정됐다. 8월생부터 2학년으로 한다는 원칙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한학기를 건너 뛴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1학년으로 배정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면 또 1학년으로 배정해 준다는 말을 들을 수 었다. 학급의 경우에도 한국 학생이 너무 많은 학급은 피해달라는 요청을 하면 이를 들어준다고도 했다.
그러나 무엇이 아이에게 좋은지는 장담할 수 있다. 첫째 아이도 처음에는 영어 알파벳부터 시작하느라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점점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까지 했다.
2. 암호문 같은 준비물
학교에서 받은 아이들의 학기 준비물이 적힌 리스트는 거의 암호문 수준이었다. 행여나 다른 준비물을 가져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적힌 그대로 준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월마트와 타켓, 오피스 디포까지 찾아 다녔다.
나중에서야 100달러를 내면 개인적으로 마련할 필요 없이 학교에서 준비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학기기 시작될 때 쯤이면 월마트나 타켓 등의 대형마트에서는 BACK TO THE SCHOOL과 같은 코너가 마련되고, 그곳에 가면 그 암호 해독만 같은 준비물들은 배치된다. 준비물 때문에 마트 순례를 할 필요는 없다.
필자 가족은 각 준비물에 이름까지 정성스럽게 썼는데, 이 준비물들은 한데 모아 공유된다고 한다. 이름을 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3. 담임선생님 선물 챙기면 좋아요
담임선생님(Homeroom teacher)과 부족한 아이들의 영어를 보충하기 위한 ESOL 선생님이 있다. 담임선생님과는 매분기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 얘기하는 면담(Conference)가 있다. 처음 담임선생님을 만날 때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작은 선물을 건네는 경우가 많다. 한국 캐릭터 제품이 무난하다. 필자의 가족들은 딱히 이런 준비를 해가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가 큰 축제다. 그리고 이 때는 선생님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한다.. 이럴 땐 담임선생님과 ESOL 선생님에게 20달러선의 선물, 특히 기프트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생님들은 가정통신문 보낼 때 자신이 어떤 선물이나 쇼핑몰을 좋아하는지를 알려준다. 학교에서도 아예 선생님별로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선물을 받은 선생님들은 손편지를 보내 고마움을 표시한다. 과거 우리나라처럼 우리 아이 잘 봐주세요와 같은 메시지보다는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느낌이 든다.
4. 방과후 액티비티는 비영리단체와 도서관
초등학교 아이들의 방과후 활동은 비영리단체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YWCO라는 단체에서 하는 방과후 교실에 아이들을 등록했다. 이 단체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바로 방과후 학교를 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기 보다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 아이들을 맡아주는, 우리로 치면 ‘방과후 돌봄 교실’의 개념이 강했다.
이후에는 UGA에서 하는 수영(주말)과 OCVP라는 곳에서 하는 축구 교실에 아이들을 등록했다. 축구는 처음 몇차례는 연습을 하다 이후에는 다른팀과 시합을 하는 식이었다. 특히 축구 시합이 있있을 때 온 가족이 잔디밭 피크닉 의자에 앉아서 응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겨울철이 되면 농구의 시즌이다. YMCA에서 하는 농구를 등록했는데, 아이들이 처음에는 가기 싫다고 성화였다. 하지만 시합을 시작하니 축구보다 농구가 더 재미 있다며 농구 경기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특히 아이들이 운동을 잘하거나 열심히 하면 응원을 하는 미국인들이 와서 말을 걸고 ‘네 아들 잘한다’ ‘열심히 뛴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운동을 뛰어나게 잘하는 한 한국 학생은 미국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자신감이 붙어 영어도 부쩍 늘어 한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미국은 그야말로 스포츠의 천국이다. 1년만이라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방과후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역 도서관도 수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5. 끊임없는 Fundraising…어쩌면 좋을까?
미국은 형편이 좋은 가정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일수록 정부 지원이 적고, 학교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Fundraising으로 필요한 재원을 충당한다. 기부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가능한 방식인 듯 싶었다. 결국 정부는 저소득층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집중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을 쓰는 셈이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Fundraising에 참여하라는 전단지를 수시로 보내온다. 기부 방식도 다양하다. 지역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일부 금액이 학교에 기부된다거나 책을 사면 일부가 기부된다는 내용, 그리고 아이들이 운동장을 얼마나 뛰느냐에 따라 기부금이 정해진다는 내용 등이다.
이런 Fundraising에 얼마나 참여하면 좋을까 고민스럽다. 필자의 경우에는 Fundraising에 대해서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운동장 한 바퀴당 금액을 정하고, 아이가 운동장을 얼마나 도느냐에 따라 기부금이 정해진다는 전단지를 보내왔다. 필자는 아이에게 운동장을 많이 돌지 말라고 장난 반 농담 반으로 얘길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아이가 정해진 시간에 운동장을 많이 돌아서 3등을 했다며 부모님을 초청했다. 시상식 현장에 가보니 학년마다 순위에 오른 학생들을 호명하면, 전체 학생들이 박수를 쳐주면서 환호를 했다. 시상대에 오른 아이는 자신감에 찬 얼굴이었다. 그 이후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자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해준다는 생각에 나름 적극 참여하게 됐다.
6. 영어는 저절로 늘지 않아요…투터링도 방법
연수자들이 미국에 오면서 하게 되는 가장 큰 착각 가운데 하나는 1년 동안 미국에 있으면 아이들의 영어가 많이 늘 것이라는 생각인 듯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은 그저 길게 여행 온 정도로 보면 된다. 특히나 한국에서 영어에 대한 준비 없이 온다면 초반에는 아이들이 힘들어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연수 오기 전부터 영어를 가르치자니 당장 필요하지도 않아서 쉽지도 않다.
연수를 오게 되면 학교 수업과는 별도로 개인 교습(는Tutoring) 하는 게 일반적이다. 투터는 일주일에 두차례 정도, 그리고 한 회에 20~30달러의 비용이 든다. 미국은 학교 선생님들도 자신이 맡은 학생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개인 교습을 할 수 있다. 주변 선생님에게 소개해 달라고 해도 좋다. 한국 부모들은 미국에 와서도 과외를 시키냐는 핀잔이 두려울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서라도 고려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