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의 하이라이트는 여행일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말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하는 연수지 여행을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좀처럼 여행에 대한 상을 잡기 어렵다. 언제, 어디를, 얼마를 들여 여행을 하는지 연수오기 전에는 소상히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나의 경험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해 둠으로써 연수를 앞둔 LG 펠로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미국의 경우 보통 4번의 여행 기회가 찾아온다. 아이들의 학교 일정 때문이다. 첫 번째 기회는 미국에 들어와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기간이다. 이후 2주일간의 겨울방학이 두 번째, 이듬해 1주일 간의 봄방학 때가 세 번째, 이어 여름방학부터 귀국 전까지의 기간이 네 번째의 여행기회다. 보통 여행지로는 뉴욕, 워싱턴, 나이아가라 폭포 등이 포함된 북동부권, 플로리다와 조지아 등이 포함된 동남부권, LA와 그랜드캐년, 라스베이거스 등이 포함된 서부권, 시애틀과 요세미티,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등이 포함된 서북부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뉘는 것 같다.
여행 일정과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장 고려되는 것은 바로 비용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자동차로 여행을 해야 하고 장기간 돌아야하는 특성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4명 안팎으로 구성된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심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그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 2012년 12월 21일부터 2013년 1월 10일까지 3주(21일)간의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 코스는 오스틴(텍사스)-달라스(텍사스)-리틀락(아칸사스)-멤피스(테네시)-내쉬빌(테네시)-스모키마운틴(노스캐롤라이나)-아틀란타(조지아)-사바나(조지아)-케이프 커네버럴(플로리다)-마이애미(플로리다)-올랜도(플로리다)-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휴스턴(텍사스)-오스틴이었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것은 아틀란타까지 처음 1주일은 나의 가족 4명만의 여행이었지만 나머지 2주일간의 여행에서는 서울에서 날아온 누이 母子 2명이 합류해 6명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해외 연수를 떠나와 있다 보면 한국 손님을 받기 일쑤다. 나의 경우 초등학교 교사인 누님이 조카 녀석 견문을 넓혀주고 싶다며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한 달간 우리집을 방문했었다.
초반 4명, 중후반 6명이 쓴 경비는 총 5,000 달러였다. 항목별로 보면 숙박비로 1,100달러, 식사비와 교통비 등으로 1,500달러, 디즈니월드 입장권 등 각종 입장료로 2,400달러가 각각 소요됐다. 인원이 많고 기간이 3주나 됐기 때문에 적지 않은 여행비용이 들어갔지만 내용상으로는 꽤나 절약한 여행이었다고 자평한다.
우선 숙박의 경우 호텔닷컴을 이용해 저렴한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Orbitz와 Kayak 등의 사이트가 다양한 호텔 선택권을 보장하는데 비해 호텔닷컴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호텔을 콕 찍어서 보여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숙소를 정하는데 있어 조식이 포함돼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나의 경험상 비용과 시간상으로 유리한 것 같다. 조식이 포함돼 있다면 10~20달러 더 비싸다고 해도 그 곳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객실 내부의 카펫 청소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텔 객실의 카펫 청결도는 아마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따라서 나의 결론은 미국 호텔을 전전하게 되는 경우 반드시 슬리퍼를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당시 여행에서 20박을 하면서 이틀 밤을 빼고는 모두 카펫이 깔린 숙소에서 묵었는데 그 때 마다 슬리퍼를 사서 신어야 하는지 고민을 반복했었다. 그리고 장거리 여행을 하다보면 세탁도 문제다. 그러나 다행히 미국의 호텔은 웬만한 경우 거의 세탁기와 건조기가 비치돼 있어서 빨래 문제도 그 때 그 때 해결이 가능하다. 호텔의 세탁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5센트(쿼터)짜리 동전을 다량으로 준비해야 하고 세제 역시 사전에 준비해둬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숙박업계에서는 갈수록 인도(India)계의 장악력이 커지고 있다. 나의(주관적인) 경험상 인도 사람들은 비교적 불친절하고 불청결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미국의 호텔에 묵다 보면 불쾌한 일을 당할 수도 있어 주의와 인내심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식사비용에서는 쿠폰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미국에서 살다보면 이런 저런 곳에서 발행하는 쿠폰북이 배달돼 오는 등 쿠폰북을 자주 접하게 된다. 바로 이 쿠폰북을 여행 때 가져가면 유용하게 활용된다. 미국 여행에서는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데 보통 4~8시간이 걸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워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바로 이럴 때 쿠폰이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종종 있다.
식사는 때로는 해 먹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나의 경우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여행을 마치고 빠져나오면서 Picnic Area에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었다. 중요한 것은 1달러 짜리 컵라면을 끓여먹은 곳의 풍경이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그런 풍경이었다는 점이다. 그림에나 나오는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점심을 어찌 돈으로만 계산할 수 있겠는가. 다만 식사를 해 먹을 요량이라면 아이스박스를 별도로 준비해야한다. 아이스박스에 채울 얼음은 대개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입장료의 경우도 각종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잘 살펴야한다. AAA 멤버인 경우 또는 국립공원 멤버인 경우 할인이나 무료 입장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쿠폰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령 휴스턴의 스페이스 센터의 경우 처음에는 AAA 할인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AAA 할인이 1인당 1달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별도로 가지고 있던 쿠폰을 제시했더니 1인당 3달러 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쿠폰의 경우는 텍사스 주에서 운영하는 Welcome Center에서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의 경우 이쪽 주에서 저쪽 주로 진입하는 경우 주 경계에서 가까운 도로상에 Welcome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해당 주에 있는 거의 모든 여행지의 정보를 망라해 비치해 놓고 있어서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에 비치돼 있는 각종 브로셔에는 쿠폰도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사용한 휴스턴 스페이스센터의 쿠폰도 루이지애나주에서 텍사스로 들어올 때 들렀던 Welcome Center에서 확보한 것이었다. 한편 할인티켓이 없기로 유명한 디즈니월드의 경우 인터넷을 뒤져서 조금이라도 할인된 가격으로 사전에 예약할 수 있었다. 박물관의 경우 특정 요일에는 무료로 입장시켜주기 때문에 사전에 잘 살피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