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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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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장 보는 게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대형마트 한 곳에서 장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한국인 입맛을 맞추려면 한인마트를 빼놓을 수 없고, 마트마다 가격·품질 경쟁력이 강한 제품이 다르다보니 최소 서너곳을 돌아야 비로소 장을 다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동네 마트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것도 시간이 지나다보니 ‘노동’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자녀의 학기가 시작돼 도시락을 싸게 되니 장 보기의 압박이 커지더라고요. 그 시간을 줄일 순 없을까. 장 보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도 새벽배송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인스타카트’ 앱. / 인스타카트 홈페이지 캡쳐

그래서 활용해 본 게 장 보기 대행 서비스인 ‘인스타카트(Instacart)’입니다. 인스타카트 앱에서 장 볼 마트를 클릭,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은 뒤 결제하면 쇼퍼(shopper)가 직접 그 물건을 담아 집 앞까지 배달해줍니다. 배달원이 정해지면 그의 프로필도 알 수 있고요.

새벽 1시 조금 넘어 생수와 고기, 과일, 과자, 요거트 등을 주문했더니 새벽 4시 45분쯤 집 앞에 배달해주더군요. 앱 다운로드 후 무료체험 기간이라 최소 주문 금액 40불을 넘기니 따로 배달료가 붙지도 않았고요.(팁은 선택) 매월 정기구독할 만 한 서비스같습니다.

아마존 프레시 무제한 무료배송 서비스

비슷한 서비스는 아마존에도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월 9.99달러만 내면 아마존 프레시와 홀푸드에서 35달러 이상 구매하면 무제한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습니다. 1회당 35달러라는 최소 금액이 부담된다면 금액 기준이 없는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도 됩니다. 직접 마트를 가기는 해야 하지만, 일일이 돌며 물건을 찾는 수고는 덜 수 있으니까요.

아마존 프레시의 경우 직접 매장을 가도 쇼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마존 프레시는 모두 무인매장인 줄 알았지만, 저희 동네 아마존 프레시는 ‘유인’이었습니다. 대신 100% 무인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아주 간편했습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대시(dash) 카트’에 달린 스캐너에 아마존 앱 바코드를 찍고 결제 수단을 선택하면 그 때부터 쇼핑이 본격 시작됩니다. 원하는 물건을 카트에 담을 때마다 직접 스캐너에 바코드를 찍고 넣으면 끝. 바로 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변하면 카트에서 빼면 됩니다. 뺄 때엔 바코드를 찍을 필요가 없어요. 카트가 무게를 감지해, 물건이 사라지면 곧바로 ‘장보기 목록에서 빼는 거냐’고 알림이 뜹니다.

이 카트의 장점은 바로 현재까지 내가 구입한 물건의 각 가격과 총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별생각 없이 물건을 담다보면 100불, 200불이 훌쩍 넘어버리기 쉬운데, 카트가 지금까지 담은 물건들의 가격을 알려주니 든든한 ‘비서’같이 느껴집니다.

아마존 프레시의 ‘대시 카트’.

넓은 매장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 쏙쏙 집을 수 있게 안내도 해줍니다. 카트 손잡이 쪽에 컴퓨터형 패드가 있는데 이곳에서 원하는 물품을 검색하면 매장 지도와 함께 진열된 위치를 띄워줍니다.

장 보기를 마무리한 뒤엔 대시 카트 출구로 퇴장하면 결제까지 끝입니다. 요즘 마트마다 셀프 계산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줄이 길어서 한참 기다려야 할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트 밀고 나오면 계산을 끝낼 수 있으니 매우 효율적이었습니다. 전체 장보기 시간이 확실히 단축되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초록색 카펫으로 지나가면 지정된 카드로 결제가 이뤄진다.

다만 아직까지는 미국인들도 이런 시스템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활용도가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대시 카트 주변에는 아마존 직원이 상주하며 활용법을 안내합니다. ‘40불 이상 사면 10불 할인’과 같은 프로모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아마존 대시 카트는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 생활을 어디까지 변화시켜 놓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