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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도 정착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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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5년 8월부터 2006년 8월까지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에서 연수중입니다. 보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생활 정보를 적어봅니다.미국 문화와 관련된 얘기는 너무 많아서 다음 기회에 올리겠습니다.

-어떤 집에서 살까

연수 오기 전에 한 선배님께서“기왕 미국 생활 하는 거 잔디가 있는 단독주택에서 미국인처럼 생활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미국을 제대로 느껴보란 뜻이지요. 미국에 연수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아파트에 삽니다. 하지만 저는 6개월 정도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나머지 기간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됐습니다. 집을 옮기는 게 번잡할 것 같지만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그게 다 문화 체험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단독주택과 아파트는 어떻게 다를까요.

단독주택은 좀더 자유롭습니다. 아이들이 떠들어도 되고, 뛰어놀 잔디밭도 있습니다. 학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놀기에는 그만이죠. 이곳 잔디는 1년 내내 파랗습니다. 제가 살던 집은 높이가 50미터 정도 되는 삼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거목 아래 잔디밭에서 연어나 스테이크라도 구워 먹으며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노루나 사슴이 새끼들을 데리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먹거리를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야생 동물원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월세와 쓰레기, 물, 전기료 등 생활비가 약간 더 듭니다. 그래도 미국의 맛을 느껴 보기엔 그만입니다.

아파트는 단독주택에 비해 구하기가 쉽고 생활비가 적게 듭니다. 관리하기도 편합니다. 한국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주거형태지요. 하지만 미국 아파트들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졌습니다. 조용할때면 위층에서 걸어 다니는 소리, 물소리 등이 다 들립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뛰놀기라도 하면 꽤 신경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지역이 좋은가

도시풍의 분위기에서 살 것인지 전원형 주택가에서 살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연수 오는 분들은 대부분 학군과 동네의 안전여부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한국에서도 각종 사건 사고가 나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총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불안감은 확실히 더 합니다. 지금은 총기를 구입하는 것도 까다로워졌고 총기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에 보유할 수는 있어도 밖에서는 소지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범죄가 적은편인 워싱턴주에서도 총기 사고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사고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지 뒷골목이나 상가 같은 곳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괜찮다 싶은 주택가로 접어들면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이 때문에 집을 얻을 때는 도심지나 상가에서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도심에서 가까우면 교통이 편리하고 교외로 나가면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범죄 걱정이 적습니다. 집을 얻을 때는 ♢다운타운과 큰길가에 있는 집은 피하고 ♢아이 학교에 가까우면 여러모로 편리합니다. ♢연수 대학과 대중교통이 연결되면 금상첨화지요.

-집 계약

아파트를 고를 때는 주변 환경이 좋은 동네를 추천받은 후 괜찮아 보이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서 빈 방이 있냐고 물어보면 됩니다. 월세가 비싸거나 깨끗한 차가 많이 주차돼 있는 곳은 당연히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높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기준을 갖고 동네 아파트를 한바퀴 돌며 가격과 환경을 조사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월세가 싸다 싶으면 쓰레기 물 등의 사용료를 세입자가 내야하고, 월세가 비싸다 싶으면 각종 시설이나 쓰레기 물 등이 무료인 곳이 많습니다.

입주 의사를 보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보통 입주자의 범죄와 신용 등에 관한 신원조회를 먼저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연수 온 사람을 대상으로 그들이 알아 볼 수 있는 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회사 규칙대로 신원조회를 하는데, 보통 2일 정도가 걸립니다. ‘스크린 피’는 40달러 정도를 요구합니다. 이때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비자와 연수지원단체의 생활비 지원확인서 등을 미리 보여 주면 하루라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신원조회를 해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으니 입주자에게 추가 증빙 자료를 요청, 재승인 받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입주 계약이 체결되면 관리실 사람이 방을 체크하고 키를 넘겨줍니다. 이때 집안 구석구석 고장과 흠집 등을 잘 살피고 체크해둬야 나중에 보증금(Deposit)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입주 후에도 시설물을 꼼꼼히 체크하고 알려주면 보수해줍니다.

월세는 보통 입주 첫날 달라고 합니다. 그냥 내면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아파트에 따라서는 현금보다 개인수표로만 받는데도 있습니다. 미국에 오자마자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임시 개인수표를 발행해 주지만 이를 내밀면 그리 환영받지 못합니다. 이럴 경우엔 주위의 아는 사람 수표로 대신 내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입주할 아파트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소개해주는 형식으로 200~300 달러 가량의 소개비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커미션인 셈인데, 아는 분과 적당히 나눠 쓰면 누이 좋고 매부 좋습니다. 또 입주하려는 아파트가 rent.com에 올려져 있을 경우에는 이 사이트를 보고 집을 얻었다고 등록하면 1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수고로 적지 않은 돈을 아낄 수 있으니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미국 내 아파트를 평가하는 사이트(www.apartmentratings.com)가 있습니다. 우편번호만 입력하면 나오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활용품 구입

먼저 중고품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주위에서 garage, yard, moving sale 하는 곳이 가끔 눈에 띕니다. 또 Goodwill 을 방문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곳은 사람들로부터 물건을 기증받아 판매하는 곳으로 새물건도 있고 중고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 기대할 곳은 못됩니다. 대부분의 대학에는 한국 학생 또는 교환교수 사이트가 개설돼 있습니다. 이곳을 살펴보면 귀국하는 사람들이 차를 팔면서 동시에 쓰던 살림을 얹어 주곤 합니다. 매도자와 출입국 시기만 맞으면 차와 살림이 한방에 해결되니 참 편리합니다. 헌 물건이 싫다면 새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데, 주로 코스코나 월마트를 활용하면 저렴합니다. 침구류, 가구 등은 IKEA를 추천합니다. 잘 살펴보면 새 물건을 중고보다 싼 값으로 구입할 수 도 있습니다. 침대는 굳이 프레임을 살 것 없이 폼 매트리스만 사도 쓸 만 합니다.

-인터넷 서비스

각종 정보나 학습자료 등을 얻기 위해 인터넷은 필수입니다.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종류는 ♢케이블 ♢DSL ♢위성 인터넷 ♢전화 dial-up이 있습니다. 성능은 케이블이 가장 나은 편입니다. DSL은 한달에 10달러 이내 서비스업체(Netzero, Earthlink, Juno)도 있지만 케이블보다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DSL 서비스의 약점은 전화국까지의 거리가 멀수록 서비스 품질이 나빠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케이블을 많이 활용하는데, 케이블 업체는 지역마다 한정돼 있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시애틀지역은 주로 comcast를 많이 씁니다. 주요 케이블 업체로는 Earthlink, Cox, Road Runner, Optimum Online, Insight, Charter, Comcast, Mediacom, Adelphia 등이 있습니다. 이중 Optimum Online이 빠르고 좋은 서비스 회사로 평가받고 있더군요. DSL업체로는 Netzero, Earthlink, Juno,SBCyahoo,Verizon,BellSouth,Qwest,Sprint 등이 있으며,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DirectWay가 제공합니다. 잘 모르겠으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면 신청용지랑 필요한 서류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