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얼마의 돈을 주고 튜터를 하는 것도 영어 공부의 한 방법입니다. 저도 처음에 튜터비를 지불
하는 튜터를 알아봤는데, 시간당 45달러를 요구하는 대학원생까지 있더군요. 돈도 돈이지만, 성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제가 튜터를 찾기 위해 두세 명의 학생들을 만나봤는데, 왠지 신뢰가
가지 않더군요. 튜터를 구하기 위해 한번 만났던 미국인 대학생은 “만약 당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튜터링을 할 경우 내가 그 곳에 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당 5달러를 더 내야 한다”
고 말하더군요. “한국과 중국이 같은 언어를 쓰느냐”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튜터를 만났습니다. 나이 차이는 스물살이 넘지만 이 튜터는 제 미
국 생활에서 베스트 프렌드가 됐습니다. 튜터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영어 개인교사이자
베스트 프렌드를 만난 비법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미국의 많은 대학에 한국의 경제, 언어, 문화에 관심이 큰 미국 학생들이 있습니다. 한국의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들도 간혹 있습니다. 제가 아는 2명의 대학원생들
도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회나 한국 문
화 관련 클럽과 교류를 맺고 있습니다. 제 연수기관인 인디애나대 동아시아연구센터 관계자의 조언
을 받아 인디애나대에서 한국어 모임을 이끄는 회장 학생(한국인)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내가 한국어를 가르쳐 줄 테니, 영어를 내게 가르쳐줄 학생을 소개시켜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회장 학생은 고맙게도 며칠 뒤 한 미국인 학생의 이메일을 알려줬습니다. 그가 저의 튜터이자
베스트 프렌드가 된 친구입니다. 제 튜터는 언어학을 전공하는 4학년 남학생이었습니다.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는 3년 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영어실력과 마찬가지로 한글 읽기는 상
대적으로 잘했는데, 말하기와 쓰기는 힘들어했습니다.
튜터링을 하면서 저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생들에 비해 한국어도 조금은 이해하는 학생이
영어 공부를 함께 하기에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을 배우고 싶어 하고, 언
젠가는 한국에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있는 학생이었기에 서로 대화할 주제가 많았습
니다.
저희는 지난해 9월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 했습니다.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를 함께 했는데,
1시간 정도의 수업 시간마다 선생님과 학생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한국어 시간에는 제가 선생님
이었고, 영어 시간에는 그가 선생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실생활에 대한 내용들을 위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특히 은행에서 나누는 대화를 배웠는데, 매우 유용하게 잘 활용했습니다. 시간이 지
나면서 방법을 다양하게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신문 인터넷 기사를 출력해 숙제로 나눠준 뒤
다음 주 함께 읽는 것을 했고, 서로 읽고 있는 한국과 미국 책의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모아와 공
부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국인에게 보낼 중요한 이메일은 그가 감수를 봐줬고,
우리 아이들의 숙제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항상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해진
뒤로는 저희 집에 초대해 한식으로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고, 제 처로부터 김밥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김밥을 페이스북
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것으로 영어실력이 엄청나게 느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요.
하지만 저는 영어에 대해 항상 물어보고 답해줄 사람이 있다는 든든함을 가지고 미국 생활을 했습
니다. 제 튜터는 “인디애나대학에서 실제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생은 10명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예상보다는 적은 숫자였지만, 그 친구는 “이 10여명은 정말 열심히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연수자들이 공부하는 대학의 한국 관련 클럽의 문을 꼭 두드려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각 대학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그 곳에서 좋은 튜터와 좋은 친구를 동시에 구할 수도 있기 때
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