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위반 딱지 ‘악몽’
미국 정착 극초반기에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 소살리토로 여행을 갔다가 주차 위반 딱지를 끊었다. 소살리토의 한 공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바다 풍광을 즐기려고 나섰다. 그러고 10여분 후 깜박하고 놓고 온 짐을 챙기러 다시 차로 돌아왔더니 차 앞 유리에 주차 위반 딱지가 놓여 있었다. 선불이 대세인 미국의 주차 요금 지불 방식에 무지했던 탓이었다. 주차장 이용을 끝내고 빠져나갈 때 요금을 내는 한국과는 달랐다. 그냥 같은 방식이겠거니 생각한 안일함이 화를 부른 셈이다. 고스란히 주차 위반 벌금 45달러를 내야만 했다.
미국은 선불 주차 요금제가 기본인 곳이 많다. 실외가 아닌 실내 공용 주차장의 경우 후불제인 곳도 더러 있긴 하다. 도로의 맨 끝에 있는 한 차선을 차들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주차 요금은 30분 혹은 시간당 지불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입력한 뒤 그에 맞는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주차 시간을 2시간으로 정해놓았다면 2시간 안에 차를 빼야 한다. 용무가 끝나지 않아 2시간을 넘길 것 같으면 다시 주차 장소로 돌아와 주차 시간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 주차 시간을 2시간 설정했는데 용무가 일찍 끝나 1시간 만에 돌아왔다면 나머지 1시간만큼의 요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합리적인 시스템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불제를 적용했다가는 주차 요금을 내지 않고 가는 운전자들 처리 문제에 골치가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선불제가 최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림 1 주차위반 벌금
주차 위반 딱지를 두 번째로 끊은 곳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였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어린이 박물관에 놀러 갔다가 벌금을 물었다. 박물관 인근에 길거리 주차를 했는데 주차 입력시간이 최대 1시간밖에 되질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주차난이 심각한 샌프란시스코 시내 사정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가족과 박물관을 즐기다 보니 1시간은 훌쩍 넘길 것 같아 주차 시간 만료 전에 돌아와 추가 주차 요금을 지불했다. 박물관을 다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주차장을 찾았을 때 주차 위반 딱지가 놓여 있었다. 첫 위반 때보다 벌금 액수도 컸다. 무려 110달러였다! 상업용 차량 전용인 노란색 주차 구역(Yellow Zone)을 일반 차량이 이용했다는 것이 위반 사유였다. 그제서야 살펴보니 인도에 접한 주차면 한쪽이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미국은 인도와 도로 경계에 색을 칠해 주차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구분한다. 빨간 색은 주차 금지를, 노란 색은 상업용 차량 전용을 각각 뜻한다. 파란 색은 장애인 주차 전용이며, 색이 없으면 일반 차량이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차 금지 구역(No parking zone)인지 아닌지도 잘 살펴야 한다. 도로 청소를 위해 일정한 요일에 일정한 시간 동안 주차가 금지되는 곳이 있다.
벌금을 정해진 기간 내에 내지 않으면 연체료가 부과된다. 또 주차 위반 딱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딱지에는 벌금을 내는 방법과 함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다. 온라인 사이트 또는 우편으로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필자는 주차 위반 2번에 따른 벌금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무지와 안일함이 부른 결과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