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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은행 이용과 돈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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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현지 금융기관을 이용할 일이 종종 생긴다. 재단에서 부쳐주는
체제비도 받아야 하고, 집세도 내야 하고, 자녀 학비도 납부해야 하니 말이다. 또 체제비가
다 떨어질 경우 한국내 자신의 계좌에서 자금을 긴급 수혈해야 할 일도 왕왕 생긴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과는 달리 사회주의 색채가 아직 짙은 중국에서는 은행을 이용할 때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불편해질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어떤 은행을 선택할 것인가


은행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느 은행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본적인 은행업무 외에
소비생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계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왕징에는 하나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같은 한국계 은행들이 다수 영업 중이다. 이들 은행엔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어 아직 중국어가 서툰 연수자와 그 가족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이들 은행에서 발급해
주는 은행(체크)카드는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트 등과 제휴를 맺은 경우가 많아 할인
혜택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다만 이들 은행은 왕징 지역을 벗어나면 지점이나 ATM기를 찾기 어려워 급전이 필요할 때
난감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그나마 베이징엔 드문드문 지점들이 있지만 베이징을 벗어나면
이들 한국계 은행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쩌면 타행 ATM기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막대한 수수료를 물 가능성이 크다.


한국계 은행에서 발급받는 은행카드로는 온라인 쇼핑을 하기도 불편하다. 중국에 살다보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이나 여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예약, 구매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는데
이때 한국계 은행의 체크카드로는 결제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의
제휴 은행 목록에 한국계 은행들이 대부분 누락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여행예약 사이트인 elong.com에서 결제 가능한 유일한 한국계 은행은 하나은행).


한국에서 가져온 비자나 마스터 신용카드도 크게 쓸모가 없다. 은련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아무 문제없이 쓸 수 있지만, 중국의 온라인
사이트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한국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도 쓸 수 있는데, 이때는 3% 정도의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중국에서 살다보면 중국계 은행 계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중국계 은행의 최대 강점은 지점이 많다는 것.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공상은행, 교통은행,
중국은행 등은 중국 촌동네에서도 지점을 발견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베이징 이외의 성(省)
에서 돈을 찾을 경우엔 인출 수수료가 발생한다.


연수기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입학시 유학생들에게 중국 현지은행의 계좌를
개설해 주기도 한다. 런민대학의 경우, 전자 학생증 발급시 중국의 외환은행 격인 중국은행
(Bank of China)의 계좌를 동시에 열어준다. 학생식당, 교내 무선 인터넷 등의 이용 요금을
전자 학생증으로 결제하는데 이때 학생증과 연결된 중국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도록 돼있다.
이렇게 거저 생긴 계좌에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신청하면 연수 기간 내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계 은행과 중국 현지 은행은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는데 중국 현지 은행의
계좌를 하나쯤 갖고 있는 게 여러 모로 편리하다. 필자의 경우 하나은행 계좌와 중국은행 계좌를
각각 1개씩 갖고 생활했다.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


과거 해외 체류나 해외 여행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사용해봤을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를 중국
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자신의 시티은행 계좌에 잔액이 있다면 세계 어느 곳의
시티은행 ATM기에서도 현지 화폐로 출금이 가능하다는 게 시 카드의 최대 강점이다. 중국 현지
은행의 계좌가 없다면 시티은행 국제현금카드라도 있어야 생활이 덜 불편하다. 한국에서 계좌
개설시 최대 3장까지 발급해준다.


중국 등 해외의 시티은행 ATM기에서는 출금할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송금시 환율(전신환
매매율)이 적용돼 한국에서 환전을 해오거나 중국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다.
한번 출금할 때 최대한도(중국의 경우 1회 4000위안)로 인출하는 게 수수료를 아끼는 요령이다.
왕징에도 시티은행 지점이 있고 ATM기들이 다수 설치돼 있다. 전세계 각지의 시티은행 지점과
ATM기들의 위치는 시티은행 웹사이트에서 조회할 수 있다.


▶환전 1일 한도는 500달러


중국에 살다보면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구나’라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는데 바로 환전할 때가 그렇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미국 달러화나 한국 원화를 중국 위안화로
바꿀 때는 아무 제약이 없지만, 거꾸로 중국 위안화를 팔아 외국 화폐를 살 때는 하루 미화
500달러가 상한선이다. 그나마 베이징이니 이 정도라도 환전이 가능한 것이고, 외국인은 아예
환전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도 적지 않다. 즉, 외화를 중국에 들여오는 건 자유지만 갖고 나가는
건 까다롭게 하겠다는 뜻이다. 송금도 마찬가지다. 송금 받는 건 자유지만, 외국으로 송금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


따라서 중국에서 달러나 유로화 같은 위안화 이외의 화폐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 하루 500달러씩 차곡차곡 환전을 해둬야 한다. 물론 공항에서 출국 전에
환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수료가 비상식적으로 비싸다. 위안화와 원화 간의 환전의 경우,
어둠의 경로(소위 ‘환치기’)로 환전하는 방법이 여기저기 많이 소개돼 있지만, 아무래도 불법
행위라 께름칙하다.


▶중국에서 신용카드 사용하기


중국에서는 중국 현지 은행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가장 쓰기 편리하고 혜택도 많다.
특히 온라인 쇼핑시에는 중국 신용카드가 있어야만 결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신용
카드가 가장 절실할 때가 중국 철도청 사이트에서 기차를 예약할 때다. 한국에서 들고온 신용
카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소득증명, 재직증명이 수월한 상사 주재원들은 발급에 별 문제가
없지만 신분이 약간 특수한 연수생들은 발급 절차가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한국에서 발급해 올 경우 그나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은련(银联‧Union Pay) 마크가 찍힌
신용카드다. 비자나 마스터 카드에 비해 카드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고, 홍콩이나 마카오 등
범중화권에서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BC ‘중국통’ 카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카드도
온라인에선 무용지물.


▶중국 은행에 예금하기


한국계든 중국계든 중국 현지에서 계좌를 만들면 외국인도 내국인과 똑같이 예금과 적금 상품에
가입할 수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기준금리가 높기 때문에 여윳돈이 있는 경우 계획을 잘
세우면 재테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중국 하나은행의 경우 2014년 6월 현재 정기예금 금리가 각각 3개월 2.86%, 6개월 3.08%,
1년 3.3%, 2년 4.125%, 3년 4.675%, 5년 5.225%이다. 3개월 금리가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1년
짜리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다. 다른 중국 은행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밖에 은행마다 이재(理財)상품이란 걸 파는데 특판 예금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투자기간은 33일, 39일, 91일, 123일, 182일, 364일, 382일 등 상품마다 일(日) 단위로 표시
되며, 원금보장이 되는데도 금리가 3.6%~5.5%로 매우 높다. 만기 시점에 위안화 환율까지 오른
다면 금리도 챙기고, 환차익도 챙기는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 있다. 단, 5만위안 이상만 가입이
가능하다.


▶남은 위안화 처리하기


연수를 마치고 귀국할 때가 다가오면 현지 은행 계좌에 남아있는 위안화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액수가 얼마 안 된다면 전액 인출해 비행기에 갖고 타도 되지만, 너무
많으면 운반하기도 불편하고 세관 신고 대상이 돼 여러 모로 불편하다. 중국에선 미화 5000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외화를 갖고 나가려면 해당 기관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우리나라 입국시엔
미화 1만달러 이상은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돈의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달러화로 미리 환전을
하든, 국내 계좌로 송금을 하든 귀국이 임박하기 전에 계획을 잘 세워 두는 게 중요하다.


만약 남은 위안화가 꽤 되는데 전액 출금해서 비행기 타는 게 부담된다면 그냥 남겨놓고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중국 현지 은행에서 발급해주는 체크카드에는 대개 은련 마크가 찍혀있는데
이 카드는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은련 마크가 찍혀있는 ATM기에서 언제든
한국 원화로 출금해 쓸 수 있다. 환율도 송금할 때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위안화를 애써 들고
와서 환전하는 것보다도 수수료 측면에서 유리하다. 거래 은행에 문의하면 이런 용도에 가장
적합한 현금카드(유학생 카드 등)를 발급해준다. ##